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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정훈 李政勳
1967년 강원 평창 출생.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쏘가리, 호랑이』가 있음.
man6120@naver.com
자고새 사냥
아스마는 마을 뒤 언덕으로 갔다
돌과 시든 풀 사이
휴대폰을 말뚝에 묶고
올가미를 촘촘히 둘러쳤다
가느다란 줄을 당겨 보이며 그는 조금 웃었다
자고새 앱의 울음소리가 바위 뒤로 들렸다
꼭 잡아 꼭꼭, 또 어떨 땐 미안 미안
새끼고양이 닮은 울음이 황무지를 건너갔다
자고새 무리가 몰려들었다 다짜고짜
부리로 쪼고 서로 날갯죽지를 푸드덕거렸다
분명 올가미를 보았을 텐데
수그려 멈칫거리는 게 바위틈으로도 내다보였다
새들을 싸우도록 만든 한순간은
어째서 그렇게 짧았을까
거꾸로 쳐들린 동그란 눈 속에 들판과 낮은 구름
오래된 농담과 아직 닥치지 않은 악의가 마구 뒤엉켜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리를 엮고 있는 아스마에게 뭐라 물었던 것 같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포도주와 회향 두 단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