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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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윤석열정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퇴진운동 평가와 2기 촛불정부 만들기

 

 

김용민 金容民

제21대 국회의원. 저서 『누가 죄인인가』 등이 있음.

 

백은종 白殷鐘

서울의소리 대표. 저서 『백은종의 칼날응징』, 공저서 『개벽』, 편저 『커넥션』 등이 있음.

 

이남주 李南周

정치학자.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저서 『중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특징』, 공저서 『21세기의 한반도 구상』 『동아시아의 지역질서』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 『백년의 변혁』, 편서 『이중과제론』 등이 있음.

 

 

이남주(사회) 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이남주입니다. 오늘 대화는 ‘윤석열정부 퇴진과 2기 촛불정부’라는 화두로 진행하겠습니다. 현재 윤석열정부하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역주행이나 퇴행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이상의 비상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중요한 전환기에 이런 상황이 출현했다는 게 무척 불행하게 여겨져요. 최근 보수언론에서도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대통령이 퇴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출된 바 있는데요. 특히 보편적 규범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무시한 일본과의 협상부터 검찰권의 남용에 이르기까지, 최근 민주적 거버넌스가 붕괴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면 이 정부가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럼에도 민주세력 내에서는 아직까지 윤석열정부 퇴진이라는 방향에 의구심을 지닌 이들이 있죠. 오늘 참여해주신 두분께서는 일찍부터 윤석열정부 퇴진운동에 참여해오셨습니다. 어떻게 퇴진할 것이라고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순 없겠지만 지금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해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대전환이라는 시각에서 정국을 타개해가야 할 텐데요. 일단 저희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백은종 『창작과비평』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온라인 독립언론사 ‘서울의소리’ 대표 백은종입니다. 저는 서울의소리를 창간하기 전부터 ‘안티이명박’ 조직을 결성해 이명박은 물론 양승태 사법농단을 응징하는 데도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최근 서울의소리는 김건희 영부인 7시간 통화 녹취록과 명품백 수수사건 등을 취재해 보도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용민 반갑습니다. 남양주병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입니다. 저는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이에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을 통해 검찰과 국정원 조작사건들의 문제점을 목격했고 이를 제도를 통해 개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끊임없이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고,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촛불집회가 시작되고부터는 앞장서서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특검을 주장하고 주가조작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법’을 처음으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남주 오늘은 윤석열정부 퇴진운동이 왜 시작됐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면서 대전환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퇴진운동의 의미를 되짚고 앞으로 한국정치의 진전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 풍성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윤석열정부 퇴진론을 주장하는 이유

이남주 그동안 정기적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한국정치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87년체제의 가장 중요한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 결과 새로 집권하게 된 정부에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는 주장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특히 대통령을 탄핵시켜 물러나게 한 경험이 이미 있기에 또다시 그런 혼란한 정국을 만들어야 하냐는 인식도 있습니다. 물론 퇴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이러한 문제를 전혀 모르지는 않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분은 오래전부터 윤석열 퇴진론을 말씀해오셨는데, 왜 퇴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요? 그리고 이러한 주장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여기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용민 저는 두가지 관점에서 퇴진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독재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4·19혁명 이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5·16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군부독재가 시작됐습니다.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무능해 보이는 민주당에 대한 반작용이었던 건지 시민들이 박정희정부가 독재정권이 되리라는 위험성을 잘 포착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정권을 끝내고 이후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지만 결국 다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어요. 새로이 권력을 쟁취한 이들은 검찰권을 동원해서 ‘합법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이 독재로 치닫는 듯 보입니다. 최근 검사 출신들이 중앙·지방정부 및 사회 모든 영역에 포진해 있고 이번 총선마저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니 그 위험성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남주 윤석열정부 퇴진을 주장하는 것이 87년체제의 성과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들도 종종 들립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87년체제가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이를 무너뜨리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후퇴하는 듯해요.

