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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네이스의 반인권성과 비교육성
심성보 沈聖輔
부산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교육철학 전공.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위원장, 부산교육연구소 소장. 저서로 『교육윤리학 입문』 『도덕교육의 담론』 『한국교육의 새로운 모색』 등이 있음. sbsim@bnue.ac.kr
1. 흔들리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참여정부의 교육개혁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시행하거나 교육개혁의 바람을 불러일으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개혁의 중심축을 상실하면서 정책이 일관성 없이 첫출발부터 삐걱이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씨스템(NEIS) 제도는 행정의 편리성은 있지만 학생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에 정책을 거두어들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으나, 청와대와 교육부는 NEIS를 그대로 밀어붙임으로써 인권과 민주주의를 꽃피우겠다는 참여정부의 청사진을 허물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교육부와 전교조의 협상이 깨지면서 최종결정이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화위원회로 넘어갔지만 전교조의 불참으로 NEIS 사업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행업체와의 ‘유착설’이 제기되면서 NEIS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SDS는 2001년 2월 ‘업무재설계(BPR) 보고서’를 통해, ‘CS 분산방식’을 주장한 교육부와 달리, NEIS와 같은 ‘교육청 집중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삼성SDS는 2001년 3월 교육부의 요구에 의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CS와 연계된 씨스템’으로 한발 물러섰으나, 2001년 4월부터 7월 사이에 ‘전국단위 통합씨스템’인 NEIS를 관철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CS를 고집하지 말고 업체가 하자는 대로 하라”고 노골적인 ‘지원사격’을 했다는 사실이다. 주무부서인 교육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시행업체의 요구를 전폭 수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그 ‘배후’가 구체적으로 누구였는지, 시행업체와의 사이에 모종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NEIS 써버구축과 운영 등 관련사업을 입찰하는 과정에서도 그 기준이 도중에 변경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랐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은 NEIS와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 교육의 본질을 상실케 하는 교육행정정보씨스템
NEIS란 무엇인가? NEIS는 원래 김대중정부가 전자정부 11대 중점추진과제의 일환으로 시행한 교육정보화씨스템을 말한다. 이전의 C/S(Client Server, 학교단위 종합행정씨스템)는 생활기록부 전산화의 용도로 단위학교 내에 써버를 두고 인터넷망이 연결되기 전인 2000년 12월 전국 초·중·고교 개별학교 단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운영한 씨스템이며, 내용은 교무·학사 중심이었다. 그러나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씨스템)는 학교별로 관리하던 학생과 학부모 신상정보를 중앙집중적으로 시·도 교육청에서 통합관리하는 씨스템이다. 즉 기획, 장학, 보건, 체육, 교원인사, 일반직인사, 급여, 재정, 시설, 법인, 기타 행정영역 등 교육행정 전분야를 대상으로 시·도 교육청 단위로 써버를 두고 각 학교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연결,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차이를 보면 C/S가 정보분산형이라고 할 수 있고, NEIS는 정보집중형이라고 할 수 있다. NEIS는 전체 27개 영역으로 나뉘는데, 여기에는 6000여개의 메뉴가 있다.
