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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문동만 文東萬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계간 『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음.
서해
그분은 홀로 아홉남매를 키우셨다
한겨울 매서운 바닷가 한귀퉁이, 그니가 바위인지 바위가
그니인지 모르게 달라붙어 석화를 땄다
얼굴은 늘 두텁게 상기되어 밀고추장 같았다
물 마실 짬도 없이 살아서
동맥경화에 걸렸으리라는
사후의 얘기는 해풍이 아니라면
기억도 못하리라 아주 작은 여인
지게에 얹어도 한 짐도 안될 여인
차일 위로 비가 내리고
이제 곁의 돌보지 않은 무덤들이 벗 하리
뗏장을 다지는 삽날조차 곁을 떠나면
식혜를 잘 삭히던 여인은
겨울이 더없이 서러우리
비석에도 새겨지지 않는 아픈 생을
기억하라고
달라붙은 붉은 질흙과
아우성치는 서해
가난이었고 무덤이기도 한,
서해
언제나 그랬듯이
이 세상 어떤 부유물도 네 속에 거두었듯이
핏줄 막힌 이 여인도
바다가 되게 해다오
뼈다귀 해장國
뼈를 발라먹는 밤
골수까지 쪽 빨아 백골로 만드는 깊은 밤
입술은 끈적하고
뼈만 쌓이는 기름진 밤
사람들은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
뼈다귀 다섯 가마를 쌓아놓고
아직도 뼈를 발라 축성하는 중이다
은행잎은 누런 뗏장처럼 그 위를 덮고
바람은 곡처럼 휘돌다 간다
모든 게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