 

김용민 맞습니다. 저의 두번째 관점은, 위헌적 상황이 이미 발생했으며 이를 합헌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아닌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는 윤석열정부가 정상적인 선거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부는 헌법과 법률을 수시로 위반하며 악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수사권이 없는데도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고, 야권의 유력한 주자들, 대표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수사하는 등 검찰권을 동원해 국정을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수사권으로 정적을 전부 제거한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헌법질서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촛불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보는데, 촛불혁명에 따른 헌법 개정이 완수되지 못하고 여전히 1987년 헌법체제하에서 작동하다보니 그 모순점 혹은 약점들이 현재 검찰독재에 의해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주 백은종 대표님 역시 윤석열정부 퇴진에 큰 목소리를 보태고 계신데요. 퇴진운동 현장에서는 어떤 맥락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나요?

 

백은종

백은종

백은종 서울의소리에서 대통령 부부를 집중 취재한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대통령과 영부인 간의 권력공유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이들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던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윤석열 검찰독재 공화국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영부인이 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을 행사하며 권력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녕 우리 헌법 이치에 맞는 일입니까?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죠. 서울의소리는 취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장에서도 앞장서서 퇴진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1948년으로 보고 1919년 설립된 임시정부를 부정하면서 심지어 독립투쟁까지도 폄하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죠. 이러한 헌법 위반은 명백한 탄핵사유이며 국민들은 당연히 퇴진을 외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남주 서울의소리와 백대표님은 처음부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온 셈이군요. 박근혜정부 당시 촛불항쟁을 되돌아보면 처음 최순실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시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퇴진론에 가까운 글을 썼는데(「비상한 사태는 비상한 해결책을 요구한다」, 창비주간논평 2016.11.2) 그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최순실사태가 터진 직후 대통령이 최순실을 변호하는 듯한 기자회견을 하는 걸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박근혜가 아니라고 느끼게 되었지요. 지금 국정농단의 핵심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정말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더이상 거버넌스가 유지되기 어려워 보여요.

 

백은종 사실 윤석열정부의 역사인식도 의심스럽습니다. 예컨대 최근 일본의 후꾸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우리 국방부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시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영토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 건지, 국가를 보위할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스럽고 민족성이나 국가관 등을 살펴볼 때 역사인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매국정권’이에요. 나아가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란 개방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하며 그래도 타협이 어렵다면 다수결 결정을 따라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채 검찰을 요직 곳곳에 기용해 정권을 장악하고 있어요. 안보, 경제, 외교 등 모든 영역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그렇기에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봅니다. 저는 국민들이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특히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4·19혁명이나 부마항쟁, 6월항쟁의 주역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변화를 열망하고 또 그러한 열망을 이어나갈 힘이 청년들에게는 분명 있어요. 오늘날 다시 한번 젊은이들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용민

김용민

김용민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퇴진론이 헌법질서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퇴진론은 정확히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주장되고 있습니다. 퇴진론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은데요. 가장 온건한 단계의 경우 퇴진이라는 카드를 꺼냄으로써 윤석열정부가 국정을 쇄신하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요청이 되겠지요. 나아가 정부가 스스로 물러나라는 요구가 될 수도 있고, 그래도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시민들이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이 모든 것이 헌법 전문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 헌법이 명시한 4·19혁명은 전형적인 저항권 행사의 사례입니다. 탄핵이 성공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스스로 저항권을 행사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 역시 헌법질서 내에서 예정하고 있는 비상수단이에요. 그래서 퇴진론 자체는 우리 헌법질서에 반하지 않으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표명이자 비상한 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퇴진운동을 평가한다면

이남주 2022년 하반기부터 촛불행동 주최로 윤석열정부 퇴진을 전면에 내세운 집회가 주말마다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백은종 대표님은 그 이전부터 윤석열정부 퇴진을 주장하는 활동을 해오셨고, 김용민 의원님은 2022년 11월부터 촛불행동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하셨죠. 그 이후 민주노총 등도 윤석열정부 퇴진투쟁을 선포했고, 종교계에서도 퇴진을 주장하는 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윤석열정부 퇴진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퇴진론에 동의하는 사회세력의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현장의 분위기에는 기복이 있을 듯합니다.