일례로 NEIS27개 영역 중 하나인 ‘교무/학사’ 영역은 다시 ‘학교교육과정’ ‘학적’ ‘학생생활’ ‘성적’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용도서’ 등의 세부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과거의 C/S 씨스템은 NEIS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NEIS에서는 학교에 관한 모든 정보가 아주 세세한 것까지 빠짐없이 수집·기록·관리된다. 예를 들어 ‘교무/학사’ 영역의 ‘학생생활’에 기록되는 것은 ‘특별활동관리’ ‘창의적 재량활동’ ‘생활지도관리’ ‘자격증/인증 관리’ ‘상훈관리’ ‘장학생관리’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학습지도관리’ 등이 있는데, 이 중 ‘생활지도관리’를 보면 ‘생활지도카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생활지도카드에 기록되는 내용은 부모가 양친인지 편부모인지, 종교, 교우관계, 생활환경, 요선도 여부, 요선도 요인, 사회시설 수용 여부, 사회 시설명, 결연교사, 학생특기사항 등이다. 이들 정보는 학생지도 때 외에는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무분별하게 웹상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될 성질도 아니다. 학교 밖으로 나갈 정보라는 것도 개인이 취직할 때 필요한 졸업장 정도이고 그밖에 학교 자재나 건물면적, 교육연구자료 등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보에 한정되어야 한다. 생활지도카드에 기록될 내용들은 교육자가 교육의 관점에서 행하는 평가정보로서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과 연관된,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큰 정보’이기에 교육목적으로 수집되어야 하고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수집되어야 한다. 따라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로 다루어져야 한다. 이들 정보는 교사의 교육관에 따른 ‘주관적 서술’일 수밖에 없기에 다른 교사의 ‘선입관’을 강제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통지표에는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지각이 잦음’이라고 적혀 있다. 부모님이 바빠 챙겨주기가 어려웠는지 아니면 잠이 많아 항상 늦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런 기록은 교사가 교무수첩에 기록하여 학생과 대화하고 상담할 경우 꺼내어 적절하게 참조할 필요가 있고, 교육적 차원에서 가정에 통지할 수는 있지만 만약 이를 인터넷에서 공유한다면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되겠는가? 시국사건 관련자만 신원조회에 걸려 취업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학교생활상에서 일어나는 한순간의 ‘일탈행위’도 불량행위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신상에 엄청난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청소년기의 반발과 도전을 평생 따라다니는 ‘딱지’로 낙인찍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고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정부에서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정보화는 필요하지만 교육의 본래적 기능을 침해할 소지는 없애야 한다. 그런데 NEIS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의 모든 행적을 낱낱이 누가기록하여 중앙써버에 집적하는 전자통제씨스템이기에 교육활동을 획일화하고 계량화(수치화)하는 기술공학적 씨스템으로 작동할 소지가 있다. 교사들은 NEIS의 표준화된 내용에 맞춰 교육활동 결과를 기록해야 하고, 이는 전국 모든 학교의 교육활동 내용을 표준화하고 수치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교육부는 NEIS의 기대효과로 상급기관이 빈번히 요구하는 단순반복적인 질의 및 통계자료 등을 씨스템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교원 잡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하지만, 교사의 잡무는 경감되기보다 도리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성적은 물론 가정환경, 근태, 봉사활동, 상담내용, 질병경력 등 성장과정의 거의 모든 일을 정해진 틀 속에 ‘수시로’ ‘낱낱이’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는 엄청난 고역에 시달릴 것이다. NEIS 온라인망에는 모든 교사의 교육노동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데, 이는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고도의 노동감시를 낳는다. 이를 두고 죠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빅브러더’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역기능이 있는 씨스템이기 때문에 전교조를 포함한 시민단체는 ‘NEIS’를 나이스라 부르지 않고 네이스 또는 네이즈(network AIDS)라 부른다. 전교조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가 방대한 학생의 정보를 한곳에 수집·집적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하였고,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NEIS 씨스템에 대해 사생활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하여 ‘교무/학사’ ‘입학/전학’ ‘보건’ 영역을 입력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권고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박경서 상임위원(제1소 위원장)은 “주민등록번호, 봉사활동, 진로희망, 학교단체활동, 이름 등이 학교 담을 넘어 한곳에 모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런데 NEIS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의 이라크전 파병결정에 대한 권고사항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시비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NEIS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침해 가능성을 지적할 수는 있으나 씨스템을 폐기해야 한다는 단정적인 권고는 과하지 않느냐”고 함으로써 NEIS 대결정국은 더욱 첨예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NEIS 도입 논란과 관련해 “일개 교원단체가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굴복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 없다”면서 “자신의 주장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절차 등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엔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를 포함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소속 단체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앞서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NEIS와 관련해 핵심영역 제외 등 NEIS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바 있기에 특히 그렇다. 