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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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金思寅

1955년 충북 보은 출생.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밤에 쓰는 편지』 등이 있음. silentin@naver.com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 적는 것만으로

제가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고요?)

안되겠다면 도리 없지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싶어

덜덜 떨며 이 세상 버린 영혼입니다

 

*연전에 작고한 이성선(李聖善) 시인의 「다리」 전문과 「별을 보며」 첫부분을 빌리다.

 

 

 

이성선

遺筆

 

 

남은 글씨들은 고아처럼 쓸쓸하다

 

못이 앉은 중지 마디로 또박또박 이름을 적어놓고

 

어느 우주로 그는 흩어졌단 말인가

 

겨울밤 깊은 우물에 떨어지는 두레박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