 

김용민 부끄러운 지점이기도 한데요, 정치 쪽에서는 퇴진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토론이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정치권에서 느끼는 분노의 수준이 달라 괴리감이 있는 듯합니다. 다만 성과도 분명 있었습니다. 촛불행동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되던 집회들의 규모가 점점 커졌고, 지금은 시민단체나 종교계 등 사회 각계의 단위들이 결합하여 현재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데에 대한 인식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어요.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는 개별적으로 다르겠지만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만큼은 중요한 성과입니다. 한편으로 정치권이 아직 퇴진론에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정권심판론에 대해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정치권에서 시민들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남주

이남주

이남주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당시 최대 2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집회에 함께했지요. 정치권에서는 거국내각 같은 모호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결국은 헌법적 절차에 의해 탄핵까지 이루어졌어요. 그때와 비교해보자면 지금은 대선이 치러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선거 불복이라는 비판에 대한 우려도 있을 테고, 정치권이 더욱 조심스럽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퇴진운동에서 그 열망이 드러나고 있다면 중요한 변화라고 보는데요.

 

김용민 저는 탄핵까지 주장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인 헌법 및 법률 위반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은 ‘이 정권이 하루라도 더 지속되면 내 삶이 힘들어진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경제는 망가졌고 안보위기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며 실질적인 문제들이 매일 피부로 와닿고 있는데 정부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간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가 주요한 시대정신이자 과제였다면, 윤석열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생존’ 자체가 시대정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이 정권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내려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결정적 계기가 부족해서 그렇지, 결과적으로는 퇴진론이 분명히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리라고 봅니다.

 

이남주 퇴진론에 대한 열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특정한 계기가 생겼을 때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텐데요. 아직도 상황을 관망하며 총선과 대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도 합니다. 이러한 안일한 생각이 문제적일 수도 있겠고요. 정치권은 이러한데,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백은종 윤석열 취임 이전부터 퇴진을 외치며 집회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퇴진 촛불집회가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 당시에는 레임덕이 시작되는 임기 말에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고 최순실 태블릿PC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며 순식간에 집회가 확산되어 100만명,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윤석열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임기가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일어났지요. 정권에 맞서서 퇴진운동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이진 않아도 촛불집회 참여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집회가 너무 오래 계속되어 힘들어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함께 가자고 독려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독립운동가인 죽산 조봉암 선생은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함께 싸워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남주 촛불집회가 오래 지속되고 있음에도 왜 과거처럼 폭발력을 지니지 못하는지 현장에서 체감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백은종 현재 광장 상황을 보면 민노총은 민노총대로 결의대회를 열고, 촛불행동은 촛불행동대로 집회를 하고, 참여연대나 진보연대는 이태원참사 대책위를 이끌고 있습니다. 세력이 결집되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아무래도 총선을 앞두고 각 집단이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고 기대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집회 기득권세력’도 있는 것 같고요. 누구라도 이 세력들을 결집해야 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결집의 구심점이 없어 보입니다. 집회 참여자들이 각 단체나 개인의 사익을 챙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총선을 치르며 각자의 생각이 표출되고 이익이 실현된다면 그다음에는 모두 함께 모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김용민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박근혜정부 당시 촛불항쟁 때는 기존에 활동하던 제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집회를 이끌고 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시민사회단체가 움직이기도 전에 새로운 단체들이 집회를 이끌게 되다보니 쉽게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시민사회 쪽에서 확실한 구심점을 잡지 못한 점이 하나의 한계였던 듯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태블릿PC 사건 때 아이러니하게도 ‘면역력’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박근혜 탄핵 시기에는 시민들이 태블릿PC나 최순실이라는 존재에 대해 엄청나게 분노했습니다. 그렇게 한번 분노를 크게 폭발시켜서 그런지 이제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게 나오지 않는 한 이전의 분노를 뛰어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최근 백대표님이 열심히 보도하셨던 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 하나만으로도 정권이 끝나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데도 여전히 기성언론들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국민들에게도 거리로 나올 만큼의 분노가 쌓이지 않습니다. 일련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가조작사건, 잔고증명 위조사건, 양평 공흥지구 특혜 개발 의혹 등 이 모든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가가 범죄를 저지르고서라도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일관된 흐름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명품백 수수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는 거죠. 이 정권에 권력을 쥐여주는 한 범죄행위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검찰권을 동원해 범죄를 무마시킬 겁니다. 이 흐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꼭 태블릿PC 사건 같은 계기 없이도 충분히 분노하게 되고 현 정권이 끝을 봐야 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남주 시민사회단체가 분산적으로 형성되어 활동하고 있고 특히 촛불혁명에 대한 평가나 태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일부 사회단체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사실 자체로 촛불혁명이 끝났다는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앞서 김용민 의원께서 짚어주셨듯 촛불혁명은 아직 진행 중이고, 대전환이라는 커다란 과정에서 보자면 전진하는 중에 일시적 후퇴도 있을 테지요. 현재 촛불행동이 광장에 등장하는 것은 그런 전환을 열망하는 힘들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뜻인데, 사회단체나 정치권이 자신들의 의제 중심으로 상황을 대응하려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백은종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섰지만 문정부가 생각한 만큼 혁명정권이 아니었다는 데에 노동계나 시민사회계의 실망감이 컸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1987년 6월항쟁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가 당선되었죠. 이번에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퇴진과 정권교체를 이루었음에도 제대로 된 혁명을 달성하지 못하고 윤석열 같은 자를 다시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실망과 좌절이 반복되다보니 민주당이나 정치 자체에 회의적 태도를 갖게 된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하지만 비록 민주당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를 비난하고 외면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짚어가며 비판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용민 백대표님 지적에 뼈아프게 동의합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서 목소리를 냈고 탄핵 이후 정치세력이 연합해 혁명정부를 만들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또 윤석열정부를 끝장내더라도 민주당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느냐, 그러다 또다른 이상한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반복적으로 우리만 이용당하는 거 아니냐 하는 실망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지점입니다.

