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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성은 姜聖恩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등이 있음.
mongsangs@hanmail.net
혼자 사는 집
여름이 되자 이웃의 누군가 우리 집 마당 한 귀퉁이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해도 되겠냐고
그러라고 했더니
다음 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상을 펴고 수영복을 입고 모래찜질을 하고
마당이 자꾸 넓어지는 것 같고
아는 동생이 거기서 음료를 팔아도 되겠냐고 하고
그러고 보니 바다가 너무 가까이 있고
여름을 닫고 싶어 나는
대문을 잠가버릴까 하고
커다란 자물쇠를 사 왔는데
문에 걸지는 못하고
이 집의 주인은 나인데
여름의 주인은 아닌 것 같고
바다가 내 집을 통과해야 나온다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다
바다는 계속 그곳에 있는데
미처 모르고 있었다
겨울이 얼마나 긴지
바다가 얼마나 사나운지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를
나 혼자 보고 있다
밤의 가시광선
저수지에 낚시를 갔다 삼촌과 사촌동생들과 한나절을 앉아 있어도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나른한 일요일이었다 물가에 작고 투명한 새우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새우를 하나씩 잡아 검은 비닐봉지 속에 넣었다 물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아주 깊은 물이 있어 삼촌은 화를 냈다 물속에 발을 담그지 말라고 두 발을 담그면 더 많은 새우들이 있을 텐데 일요일의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새우를 잡았다 삼촌은 물고기를 거의 잡지 못했다 그래서 화가 난 것일지도 모른다 삼촌은 나를 저수지에 버리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영원히 새우 잡는 사람으로 저수지에서 살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새우는 죽어 있었다 물에 넣으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새우를 버렸다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저수지에 새우들이 점점 많아진다 나는 어두운 물속에 두 발을 넣는다 매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내가 모르는 곳으로 미끄러져간다 알 듯 모를 듯 미래가 빛을 일렁이며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