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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영승 金榮承
1958년 인천 출생. 1986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반성』 『車에 실려가는 車』 『취객의 꿈』 『아름다운 폐인』 『몸 하나의 사랑』 『권태』 『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 『화창』 『흐린 날 미사일』 등이 있음.
hwaryeokangsan@hanmail.net
일단 클리어홀더 98장을 버림
일단
클리어홀더 98장을
그 사이에 뭐 끼어 있는 것 없나 확인하고는
한장 한장 세어서
버렸다
투명, 삼원색 클리어홀더들
빨랫비누로 깨끗이 씻어
말려서 쓰던
클리어홀더들
너무 많아 버렸다
클리어홀더에 끼워졌던 것들
그 역시
말해 무엇하리
그러니 이걸 알아야 한다
너희도 나를 버리면
그 깊은 죄책감에
정신파탄이 날 수도 있음을
자살할 수도 있음을
너희는
알아야 하는 것이다
빈 차량의
블랙박스처럼
너희는 아주
똑같은 짓을 하면서도
명랑하다
책을 너무 많이 버렸네
인용할려고 보니
책이 없다
버렸나?
생각해보니
버린 것으로 판단된다
확실히
버리는 김에 버리자 하고
한번에 다 버리는 스타일이라
그냥 버렸는데
버렸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뭘 또 인용하겠다고
아마도
비 오는 밤
새벽에 버린 것 같은데
내가 그럴 줄이야
내가 그럴 줄 몰랐다고?
그 책들이 다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