 

백은종 그러나 상식 밖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멈춰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혁명을 이뤄온 역사를 살펴보면 늘 민초들이 먼저 들고일어났음을 알 수 있어요.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4·19혁명, 부마항쟁, 6월항쟁, 이명박·박근혜 항쟁을 이끈 건 시민들이었지요. 그러한 역사를 되짚어볼 때 시민들이 앞장서서 나서면 정치인이 뒤따라오리라 믿습니다. 최소한 촛불집회 때만이라도 개인적인 감정이나 득실을 따지지 말고, 나라가 더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불의한 윤석열정부를 몰아내자는 생각으로 함께 모여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2기 촛불정부,

비전을 세워야 힘이 생긴다

이남주 퇴진운동이 퇴진 이후의 비전과 잘 결합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탄핵과 같은 경로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인 듯한데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비전이 있어야겠지요. 그런 취지로 백낙청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은 ‘2기 촛불정부’를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퇴진운동의 목표가 단순히 정당간 권력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리고 그에만 몰두할 경우 권력교체가 어려워지고 새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한 제안입니다.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얻을 만한 비전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죠.

 

김용민 새 비전을 세우고자 한다면 개헌을 빼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국민들이 이 정당을 다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민주당이 중요한 순간에 국민들이 원하는 근본적인 개혁조치들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텐데요. 법의 테두리를 강박관념처럼 지키다보니 사회의 모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야당인 국민의힘과 합의해야 한다’는 틀에 갇혀버린 듯합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4·19 이후 혁명세력은 곧바로 헌법을 개정했어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고 국민적 합의와 새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희망을 다시 써내려면 중대한 정치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률을 개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헌법을 새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런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윤석열정권의 퇴진 혹은 나아가 탄핵까지도 가능할 테고 비로소 우리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설 겁니다.

 

이남주 그렇다면 개헌에 어떤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개헌 논의가 매번 권력기관 개편에만 그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권력기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도 하고,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개헌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도 있는 듯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 나눠 먹기식 개헌이 추진될 수도 있고요.

