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김뉘연

1978년 서울 출생.

2020년 시집 『모눈 지우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문서 없는 제목』 『제3작품집』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 등이 있음

kimnuiyeon@kimnuiyeon.jeonyongwan.kr

 

 

 

 

큰 나무까지다. 저기에서 다음 장소가 정해진다. 우리는 조금씩 걸으려 애쓴다. 아직 저기 갈 수 없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도 없어서. 그러면 가지 않는 것처럼 간다, 조금, 조금, 반복한다. 나무는 계속 크게 있다. 큰 상태를 반복한다. 나는 나무의 큼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꾸만 말한다. 바 꾸어 말한다. 큰 나무. 나무가 크다. 계속. 계속. 큼을 반복한다. 나는 우리와 발을 맞추려 애쓴다. 우리를 따라간다. 나는 우리와 말을 맞추려 애쓴다. 우 리를 따라 한다. 우리는 나를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조금의 걸음에 집중 하고. 약간의 걸음이 우리를 이루어가고. 있고. 나는. 나무는. 큰 나무는. 저 큰 나무는. 저기 저 큰 나무는.

 

 

 

 

 

길에서였다. 잡았던 손. 그걸 놓았다. 그걸 흔들었다. 손이 방향을 잃었다. 손가락이 사방을 가리켰다. 그걸 바라보았다. 가리켜진 사방이 일어났다. 일 어나 있었다. 사방이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손을 바라보았다. 방향 잃은 것들이 사방으로 흔들렸다.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손목을 잡고

얼굴이 손을

 

가져간다

 

얼굴에 손

손목 잡힌

 

그게 얼굴을 누빈다. 사방이 된 얼굴이

 

흔들린다

얹힌 손이

 

흔들거린다

 

그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