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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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창비시선 200’ 기념 특집

 

김영무 金榮茂

1944년 경기도 파주 출생. 시집으로 『색동단풍숲을 노래하라』 『산은 새소리마저 쌓아두지 않는구나』 등이 있음.

 

 

 

새벽 강물

 

 

오늘도 강변을 걷는다. 강에는

정한수 떠놓고 무릎 꿇고

천지신명께 빌고 있는

새벽 강물

 

물결 모양 심상치 않아

유심히 살펴보니

등지느러미 끝 적시는 첫 햇살로

물살 서늘히 가르며

내 마음속 깊이

잠수하는

돌고래 두 마리

 

물결은 발밑 풀섶에 출렁이고

하늘의 어느 물가 떠나

밤새워 날아온 펠리컨들이

날개 접고 맨살의 긴 부리로

내 가슴속 수심도 재고 있다

아, 선명해라

물거울에 비치는 펠리컨 그림자

 

 

 

감사 예절

 

 

호주 토인들은

도대체 감사할 줄 모른다

비스킷, 초콜릿 몇개 주고

코카콜라 몇 깡통 주고

고맙다는 인사

아예 기대도 말 일이다

 

호주 토인들에게는

모든 것은 부족의 신들이 주는 것

매년 모여 춤과 노래로

신들에게 감사하면 그만이다

 

만인이 같은 부족의 형제자매인데

하늘 아래 모든 것 네 것이고 내 것인데

누가 누구에게 감사한단 말인가

거저 주고 거저 받을 뿐

고맙다는 말을 모른다

인간에게 감사하는 예절 아예 없으니

배은망덕도 없는,

무지개뱀의 검은 후손들

아, 황홀한 야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아무것도 없는데

땅위에 새롭지 않은 것 하나도 없는데

특허권, 저작권, 온갖 기득권

신성불가침으로 떠받드는

아, 징그러운!

선진문명의 예의바른 율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