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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영서 高英瑞
1969년 전남 장성 출생.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기린 울음』 『우는 화살』 등이 있음.
yuongsimi@hanmail.net
서시천 코스모스
어느 봉기가 이리 아름다우랴
큰물이 져서
큰물이 져서
기르던 소만 떠내려간 게 아니다
손때 묻은 세간살이
텃밭 푸성귀
파이고, 찢기고,
무너지고, 둥둥,
잠긴 집의 온기가 돌아오기까지
한가위는 恨가위
넋 놓고 하소연하려도
마스크부터 씌우고 보는
세상 아닌가
추운 여름이 한순간에 흘러갔고나
바람이나 쐬자 하고
터덜터덜 둑길을 걷던
산동아짐
어디서 이런 존 냄새가 난다냐
숨 깊이 들이마시고는
오매오매
이 기특한 것들,
장한 것들
금메 안 쓰러지고 피어나니라고
애지중지 손녀딸
볼 쓰다듬데끼 어루만졌다는
그 코스모스
일제히 손 흔들고 있다
함성 소리가
노고단을 넘어가고 있다
전일빌딩245
어떤 상처는 끝내 사라지지 않고 살아 시간을 증언하지
전망이 좋아 꼭대기에서 만나자 해태가 그려진 아이스크림 광고판이 있던 자리 흑백사진에서 보았던 그래그래, 전일마루에서
구름은 흘러가도 같은 구름으로 돌아온 적 없고 이 바람, 명복을 빌지 않아 죽지 않았다
씽씽 보드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 광장의 숨소리가 올라오고 분수대에서 물기둥이 솟고 시계탑에서 종소리가 세번 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외벽에 그려진 주홍빛 동그라미 속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유리창을 뚫고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 신문사가 있었지 누군가는 부끄러워 펜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펜을 들어 투사회보를 날렸던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금남로1가 1번지
지금은 11월, 두 다리로 걸어가는 달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내려다보며 내려가보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