원래 교육부장관은 전교조와의 협의를 거쳐 “고3은 NEIS체제로 운영하되 고2 이하는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은 내년 2월까지 NEIS 이전 체제로 시행한다”며 사실상 NEIS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교육부가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수용한 것이다. 꼬이고 꼬인 NEIS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낸 교육부총리의 결단을 시민단체는 높이 평가하면서 환영했다. 특히 부총리의 결단은 정보화 만능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의 논리에 의해 일어날 뻔했던 ‘학생 정보인권 침해’라는 엄청난 재앙을 미리 막아내고 국가교육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교육개혁의 중심을 잡고 효율성이나 성장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참여정부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곧이어 나온 대통령의 발언으로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대통령의 입장 변화로 교육부총리 또한 이전의 발언을 번복했고 사태는 대혼란에 빠졌다. 며칠 사이에 정부방침이 오락가락하자 국가정책의 공신력은 떨어지고 교육계는 물론 학교현장은 요동치게 되었다. 교육부총리는 “인권위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말을 거두어들이면서 교육수장으로서의 지도력에 상처를 입고 극도의 불신을 받게 되었다. 물론 교육부장관의 입장선회에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이 정부 결정을 집단 거부하고, 교총 또한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윤부총리를 믿을 수 없다며 교육부총리 퇴진을 천명하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친(親)전교조적인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불만스러워한 교총으로서는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교육부를 강하게 견제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원래 NEIS 정책을 반대했던 교총이 변화한 것도 이런 정치역학이 숨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중심체인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교조와의 합의를 파기하고 만다. 교육부총리는 전교조와의 합의안 2항인 “고2 이하는 2004년 2월 말까지 NEIS 이전 씨스템으로 운영한다”를 CS로의 환원이 아니라 수기(手記), SA(Stand Alone, 단독 컴퓨터 기록), CS(학교단위 컴퓨터 기록), NEIS(전국단위 컴퓨터 기록) 등 네가지 방식 모두 운영키로 한다고 수정발표를 한다. 교육부총리는 6월 1일 ‘네이스 시행지침’ 발표에서 “고2 이하에 대해서는 정보화위원회에서 최종방침을 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인권위의 폐기권고를 받은)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영역에 대해 일선교사가 수기로 하되, 학교 실정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SA, CS, NEIS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여 사용한다”고 했다. 국민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인권침해 항목 축소를 거듭한 결과, 보건 영역을 상당부분 제외하고 ‘성적과 행동발달사항’만 남기는 것으로 후퇴를 하였지만 ‘고2 이하에 대해서는 NEIS 이전 체제로 시행한다’라는 전교조와의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었다.
NEIS가 CS보다 안전하다는 교육부의 NEIS 강행 이유에 대해 전교조는 이것이야말로 대중을 바보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속임수라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CS에 있는 자료를 해킹하려면 전국 1만2000여개의 학교를 하나하나 들어가 해킹을 해야 한다. 그러나 NEIS는 한번이면 끝이 난다. 무엇이 더 쉬운가?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 하는 사람들은 몇개의 학교 자료는 의미가 없다. 한곳에 집적되어 있는 자료야말로 집중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보는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부터 해킹된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전교조는 교육부장관과의 합의 닷새 만에 교육부가 NEIS 3개 영역 시행중단 기간중 학교의 상황에 따라 NEIS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연가투쟁은 물론 대대적 NEIS 불복종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NEIS도 사용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해석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자,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교육부뿐 아니라 참여정부를 상대로 전면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인권단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은 일제히 교육부의 정책변화에 격렬한 항의를 했다. 전교조는 윤부총리 등 정책담당자 네 명을 직권남용 및 강요 등으로 고발하고, NEIS 거부 연가투쟁을 벌이며 NEIS를 강행하는 학교장을 고발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신상정보의 NEIS 입력을 원치 않으며, 입력할 경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자녀 정보입력 거부 학부모 내용증명 보내기’에 적극 동참하자는 자녀인권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다.
