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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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安泰云

1986년 전북 전주 출생. 201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산책하는 사람에게』 『기억 몸짓』 등이 있음.

antaewoon@naver.com

 

 

 

부리

 

 

발견된 부리들. 수천수만개. 수각류의 주둥이로부터 입이 나왔어. 훗날 입들은 말하고 있었고. 부리는 먹지 않는 부위라네. 그러므로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고 발견된 곳은 무덤이라 인간이 이름 붙였고. 새의 부리에는 혈관이 있으며 물론 피가 흘렀다. 나는 눈꺼풀로 유희했다. 나를 까뒤집었다. 부리는 돋움체와 바탕체의 분별점이라고, 나는 예전에 그에게 말한 적 있었다. 예전이 있었다. 그는 이후에 발생했다. 나는 더 이후에나. 둥지를 솎아냈고 활강했다. 나는 가로질러 걸어갔다. 나는 내 이빨을 오도독오도독 씹었다.

 

 

 

작은 미더덕 작은 미더덕

 

 

작은 미더덕 작은 미더덕. 출수공으로 나갔다 입수공으로 들어왔다. 끝과 시작을 어울렁더울렁 해보았다. 물을 흔들어보았다. 커튼을 쳐놓은 채 창문을 열면 빗물이 적셨다. 나는 작은 미더덕 작은 미더덕이었다. 나는 꼬리를 감추었다. 나는 표면을 감각하고 있었다. 작은 미더덕은 둘이면 좋소. 한 화면에서 더 작아져야 하니까. 나는 둘이면 좋소. 나는 나는 내가 겹칠 수 있으니까. 유생 때 기억이 바닥에 붙어 자라났다. 나는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작은 미더덕 작은 미더덕. 나는 할머니를 기다렸어. 나는 손주를 기다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