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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호승 鄭浩承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등이 있음.
si7273@naver.com
개똥
개똥이 길바닥에
가부좌를 튼 채
고요히 앉아 있다
바람도 고요하다
나도 개똥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먼 산을 바라본다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으로 가면 된다
일개미 한마리가
커다란 나뭇잎을 물고
부지런히
개똥 옆을 지나간다
새똥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새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인간의 길에도
새들이 똥을 누는 아름다운 길이 있어
그 길을 걸어감으로써
나는 오늘도 인간으로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