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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문태준 文泰俊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수런거리는 뒤란
山竹 사이에 앉아 장닭이 웁니다
묵은 독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 애처롭습니다
구들장 같은 구름들은 이 저녁 족보만큼 길고 두텁습니다
누가 바람을 빚어낼까요
서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산죽의 뒷머리를 긁습니다
산죽도 내 마음도 소란해졌습니다
바람이 잦으면 산죽도 사람처럼 둥글게 등이 굽어질까요
어둠이, 흔들리는 댓잎 뒤꿈치에 별을 하나 박아주었습니다
門
내 어릴 적 마당에 사철 감꽃 져내리는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네
사마귀 대가리를 쳐들듯 분에 차서 들어오는 식구들
흙으로 빚은 얼굴을 하고 사흘 내내 내리던 흙비
내 어릴 적 마당에 사철 불 꺼진 가죽나무가 한 그루 있었네
늙은 누에처럼 기어가던 긴 슬픔들
조왕신을 달래러 밤 새워 뜬 달
이제 모두 내보내니,
사립 하나 없는 門으로 들어와 복사뼈처럼 들어앉아 있던 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