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문성해 文成海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내가 모르는 한 사람』 등이 있음.
chaein00@hanmail.net
출근길의 유령들
이젠 비둘기들도 나를 피하지 않는다
어제는 대놓고 나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
내가 지나가면
도전! 도전! 외치던
먹자골목의 두더지게임기마저도
오늘 아침은 묵묵하다
그 나이에도 출근을 하는지
좁은 골목 아침마다 마주치는
흰머리의 저 여자도 어제보다 더 지워진 듯하여
조금쯤 안심이 된다
내가 자기를 재단하듯,
저 여자도 아침마다 맞닥뜨리는 나를 재단했겠지
안 보는 척 교묘하게 아래위를 훑어내며
얼마나 불편할까
날마다 돌올해진다면,
이 나무가
저 빌딩이
어제 덮어쓴 더러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닳고 닳아 배경이 된다면
흐릿해져 마침내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은 곁눈질로 지나치지만
마침내 지워져
서로가 서로를 관통한다면
유령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