 

김용민 권력구조 개편이 헌법 개정의 중요한 축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권력구조를 새로 세우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 권력에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낼 힘을 실어주어야 하니까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국민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국민의 50% 이상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저는 무엇보다 헌법 개정에 검찰개혁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하나의 국가기관을 개혁하자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정부기구에 더이상 힘을 실어주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팽배한 불만과 의심을 청산하는 일 등 개헌이 아니면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많고요. 나아가 기본권 조항에도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출생률 저하, 일자리 감소, 디지털 리터러시까지도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수많은 논의들이 있습니다. 헌법에 이러한 기본권 조항을 추가하여 국민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그려야 합니다.

 

백은종 개헌 의견에 대부분 공감하면서 한가지 문제점을 더 짚고 싶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서서 기가 막힌 점은 입법부가 행정부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거예요. 과거 어떤 대통령보다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심지어 다수야당 대표가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현실을 보다보면 답답해서 분노를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검찰이 정권을 장악하고 국회의원들을 아랫사람 보듯 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검사가 왕인 나라를 중단하는 개헌, 실종된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세우고 살릴 수 있는 개헌. 이것 하나만 이루어도 국민들이 호응하고 환영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요.

 

이남주 사실 검찰권력이 강화된 시기는 역설적으로 1987년 이후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였는데요. 법을 더욱 촘촘히 만들게 되었던 반면 검찰권력을 통제할 시스템은 없었던 셈이죠.

 

김용민 맞습니다. 그런 지점이 법치주의의 한계이자 모순이겠죠.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강조할수록 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의 권한이 세집니다. 최종 판단을 하는 검사나 판사의 재량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형식적 법치주의가 기본권을 제약하는 무기가 될 수 있어요. 한편 백대표님 지적처럼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혐오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국민들이 정치혐오를 느끼는 건 어찌 보면 자업자득인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정치의 힘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합니다.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정치권의 힘은 살려둔 채 그것을 국민들이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죠. 단순히 국회의원의 권한만 축소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난 자본이나 관료의 세력이 강화되기도 합니다. 지금 검찰권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이유도 정치의 힘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백은종 시급한 과제는 윤석열 독재정권에 맞설 입법부를 바로세우는 일입니다. 국방부장관 등 요직은 뉴라이트나 친일 매국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죠. 윤석열은 입법부를 무력화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야당에 힘을 실어주고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해야 합니다.

 

김용민 한편으로 윤석열정부의 무도하고도 수치심을 모르는 행태들이 이어지는 이유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막스 베버는 행정 공무원이 곧장 정치를 하면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는 책임이 아주 중요하며 정치적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국민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행정 공무원은 법적 책임만 져봤지 정치적 책임을 져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겁니다. 윤석열정부가 이 사례에 전형적으로 해당합니다. 예컨대 이태원참사도 마찬가지죠. 정치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넘어가고, 심지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도 자신의 수하였던 검찰을 동원해 무마시켜버립니다.

 

이남주 정치의 실종이나 기득권화에 대한 문제들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그나마 정치권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권력을 견제받고 있지만 자본이나 언론, 관료는 더 큰 기득권인데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적극 얘기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2기 촛불정부를 만들거나 근본적인 변화를 실현하려면 시민의 뜻도 모아야 하고 비전도 제시돼야 하며 무엇보다 그것을 실행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오늘(2024.1.31.)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대표 역시 검찰 기득권에 대한 문제의식들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4월 총선이나 그 이후 민주당 혹은 이재명 당대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관련하여 기대하는 바가 있을까요?

