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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4인 신작시선
강은교 姜恩喬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어느 별에서의 하루』 『초록 거미의 사랑』 『바리연가집』 등이 있음. pilgrimk1412@hanmail.net
운조의 현絃
Ⅲ
갈 때는 천리/올 때는 만리/남빛 물명주, 뭉게뭉게 펄럭이니/바람질에
실려라/구름질에 실려라/앞장 서는 한 천리/앞장 서는 한 만리/갈잎에
다부지 소리도 서릇서릇/집으리다, 한 모로이 달려 달려 한 천리/집으리
다, 두 모로이 달려 달려 한 만리
아마 거기로 가고 있었을 게야
총소리도 들렸을 게야
밤은 아마 칠흑처럼 어두웠을 것이고
흰 달 인 억새 밤새도록 서걱이고
어디서 툭 떨어지는 솔방울 몸 푸는 소리도 들렸을 게야
아마 달빛이 괴괴하게 등을 굽히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디서 괭이 우는 소리도 들렸겠지
별들이 남빛 입술로 떨고 있었을지도 몰라
피의 냄새가 향수처럼 옷깃을 스쳤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그릇소리 버선발로 몸부림치는,
두근두근두근
툇마루엔 뒹구는 언약들
눈웃음치는 지금들 지금들 지금들
그래 아직도 들릴 게야
총소리도 들릴 게야
가끔 눈썹 밑으로 내다보는 밤은 수군수군수군
칠흑처럼 어두울 것이고
모개신, 모개신, 그대가 젖은 품에 모시고 가는 모개신
________모개신
*
둥근 처마에
흰 손 아득히 흔드는
밤강물소리
새벽종소리도 종종걸음 친다
행여 잊힐라
행여 잊을라
________밤강물소리
갈 때는 천리/올 때는 만리/남빛 물명주, 뭉게뭉게 펄럭이니/바람질에
실려라/구름질에 실려라/앞장 서는 한 천리/앞장 서는 한 만리/갈잎에
다부지 소리도 서릇서릇/집으리다, 한 모로이 달려 달려 한 천리/집으리
다, 두 모로이 달려 달려 한 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