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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용명 趙容明
1953년 경기 여주 출생. 시집 『물의 나라』가 있음. zoyongmg@hanmail.net
사람이라서
마당을 서성이다가 뜬금없이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은 마귀가 아닐까
대자연이
신령스러운 것들이 사라져간다
내가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물소리 바람소리도 있고
놀라운 음악도 있는데
그리운 사람들과 앉으면
사람 목소리가 제일 좋고
꽃보다 단풍보다
나비보다 새보다
사람 몸이 아름답고
울고 웃는 얼굴은
가슴에 사무친다
올해는 촛불이 있어서
흐릿하게 마귀가 되어가다가
정의도 진실도 운동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어디쯤일까 걱정하면서
박그림
설악산에는
산신령이 사는데
이름은 박그림이다
산양을 사랑하고
야생풀과 돌을 사랑하는
착한 산신령인데
산에서 내려와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더러운 인간들 사이를
초록 치마를 입고
산양 옷을 입고
일년도 넘게 걸었다
문화재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 사업
불가라 결정했을 때
나는 산신령의
마뜩잖은 표정을
하늘에서 보았다
터덜터덜
산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