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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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진 成明眞

1967년 전남 곡성 출생. 199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 순간』 등이 있음.

andsmj@hanmail.net

 

 

 

어느 외지

 

 

어두움 속으로

길 저쪽에서 꺼멓게 무엇이 오고 있었다

 

마을 앞에 서 있다가

나는 움츠러든 채 비껴섰다

 

이윽고 더 가까워져 보니

새끼 염소 한마리,

염소를 따라

작은 노인이 오는 것이었다

 

천천히 오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염소와 노인이 당도하자

마을의 저녁이 순해졌다

 

 

 

우수 무렵

 

 

집 앞에 아이가 나와 서 있고

노인이 앉아 있다

한순간 아이와 노인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사내 하나가 고개를 떨군 채

앞으로 다가선 것

한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는 노인에게 큰절을 올린다

 

허물어져

내내 들썩이는 몸

 

추운 행색이었으나

다행히 지은 죄는 없어서인지

지나는 햇빛에 비치는 몸이

몰래 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