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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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은 高 銀

1933년 군산 출생. 1958년 등단. 시집 『문의마을에 가서』 『새벽길』 『조국의 별』 『남과 북』 『두고 온 시』 『백두산』 『만인보』, 시선집 『어느 바람』 등이 있음.

 

 

 

비닐봉지

 

 

쪽파 두 단 담아온

검정 비닐봉지

 

빈 비닐봉지

 

도둑바람에 날아올라

저 혼자 귀머거리춤을 추더라

어쩌다가

울 넘어 흐지부지 가버리더라

 

어머니

 

 

 

껍데기에 대하여

 

 

이제 허심으로 말할 때가 되었거니와

우리 시들

우리 시인들

박한 세월에 번쩍 내세운 무리 하나둘 있었던 것을

 

그 가운데

 

껍데기는 가라

 

저 60년대 후반 이래

아직껏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입 열면

마구 나와버리는

이 뜨거운 것

 

허나

어찌 껍데기 없이

내 알맹이 온전히 살아 있으리오

어찌 껍데기 내칠수록

내 엄하고 가련한 알맹이 함부로 내치는 일 아니리오

 

최루탄 뻥뻥 터지던 거리에서 돌아와

집 한칸

방도

부엌도 미워

그 지긋지긋한 껍데기 벽짓장 확 뜯어내면

거기

온통 숨막힌 시멘트 덩어리 아니리오

삶은 진작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 아니리오

 

오늘밤 잠들기 전

껍데기 없이

오들오들 떠는 내 하얀 쌀 한톨 넋의 애원인즉

 

껍데기는 오라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