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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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金慶厚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등이 있음.

kyunghukim@daum.net

 

 

 

사진

 

 

그의 품에 안겨 어린 나는 웃고 있다

자세히 볼수록 모르는 사람

 

남는 건 사진뿐이지

 

졸업사진의 거무죽죽한 얼굴

잘 보이지만

이제 이 땅에선 볼 수 없는 사람

 

안경을 끼면 더 잘 보이는

모르는 사람들

 

보이시죠

의사가 아버지의 폐 사진을 가리킨다

보려 할수록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건 뚫린 것들

앓는 것들

 

바닷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그물

아마존의 없어진 숲

 

책상 위 잘 깎인 연필이 보인다

 

잘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모르는 것

 

예를 들자면

싸락눈이 가득한 텅 빈 마음

부러진 바늘로 가까스로 이어 붙인

환자의 들숨과 날숨

재에서 태어나고 또 태어나야 하는 불사조의 한숨 같은 것

 

남은 건 다 빠져나간 구멍뿐이지

남은 건 사진뿐이지

 

 

 

연 날리기

 

 

어딘지 몰라 바닥을 먹어보면

어제라는 그림자의 맛

 

안개 속을 떠도는 양 한마리

 

밤의 한가운데

모래 한가운데

어딘지 몰라 나아간다

 

날려버리고 싶다면서 왜

언제나 허공에 탯줄을 매달까

 

양은 이빨을 드러내고

묻는다

바람을 거스르며 나아간다

 

겨울 해변

물결의 희디흰 깃털들

 

달빛이 되지 못한 텅 빈 조개껍질들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