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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연준 朴蓮浚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등이 있음.
gkwlan@hanmail.net
구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기,
이곳은 미래입니다
어려워요, 누군가 말하자
하늘에서 새가 떨어집니다
실패하면 당신 아닌 것이 자꾸 죽게 됩니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간이 태업한 지
외로워요, 누군가 말하자
채찍을 든 지구봇이 등장합니다
외로움은 이상한 속도로 기우는 감정.
지구는 위험에 처한 작은 주머니.
손끝에서 벌어지는 골무처럼, 위험에 처한 작은 주머니.
당신의 지구를 구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세요.
침대가 둘, 방석이 셋, 양말 여러개
그런 걸 세다가 사라지는
동그라미를 그리다 지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땅을 더듬습니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너무 크고,
점을 찍는 건 반칙입니다
시작점을 찾아 원을 그려야 합니다
지금 내 다리는 하나
여기와 저기에
밤이 오고 밤이 가는 사이 헤어졌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볼까요
중심에 눈을 박은 컴퍼스처럼 다리를 벌려
곡선으로 휘어지는 시간을 그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