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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현미 安賢美
1972년 강원 태백 출생. 2001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곰곰』 『이별의 재구성』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깊은 일』 등이 있음.
gomgom69@naver.com
탐매(探梅)
부여의 옛 지명은 사비였다
모텔 사비에 든다
비가 온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갔다
분명한 건
나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바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그 지경이 되었다
옛 선비들 사이에는
이른 봄에 처음 피어난 매화를 찾아
산속으로 떠나는 풍습이 있었다, 한다
분명한 건
인간을 찾으려면 인간으로 가야 한다
사월의 비가
비가 간다
카만카차19
사회적 거리두기 그것은 한번도 없던 일 겨울부터 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 불안의 시간이 모두 시가 된다면 좋겠어 ‘삶’은 ‘사람’을 줄여놓은 말이 아닐까,라고 쓴 적이 있었지 올봄은 ‘사람’은 ‘삶’을 늘여놓은 말이라고 써놓고 미래를 빌리러 가야지 헛되고 헛될지라도 헛되어서 아름다운 미래 고해성사를 하러 가는 신도들처럼 긴급 대출심사를 받으러 은행에 가는 우리들 불안은 영혼을 감염시키지만 오늘의 질본 브리핑을 보며 신종 불안도 신종 영혼도 곧 개발될 거라고 중얼거리는 오후 잘 가요 세풀베다씨 이게 다 신종 코로나 때문이지만 끝끝내 삶은 죽음을 걸고 싸우는 일 자! 월요일이에요 ‘세상 끝 등대’에 불을 켜고 우리 살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