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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말선 趙末先
1965년 경남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둥근 발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등이 있음. chomalsun@naver.com
게시물
일요일은 쉰다
구하는 사람이
시월 이십일일부터 시월 이십육일까지 구하다가 그만두었다
구하는 일이 성욕처럼 사라졌나
더 급하게 구하는 사람이 시월 이십삼일부터 구하기 시작했으니까
유능한 안전요원의 효과를 낸다
사용불가라고 써 붙인 공중화장실에서
대화는
우는 사람이 더 우는 사람에게 지고
떠는 사람이 더 떠는 사람에게 진다
터무니없이 적나라해서 구하는 사람들은
꼭 끌어안을 각오 없이도 끌어안는다
더 죽은 사람이 있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듯이
목소리는 많아지는데 후각이 안 미친다
못 본 것들과 못 볼 것들
지금부터 보고 있다
못 볼 것들은 커다란 원반 모양의 가시연 밑에 있고
쌓여 있는 책들과
구름 위에 있는 것
중국 동물 중에 방금 항아리를 깨트린 것은 보르헤스가 보았다
내가 태어나는 것을 내가 보지 못했던 것처럼
엄마도 내가 태어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시간은 집에 데려가서 키울 수 없다고 했다
네가 삼켜버린 고백과
네가 토해버린 고백
지금부터는 보려고 한다
못 볼 것들을 보았다면 눈을 질끈 감고
눈부셔서 못 본 것도
눈부셔서 못 볼 것도
노을의 분홍 뺨과
내 눈을 밟고 있는 그 분홍의 발바닥
나를 그리워하는 너의 우심방
외국과
죽은 내 얼굴
이국적인 것은 조국의 국경을 넘지 않아야 가능한 것
낯익을까봐 힘껏 던졌다
종아리에 든 쥐들
물속과 모래 속은 말고
불 속과
불 속
지름이 2미터나 자라는 커다란 가시연 때문이라고 말하면 풀 먹은 기분이 된다
많은 민들레를 보았지만 헤르베르트의 민들레는 방금 책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