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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홍지호 洪志鎬
1990년 강원 화천 출생. 2015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jeho0314@naver.com
리듬 앤 블루스
1. 리듬
염소였던 사람이 염소로 돌아가기 전에
남긴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남김없이 떠나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남기는 것 보니 나도 사람 다 됐나봐
그는 말했지 그럼에도
뒤에 이어지던 그의 노래처럼 그는 사람일 수 없었어
사람과
염소였던 사람은 다르니까
그가 이야기와 노래를 남기고 돌아간다는 말 대신
이제 떠납니다
가사와 함께 흐느낀 노래는 당위를 갖고 있다
그는 염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으며
그는 사람이었던 염소라는
새삼스러운 곳으로
2. 블루스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떠나기 전에 그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몇가지의 단어를.
사랑, 어제, 나무, 그리움, 마음, 겨울, 아직, 그만, 너, 별, 노래, 함께, 영원, 걷자, 다시, 결혼, 내일…… 같은.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 같은.
그러나 그가 선택한 것은 염소의 울음이었네
사람이었던 염소의
3. 리듬 앤 블루스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염소가 운다
염소와
사람이었던 염소는 다르니까
같은 음성은 이제 듣지 못하겠지
그가 노트에 적어둔
떠나지 않으면, 봄, 아직, 겨울, 다시, 같이, 차가운, 그리운, 이름, 미안해, 늦어서, 우리
같은 노래도 듣지 못하겠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돌아보는 일도 없겠지
메에에에에에에에에
메에에에에에에에에
길게 우는
염소 소리가 슬프게
들릴 뿐이겠지
파인
괜찮아
우리는 눈이 파인 것을 발자국이라고 불렀네
얼굴에 남아 있는 상처들도 당신은
발자국이라고 불러주었지
괜찮아
얼굴을 바라보다
자주 걸려 넘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발자국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지
당신이 없었던 시간까지도 당신은 사랑해주려고 한 거지
발자국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울어주었다
눈물이 발자국을 메워주고
우리는 걸려 넘어지지 않았다 웅덩이를
폴짝 뛰어넘을 수 있었지
시간이 달을 파먹고 있었다
달의 모양이
나는 걸려 넘어지지도 주저앉아 울어주지도 못했다고
알려주었다
당신이 거기에서 자주 넘어졌다는 것도
얼굴을 밟고 간 상처에는 걸려 넘어지고
그것을 가리려던 흔적 앞에서는
주저앉게 된다는 것도
눈물을 아껴야지
넘실넘실 웅덩이를 만들어줘야지
생각하면서도 당신이 남기고 간 발자국 앞에서
울었습니다
시간이 달을 다시 채우고
넘어지는 일은 줄었습니다 다만 희미하게
멀리서 들리는 누군가의
괜찮아
라는 말에 주저앉아
내리는 눈이
발자국을 지우는 것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