 

김용민 기득권을 해체하려면 아무래도 살아온 궤적에 기득권과 투쟁한 흔적이 있거나, 혹은 적어도 권한을 쥐었을 때 기득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그 권한을 행사했던 사람에게 기대와 희망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재명 대표는 적절한 요건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할 수 있겠고 민주당 내에서도 그런 기대가 있습니다. 범야권, 특히 민주당에서 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리더로 적절한 후보가 이재명 대표 말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고요. 다만 이대표가 행정가로서 속시원한 면모가 돋보였던 것과는 달리 정치인이자 야당 대표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아직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본격적인 정치인, 중앙무대에서 발돋움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하고 평가받는가는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백은종 저는 기득권세력이 아닌 ‘민초’가 권력의 중심에 서서 대한민국 기득권을 제대로 해체하면 좋겠어요. 정치라는 것은 생물이라서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지금 유리하다고 내일 유리하지 않고, 지금 지지율이 높다 해서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지요. 그래도 4월 총선을 한두달 앞둔 지금의 흐름을 보자면 치명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야당이 승리하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총선 이후 윤석열정부가 무너질 때까지 정권을 견제할 방법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만들어야만 하겠죠. 저는 이재명 대표가 좀더 독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표가 고난의 행보를 할 때 국민들은 함께할 거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퇴진의 방법론,

어떤 경우의 수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남주 퇴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넓어지고 있는 반면 ‘어떻게’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 퇴진운동의 또다른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퇴진이 이루어지더라도 미리 그 진행방식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박근혜정부 촛불항쟁 초기만 해도 사태가 탄핵까지 이르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항쟁 과정에서 탄핵이라는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지금도 이런 역동적 과정에 대비해 어떤 방향으로 현 정세를 타개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어요. 백대표님은 ‘3%론’을 언급하시면서 3%의 사람들이 모이면 상황이 뒤바뀐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기본적으로 촛불행동에 사람들을 많이 결집시킬수록 새로운 역동성이 만들어진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백은종 기본적으로 다수의 시민이 모이면 커다란 효과가 발생합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 5,000만 국민 중 150만명 이상이 집결했으니 3% 이상의 인구가 움직였던 셈입니다. 저는 요즘 100만 촛불, 50만 촛불을 외치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언론에 보도가 될 테고 더 많은 이들이 촛불집회를 알게 될 겁니다. 나아가 중도층을 좋은 방향으로 ‘선동’하여 움직일 수도 있고요. 박근혜정부 촛불집회 당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이러한 보도 덕분이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촛불집회가 기성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론매체가 기득권세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관행 역시 바뀌어야 할 부분이죠. 또한 다수의 시민이 모이면 여당인 국민의힘을 흔들 수 있고 그러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벌어질 겁니다. 특히나 총선을 앞두고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모인다면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을 배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촛불집회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겁니다.

 

김용민 말씀하신 바에 동의하면서 제 생각을 좀 첨언하자면, 일단 총선을 빼놓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는다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굉장히 빠르게 올 겁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긴 합니다만 더이상 행정 공무원들도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힘도 대통령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연동해 김건희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의 강력한 동력이 되겠지요. 이처럼 총선이라는 결과를 통해 현 정부의 정치적 힘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퇴진시키는 방법이 있을 듯해요. 한편으로 법적 강제력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방법은 탄핵인데요. 저는 단계적 탄핵론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곧장 주장하는 일에 민주당 의원들조차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 시행령 통치 위반 사례들을 단계적으로 고발하면 이러한 거부감이 줄어들 겁니다. 이를테면 검찰청법을 위반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늘린 시행령,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하거나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의 시행령 통치들은 법률을 위반한 탄핵 사유에 해당합니다. 이때 대통령을 바로 탄핵하는 데 거부감이 있으니 해당 장관부터 탄핵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왔던 거고요. 그전 단계로는 검사 탄핵을 들고 나왔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검사를 탄핵시켜도 아무 역풍이 없다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그다음에 동일한 사유로 장관을 탄핵시키고 나아가 대통령까지 탄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논리보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사 세명을 탄핵했고 이후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 탄핵에 대한 인식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같은 단계적 탄핵으로 검사나 법무부장관의 위법행위가 대통령과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절차와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주 대중이 모여 정권을 압박하거나 법률적 절차를 동원하는 것도 방법일 테고, 여권의 내부 분열에 의해 대통령직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출현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어쨌든 현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인식해야만 시위가 확산되고 탄핵 절차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죠. 그저 우연에 기대어 사람들이 모일 만한 상황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그간 정부가 해온 행태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 보여요. 작년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친일 행보들이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시민들의 직접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이긴 하지만 한동훈사태 역시 여권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했기에 벌어진 일이고, 보수진영 내에서도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을 높이 얘기하고 있어 이런 것들이 어느정도 시민들을 움직일 계기로 작동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또다른 주요한 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김용민 특검이 결정적인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총선 결과에 따라서 김건희특검이나 50억특검이 중요한 사건이 될 겁니다. 특검법이 통과되어 그들의 죄가 밝혀지고 기소할 상황에 이른다면 이 정권이 지속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단순히 정치적 타격만 입는 것이 아니라 특검 결과에 따라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무너질 겁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이 정권이 버티는 걸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겠죠.

