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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권선희 權善熙
1965년 강원 춘천 출생. 1998년 『포항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룡포로 간다』가 있음. gsh6007@hanmail.net
작명
남해 작은 섬 임하도에 들어가 작업하는 조 화백이 강아지 한마리 선물받았다며 사진을 보냈다. 진도 가문과 풍산 가문 혈통이라는 녀석은 잔뜩 쫄았다. 온통 하얀 털이니 흰둥이도 좋고 백구도 좋고, 암놈이라니 진순이나 풍순이도 나쁠 것 없지만, 기왕이면 이쪽 집안 저쪽 집안 고루 서리게 풍진이라 이름 지어주었다. 풍진(風塵) 세상 잘 살라는 바람도 얹었다. 섬에서 아비처럼 자식처럼 기대라고 성도 붙였다.
진아, 풍진아, 너는 당당하게 개다워야 할 조풍진이다.
누가 더 불쌍한가
손 없는 집, 첩 들였다
영감 하나에 큰댁 작은댁 함께 살았다
작은댁 새끼를 큰댁은 여섯이나 받았다
영감이 병들었다
큰댁은 젖도 안 뗀 막내까지 여섯을 업고 끌고 부산으로 가버렸다
작은댁은 자맥질하며 살았다
큰댁은 광주리장사로 새끼들 키웠다
막내가 장가들 때도 만나지 않았다
영감은 죽지 않고 누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