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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규리 李珪里
1955년 문경 출생.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있음. vora2234@hanmail.net
흰 달
기다리는 동안 약국 문으로
위염처럼 노란 해가 쏟아지고
눈부심 아래서
통증도 초기는 아름다웠다
때때로 병을 더 연장할까 싶을 만큼 생은 가벼웠고,
약이 매끄럽고 알록달록해질수록 혈은 무거워갔다
그때, 약국 문을 나서다가 당신을 만났다
두툼한 약 봉투를 더 움켜쥐었지만
비껴갈 수 없었던 통증이 가늘게 따라왔을까
긴 골목길에 목이 가는 꽃을 심던 날이 있었지
속이 쓰려 허리를 꺾으며 견디던 날이 있었지
부신 해를 미워할 수 없는 것처럼
왜 내가 먼 당신을 미워해?
더 간절했던 쪽이 증세를 가져갔으므로,
햇빛에 멀었던 시야는 천천히 되돌아와
가루약 풀린 듯
오후 네시 위에 뜬 흰 달을 본다
의자
불은 켜지 마세요
어둠을 더 두세요
내가 아프니 그들이 친절해졌는데요
아,
그러지 마세요
아픔을 가져가지 말아요
아직 더 불편하고 싶어요
만나는 사람들 모두
상처받았다 받았다 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내가 상처를 사탕처럼 나눠주었나봐요
불편은 조금 다른 자리일까요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좋은 친구가 없었어요
다른 요구를 않았으니까요
별일 아니라는 듯
이제 그걸 별이라 부르기로 하겠어요
나는 나에게서 멀고
한창 살고 싶을 때 늙어버렸지만
그래도 아직,이라 대답하겠어요
손톱에 피가 나는 줄 모르고 한 생각을 물어뜯도록
절룩이며
여기 남아서
그래요 아직 더 불편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