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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양성우 梁性佑
1943년 전남 함평 출생. 1970년 『시인』으로 등단. 시집 『겨울공화국』 『북치는 앉은뱅이』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 『물고기 한 마리』 등이 있음.
하루가 천날 같아도
네 마음이 너무나도 어둡구나.
네 가슴을 돌같이 누르고
네 눈을 구름같이 가리는 것이
많으니,
네 마음이 몹시 무겁고
숲처럼 아직도 그늘이 깊구나.
사는 것 같지도 않은 네 삶속에서
겹으로 쌓인 가시 위에
날마다 거듭하여 네 몸을 던지고,
넋마저 벼랑끝에 흩날리느냐?
그렇지만 은빛 물결 출렁이는
눈물의 강에
네 운명의 작은 배를 띄우지 마라.
한가닥 거친 바람에
네 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네 모든 하루가 천날 같아도.
토함산에서
토함산 산안개 속에 혼자 서다.
함초롬히 젖은 저 나무들의 모습이
낱낱이 다른 것은,
이 산마루 바위굴에 앉은 부처의 마음이
늘 고르지 못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갈 곳 없이 떠도는 자여.
사람으로 살아서 움직이는 시간들이
영원에 견준다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참으로 우연히 이곳에 잠깐 왔다 가는
일이
왜 이다지도 고달픈가?
비 오는 날
둥지 없는 작은 새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나비들은, 잠자리, 풍뎅이, 쇠똥구리 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그리고
이름모를 풀꽃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칠 줄 모르고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문득 헤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