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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언 金言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가 있음. kimun73@hanmail.net
장래희망
너는 장래희망이 뭐니? 인육이 되는 거.
뭘 하게? 씹어서 먹게.
다 먹고 나면?
너 줄게. 너 가져.
개는 뼈다귀를 물고 주인에게로 간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 왔어.
어디 있어?
모습
이 모습과 저 모습을 겹쳐놓으면 한 사람이 된다.
저 모습과 다른 모습을 겹쳐놓아도 한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모습과 또다른 모습을 겹치면서
나는 한 사람이다.
나는 한 사람을 안다. 그의 모습을 알고
그의 다른 모습을 알고 그 또한 그라는 걸 알고
손을 내민다. 언제든지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 너는
손을 내밀다가 멈추었다. 다른 사람이란 걸 확인하고
다른 모습을 떠올리다가 마저 내밀었다.
손은 다른 사람과 인사하고 있다.
손은 다른 모습과 악수하고 있다.
그게 한 사람이란 걸 알 때까지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갔고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는 나의 모습을 의아해할 것이다.
나는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쨌든 한 사람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가로젓다가
미처 못 챙겨온 나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잠들었다. 한 사람이 자고 있다.
얼굴이 너무 많이 변했다.
잠자는 모습도 그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이 자고 있다.
나의 한평생 동반자라는 사람이
방금 전까지 누워 있다가 나갔다.
내가 잠든 모습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