3. 감시와 선발 도구로 전락한 학생생활기록부
NEIS의 문제는 기술적 차원에서 학생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문제 발생지인 NEIS에 입력할 정보인 학생생활기록부 제도 자체에 더 큰 본질적 결함이 있다. 수기에서 SA로, 그리고 CS에서 NEIS로 바뀌어 집적되고 있는 학생생활기록부는 일제시대의 것을 해방 후에 거의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최근 생활기록부의 양식이 변한 것은 단순한 필기시험에 수행평가가 첨가된 다양한 대학입시제도의 시행 이후,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폐지된 이후인데 종합학생생활기록부(가칭 종생부) 제도가 그것이다. 전인교육의 구현 취지에도 불구하고 생활기록부는 입시 선발기제로만 사용되면서 본래 의미를 잃고 있다. 입학시험이나 입사시험에서 개인에게 문제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검열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활기록부는 일제시대 이래 ‘전과기록’처럼 감시와 처벌의 족쇄가 되어 인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의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생활기록부는 부정의한 권력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을 길들이려는 반인권적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아동의 본질을 전인적으로 이해하고 교육하는 데 방해물로 작용하는 비교육적 통제기제로 변질되고 있다. 이렇게 사찰과 검열의 도구가 될 위험성을 안고 있기에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전문적 자율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의 정보입력을 거부하거나 전자인증제의 수령을 거부함으로써 NEIS 불복종 운동, 즉 ‘러다이트’(Luddite, 기계파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벤덤(J. Bentham)이 구상한 파놉티콘(panopticon)에 빗댈 수 있다.1
따라서 ‘NEIS냐 CS냐’라는 기술적 접근 사이의 논쟁을 넘어 생활기록부를 간소화하고 종합학생생활기록부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교육적 목적을 상실하고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며 경쟁사회의 도구로 전락하여 입시선발의 전형자료가 되고 있는 내신제도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진정한 생활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민주적 삶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간의 의사소통, 민주적 관계, 대화, 신뢰가 뒷받침되고 학교의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학생생활기록부 정상화도 가능할 것이다.
4. 제2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NEIS 역감시운동의 필요
반교육적 기제로 작용하는 NEIS 씨스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것은 ‘NEIS 불복종운동’밖에 없다. 불복종운동은 학생과 교사를 통제하는 전자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 그리고 감시의 역학관계를 뒤집는 시민운동으로서, ‘역감시’의 차원에서 ‘제2의 교육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것은 도구적 근대화로 인한 효율적 정보화가 더욱 차원높은 성찰적 정보화로 나아가기 위한 제2의 민주주의 교육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NEIS 반대투쟁은 교직단체들간의 갈등을 노정시켰고 전교조의 연가투쟁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으나, 정보인권의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이제 NEIS로 촉발된 학생생활 전반의 인권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활기록부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상실한 입시제도, 엄청난 가계부담을 떠안기는 사교육, 무의미한 경쟁교육, 폭력적 체벌 관행, 주입식 획일화 교육 등에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교육적 차원에서 다시 접근해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억압적 기구인 ‘학생지도부’ 역시 일제시대 이래로 존속되어온 학교의 경찰서나 다름없는 부서이기에 폐지하고, 학생회는 ‘학생자치부’로 탈바꿈시켜 적극적으로 학교운영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지금의 학교를 참여와 자치의 민주주의 학교로 재탄생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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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놉티콘’은 일종의 원형감옥으로 중앙에서 모든 죄수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게 꾸민 구조를 말한다. 뜻대로 하면 ‘모두(pan)-본다(opticon)’란 말이다. 영국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파놉티콘은 바깥쪽으로 원주를 따라서 죄수를 가두는 방이 있고 중앙에는 죄수를 감시하기 위한 원형공간이 있다.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원형감옥 파놉티콘은 중앙의 감시공간을 어둡게 처리하여 죄수로 하여금 스스로 규율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고, 감시를 내면화하여 자기 스스로를 통제하게 하는 씨스템이다. 이것이 현대철학의 주요 용어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꼬가 그의 저작 『감시와 처벌』에서 현대사회의 감시체계를 설명하며 이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이다. 파놉티콘의 이러한 원리에 주목한 푸꼬는 1960년대부터 부상한 전자감시나 정보감시에 대한 우려 속에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면서 규율사회의 기본원리인 ‘파놉티씨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