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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권선희 權善熙
1965년 강원 춘천 출생. 1998년 『포항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등이 있음.
gsh6007@hanmail.net
다시, 7월
언니가 복숭아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먼 데 먹구름을 보는지
먹구름 너머 아버지를 보는지
아버지 너머 어린 여름을 보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간으로 폐로 뼈로 병을 소복이 키우고도
악다구니 지독하던 언니가
이마 발갛게 타는 복숭아처럼
그럴 리 없지만, 그럴 리 없겠지만
동그스름하게 눈새구롭게 앉아
웃고 있다
복
울 영감 내 하나 보고 동쪽 갯가로 왔지. 전라도 놈이라꼬 설움도 마이 받았다만 참말로 악착같았지. 쉰일곱에 갔으이 삼십년도 넘었다. 쪼매 더 살았더라면 싶지. 나라에서 돈 주지, 교회서 일주일에 한번씩 따복따복 반찬 날라다 주지, 논둑 무너졌다꼬 신고만 하면 퍼뜩 와가 쌓아주지, 명지한의원이고 성모한의원이고 천원짜리 한장이면 침 맞고 부항에 쑥뜸까지 뜨잖나. 그란데 우째 생각하믄 일찌감치 잘 가셨다 싶기도 하다. 동네마다 멫번이고 수술하고 비비 말라가매 버티는 목숨이 천지다. 인자는 죽는 기 무서븐 기 아이다. 가고 자파도 못 가는 기 아득한 기다. 갈 때가 됐는데 안 갈라꼬 용을 쓰는 그거이 젤로 슬픈 기다. 그라고 보믄 밥 잘 잡숫고 하룻밤 새 후딱 건너가삐린 울 영감은 참말로 큰 복을 받은 택이지. 그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