 

백은종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터져나와야 합니다. 저희가 촛불집회를 하거나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혹과 부정을 집요하게 보도하는 것도 여당 내부를 흔들기 위해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겨우 3분의 1이 지났습니다. 이제 막 권력을 맛보기 시작했기에 절대 놓치려 하지 않을 거예요. 국민의힘이 권력싸움에 휘말릴 때 시민사회단체들이나 국민들이 힘을 합쳐 그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함께할 때 국민의힘은 무너지고 대통령과의 유착을 포기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길 거예요. 결국 탄핵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주체는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노동단체, 그리고 촛불시민들일 겁니다. 총선에서 승리하여 대규모 집회를 일시에 함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단체들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해서는 안 되고, 희생을 전제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연대해야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이남주 백은종 김용민 © 이영균

왼쪽부터 이남주 백은종 김용민 © 이영균

 

시국을 타개해나갈

개벽적 각오가 필요하다

이남주 현재 한국사회는 아주 비상한 국면에 있습니다. 지적해주신 것처럼 개인의 작은 이익을 넘어서 대의에 협력하고 연대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그외에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시국을 타개해야 하는지 짚어보면서 오늘 대화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김용민 윤석열정권 퇴진을 외치는 것은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복합위기를 해결할 능력조차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합니다. 예를 들어 챗GPT가 등장하고 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나 구매력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기후위기는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비하려면 기존의 질서와 사고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미래를 그리고 제대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이 정권의 문을 빨리 닫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낙청 선생님께서 2기 촛불정부를 제안하며 ‘개벽’을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윤석열정권을 조기 종료시키고 새로 들어설 정치세력은 개혁이 아니라 더 큰 개벽의 심정을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 각오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역시 개헌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고요. 국민들 또한 새 시대, 새 나라를 만든다는 개벽적 각오를 다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백은종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만의 몫이 아닙니다. 선조들이 이뤄놓은 대업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야 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참되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한층 더 매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최근 100년 동안 식민통치와 해방을 경험했고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유신치하와 군부독재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는 우리의 자긍심이지만 이 과정이 압축적으로 이루어진 탓에 여전히 극복해야 할 내부의 문제가 많습니다. 지금은 민주화의 열매를 기득권세력들이 거두어가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퇴행을 막아야만 제대로 된 나라와 올바른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함께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뭉칩시다.

 

이남주 ‘윤석열정부 퇴진’을 화두로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을 때 우려도 있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등 당연히 따라오는 물음에 답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 대화를 하면서 우선 윤석열정부가 퇴진해야 하는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각자 어떤 답을 할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법부터 묻는 것은 논의의 선후가 바뀐 것 같아요. 사실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방법론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은 듯하고요. 지금은 조금 불확실해도 이 주장에 공감대가 만들어진다면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일찍부터 윤석열정부 퇴진운동에 참여하신 두분을 모시고 대화를 진행한 것이 매우 적절한 인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윤석열정부 퇴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이야기해주셨고 여러 현실적 제안들이 제시되었고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갈 테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힘을 모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신 두분께 감사드리며 오늘 대화를 마치겠습니다.(2024.1.31. 창비서교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