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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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朴興植

1956년 충북 옥천 출생. 1992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흐레민박집』이 있음. poem1080@hanmail.net

 

 

 

눈물

 

 

까맣게 탄 부지깽이로 쓴다

 

‘사물의 박차’

 

발끝으로 지우고 다시 쓴다

 

‘죽도록 사는 풍류’

 

흙을 두고 어머니가 먼저 울었다.

 

 

 

2004년 1월 18일 밤 왕십리

 

 

베트남에 일하러 간 친구가 다니러 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젊은날 혈기처럼 술은 돌았다

마누라들 웃으라고 베트남 처녀들 얘기로

베트남 풍습이며 한국에 대한 감정

중국경제 이라크 상황 등이 윤전기 돌듯 쏟아졌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슬픈 사연도 한토막 나타났다

사스며 조류독감 광우병도 끼어들었고

집값 물가 설에 고향 갈 얘기가 이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많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우리 술자리는 그랬다

잘 돌던 술잔이 내 앞에 와 딱 멈췄다

아직도 담배를 피냐고 핀잔을 주더니

이구동성 끊으라 끊으라는 공격을 해대었다

강남서 제법 번듯이 사는 친구들은

오래 잘살고 보자는 따위의 말을 했고

변두리 사는 친구들은

내 처지에 병원 다닐 걱정들을 미리 해주었다

나는 동반한 마누라들 웃으라고

베트남 처녀들은 어디가 이쁘냐고 물었다

담배연기는 얼마 뒤 다시 홀로될

친구녀석 마누라 옷에 깊이 스미는 중이었다.

 

 

 

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섣달그믐을 앞둔 불꺼진 구멍가게 맥주상자 뒤에서 기침소리가 들린다

 

소주병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 따라 들린다

 

눈은 유들유들 내리고

 

고양이 쓰레기종량제 비닐봉지를 찢어헤치는

 

이 밤은 갈 곳 없는 중년의 저 사내와 눈 밑에 딴딴히 얼어붙은 땅뿐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