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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함순례 咸順禮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울컥』 등이 있음.
hamzang66@daum.net
수박 돛대
어제는 축축하게 젖어 있다가
오늘은 바싹 마른 빨래를 개고
수박을 잘랐는데 물맛이다
가벼운 지갑 걱정하면서도 시원한 단맛
그리며 들고 온 무거운 수박 한통
붉은 여름이 싱겁게 흘러내린다
좀 싱거워도 수박은 사랑이지
장마와 폭염이 뒹구는 땅을 안고
이만큼 둥근 사랑을 키워낸 것
화채 한사발씩 나누다보면
독 오른 열기가 식기도 하는데
붉은 속 다 내준 수박이
적막한 배 한척이다
풀꽃처럼 낮고 작은 사람이 되어
당신을 기다리는 오후
만경창파 배 띄워 보낸다
당신의 눈물을 퍼내 만든 반달만 한 배
이걸 타고 와다오
당신의 눈물에 내 얼굴 비쳐 수박씨처럼
까맣게 떠오를 때까지
서럽지 않은 아침이 올 때까지
나는 여기 있겠다고 돛대에 쓴다
닭 울음
몰려다니는 울음소리
공중을 휘젓는다
굳게 닫힌 대문을 여는 울음
방 안까지 기웃거리는 울음
해 뜨고 한나절 지나도록
넝쿨장미처럼 달아오르는 울음
엊저녁 제 주인이 병원 간 줄 아는 울음
울음은 순전하고 투명하다
그 가시에 박혀 온 마을이 앓는다
저 신통한 기도의 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