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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성동혁 成東爀
1985년 서울 출생. 2011년 『세계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sdhrock@naver.com
나선형의 사람들은 저울 위에서 사라진다
당신은 왜 여전히 빈 의자에 앉아
이제는 빈 나의 접시만 바라봅니까
노인은
저 나무는
나의 할머니를 닮았습니까
애인과의 값비싼 점심이 부끄럽게
당신은 왜 여전히 빈 의자에 앉아 있습니까
발끝을 보며
그늘에 앉아
양산을 접는
접는 김에 그늘까지 힘차게 접어버리는 당신은
내가 안 볼 땐 나를 보고
내가 볼 땐 코트 뒤에 무거운 꽃을 숨기는 당신은
왜 여전히 빈 의자에 앉아 있습니까
빈 신발 위에서 팔짱을 끼고 조는 당신은
흰 달팽이에 휩쓸려 사라지는 당신은
내려치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기둥 안에서
창은 기운다 하지만 찌르진 않았다
관절을 잊어가는 뱀
내 안에서 혈액이 쏟아져나올 때
차분하게 빨라지는 것들
날카롭게 하늘
창은 기운다 하지만 찌르진 않았다
동상이 입으로 떨어진다
포크를 줍는다
사람들이 소리와 함께 탁자 밑으로 기운다
창은 기운다 하지만 찌르진 않았다
베일을 찢고 튀어나온 죽은 사람들의 이를
다시는 창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나를 누르며 가는 금속들을
다시는 창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창은 기운다 하지만 찌르진 않았다
야윈 이웃들이 나를 교훈처럼 살게 했다
온화한 카펫처럼
입을 닫고 부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