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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조용우 趙庸愚
1993년 대구 출생. 2019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영원한 미소
너는 점령기의 겨울
석탄을 실은 열차가 철교를 건너는 정오다
혹은 너는 하얀 발자국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들이 언 강물 위를 걸어간다
너에게는 이제
생명의 말씀과 양떼와 영원한 미소가 그려진 팸플릿, 함께 건네는 누룽지 맛 사탕
너는 붉은 벽돌의 빌라
지하 교회당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너 없이도
너를 위한 시가 써지듯이 너는
너는 구내식당
거기 낮고 좁은 오전이 내내 서 있었다
너에게는 그릇이 많은 찬장
너는 그중에 갖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너는 남의 집 창문에서 뻗치는 고요한 불빛
이십세기의 눈이 그치지 않는 이 거룩한 밤에
너 없이도
너는 여전히 노란 조명이 잘 어울린다
스테인리스
먼 미래에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전히 너무 느린 빛과
수십광년의 동면으로도 도착하지 못했던 바다
끝까지 살아서 있던 영혼
콧등 위에 응결되어
제 각자의 영혼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서 괜찮을 것 같다
밖의 새소리는 현실과 구별되지 않고 닦으면 닦을수록 녹이 스미는 거대한 기계들을 닦는 기계들
그리고 빛나는 파이프, 그가 우릴 깜빡 잊은 뒤로도 인간이 다 가고 나서도
계속 반드럽고 차가웠던
아무것도 모르는 은빛 파이프
여기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즐거워 우리가 가벼워
우리에게 마른 헝겊을 건네줄 텐데
이게 너희 현실이라고 이제 그만 이해하라고
사실을 구성해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