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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원성은 元聖恩
1992년 대구 출생. 201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등이 있음.
ssze92@daum.net
적록색맹
친구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했다
지금은 수력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댐으로 출장을 가지만
겨울마다 재난 소식을 알려준다
이곳은 고요한 산이고 숲이다
벌목꾼들의 도끼가 춤을 추며 활개 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나무는 선 채로 죽는다
정수리부터 타들어가면서 죽는다 죽어가면서 전염병처럼
죽음을 옮긴다 그것을 산불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는 색맹이 유행한다
야생동물들은 원래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날부터 포식자의 눈에 초록색의 나뭇잎과 풀 모두
붉은 핏물이 묻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전쟁이라고 부른다
친구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장마철마다 비옷을 입고 찬물을 뒤집어쓴다
물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전해준다
재현의 윤리
녹이 슬었네요
그렇네요 죽은 화분은 계속 죽어 있고요
새로 사귄 친구는 내게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 쥐약을 먹고 죽은 개에 대해 써봐
나는 그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시에서
동물을 죽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네가 죽인 게 아니라 개가 죽어버린 거잖아
그게 그냥 그렇게 단순한 게
나는 아니라고 내가 개가 죽었다고 쓰면
내가 개를 죽인 게 맞다고 대답합니다
창가에 이불을 깔고 누우면
창밖이 아니라
창가에 둔 죽은 화분이 보이고요
보이지도 않는 씨앗이 깊은 데서
이렇게 말하네요 숨 막혀
나는 화분을 죽이지 않았어요
녹이, 슬었네요 이 화분의 둘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