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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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劉帥沇

1994년 강원 춘천 출생.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gabegive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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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대로 한 일은 사과드려요

 

내 안에

내 모양대로 언 얼음이 있었죠

 

그걸 잠시 녹이기 위해 안고 있던 거라면

조금 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날엔 개를 맞히는 아이들을 소리 질러 쫓아내고

어떤 날엔 내가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맞히다니

 

너무 무딘 마음엔 폭력이 성취로 느껴지곤 했지요

 

개새끼를 게이새끼로 잘못 들어

버럭 화부터 낸 건 잘못한 일이었어요

 

저 새끼도 사는 데 내가 왜 못 살아

삶의 이유를 찾은 것도 죄송한 일이구요

 

미안한 일들은 유리처럼 옮겨놔요

 

품새를 연습하듯 단번에 끝낼 날이 오겠죠

 

그 일은 잘 해결 중이신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꼭 성공하세요

 

그때까진 보이는 대로 믿어주실래요

 

그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에요 사람의 일을 하러 말이에요

 

 

 

감자 있는 부엌

 

 

아버지가 묻는다

 

그때 그 감자를 찾으려 했는데 찾지 못해 먹지 못했소 당신은 그 감자를 어디에 두었나

 

어머니가 답한다

 

검은 가방에 넣어놨어요

그 안에 가득 감자가 있는데 보지 못했어요?

 

그 안에 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 왜 그 안에 감자를 넣어두었소

 

감자는 깜깜한 곳에 넣어두어야지요

 

아버지가 답한다

그렇지, 그래, 감자는 깜깜한 곳에 넣어두어야지

 

감자는 깜깜한 곳에 넣어두어야 한다

열어보기 전까진 몰라도 괜찮다

 

부엌은 감자가 있는 부엌으로 생각하면 그만

 

이곳에 없거나 잃은 것을 생각하기보다

그것을 담은 가방이 어딘가 있다 생각하면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