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도전인터뷰

 

전교조, 우리 교육의 대안세력인가

 

 

하승수 河昇秀

제주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저서로 『교사의 권리 학생의 인권』 등이 있음. haha9601@dreamwiz.com

장혜옥 張惠玉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경북 영주중 교사.

 

사진ⓒ이영균

사진ⓒ이영균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교육문제와 학생·아동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왔다.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인권교육도 해보고, 아동·청소년 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도움이 되고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은 지도 2년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는지 묻는다. 날로 치열해져가는 경쟁, 여전한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첨예한 쟁점인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교육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다른편에서는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논쟁과 갈등은 철저히 어른들의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 들의 ‘현재의 행복’은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비인간적이고, 학교는 여전히 폐쇄적인 공간이다. 도대체 지난 20여년간의 민주화과정에서 학교는 무엇이 변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을 보면 아직도 체벌이 가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무종교의 자유를 포함한—는 여전히 억압되고,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참여권은 말 꺼내기도 힘들 정도이다. 학교의 의사결정은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료적 조직과 교육외적 판단들이 교육을 둘러싼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다.

장혜옥

장혜옥

이런 교육현실의 한가운데 있는 주체 중 하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다. 1989년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내걸고 출범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전교조가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 주체가 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17년이 흐른 지금 전교조에 대해 우려와 실망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과연 전교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교조의 현실과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싶었다.

 

 

하승수•교육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 자기 아이만 아니라 우리 교육과 전체 아이를 생각하는 분들이 전교조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위원장님의 개인적 이력, 특히 어떻게 전교조 활동을 시작해서 위원장까지 맡게 됐는지, 살아오신 얘기도 여쭈어보고 싶군요.

하승수

하승수

장혜옥•1977년 경북 안동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에 굉장히 강압적인 입시교육이 시작되죠. 예컨대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이 전면화되면서 학생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입시지옥을 앓게 된 거예요. 그때 학교의 상징은 밤 11시까지 환하게 불켜져 있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당시 1년에 2백명 가까운 학생이 입시부담을 못 이겨서 자살했어요. 저 자신도 10시, 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강압적으로 시켜야 했지요. 체벌이 없으면 안되었고요. 그런 문제들에 대해 분노가 싹트기 시작했죠. 그런 문제의식이 여러가지 형식으로 나타나다가 모인 것이 ‘전국교사협의회’였어요. 우리 학교도 선생님들 중에 80% 가까이가 모여서 교사협의회를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노조로 전환하자마자 정부의 탄압을 받고 탈퇴를 강요당했어요. 결국 저 혼자 남았죠.(웃음) 1989년에 해직되었고 그후 지금까지 전교조와 함께 한길로 온 거죠.

하승수•그러다가 90년대에 복직되신 건가요?

장혜옥•94년에 복직이 됐죠. 지금까지 대의원도 하고 지부, 지회 단위 집행부 활동도 하고, 해직기간에는 경북지부와 본부에서도 일했어요. 그러다가 전교조 위원장까지 맡게 됐습니다.

하승수•전교조 본부에 상근하시는 분들이 많죠?

장혜옥•전임자, 상근자 포함해서 60명 정도 있어요.

하승수•지금 전교조 조합원이 9만명은 되는 것 같은데요.

장혜옥•2002년에 9만 2천까지 갔다가 지금은 8만 7천 정도예요.

하승수•그러면 그 5천명이 감소한 건 언제쯤인가요?

장혜옥•조금씩 줄어들었어요. 2006년 3월까지 줄어들었는데, 5월부터는 안 줄어드네요.(웃음)

하승수•제 아내도 인문계 고교 교사이고, 전교조 조합원인데 93년에 교직생활을 시작했죠. 그때 조합원 숫자가 제 기억으로는 2, 3만도 안됐던 것 같은데요?

장혜옥•당시 신분을 드러낸 조합원은 해직교사밖에 없었고, 드러내지 않은 조합원까지 치면 7, 8천으로 추정하고요. 후원회원이 2, 3만명 있었어요. 워낙 탄압을 받다보니까 89년부터 10여년 동안 그 정도 선이었어요. 그러다가 99년에 합법화되자마자 조합원이 6만명으로 늘어난 거예요. 그리고 매해 1만명씩 늘었지요. 이렇다보니 10년 동안 탄압을 받으면서 조직을 지켜온 약 8천명의 대오와 그 뒤에 들어온 8만명의 조합원 사이에 기대 차이가 있죠. 대의원대회를 하거나 사업을 진행하는 데서 내부갈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그런 지형 때문이에요.

99년 당시 정부가 특별법으로 합법화해주겠다고 한 데는 정치적 저의가 깔려 있었지요. 그중의 하나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실하게 실시하겠다는 것이었어요. 합법화 이후 정부가 7차교육과정부터 밀어붙이기 시작해서 99년부터 계속 투쟁할 일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격렬한 투쟁을 싫어하는 분들이 조직에서 나가고, 자기 이익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분들도 나가고, 승진에 신경쓰는 사람들도 떨어져나갔죠. 그래서 몇백명씩 계속 감소했어요. 지금은 8만 7천명까지 내려갔어요.

하승수•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해 새로 교사가 되신 분들은 최근에 가입을 많이 하나요?

장혜옥•올해도 필요한 신규교사 수가 5만명인데, 정부가 채용하겠다는 인원은 3천명이에요. 저희 조직률이 25%에 못 미치는데, 3천명의 25%라면 몇백명 수준이잖아요. 전국적으로 몇백명이라면 너무나 미미한 거죠. 신규교사 자체가 부족합니다. 지금 교사의 노령화가 매우 심각하거든요. 경기도 이외에는 신규교사가 없다시피 해요. 웬만한 지방에는 가장 젊은 교사가 30대 후반이에요. 20대는 가물에 콩 나듯 하죠.

 

참교육운동이냐 노동운동이냐

 

하승수•아까 말씀하신 대로 99년 합법화 이후에 주로 반대투쟁을 많이 해왔잖습니까? 네이스(NEIS)나 교원평가제 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떠오르는데요, 합법화 이후 7년의 전교조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전교조는 왜 늘 반대만 할까 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시민운동 하는 분들에게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 합법화 이후에 대체적인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장혜옥•여전히 갈등중이죠. 그래서 전교조 내부 선거 때만 되면 정책논쟁이 불거지죠. 한쪽은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다른쪽에서는 정치투쟁보다는 학교현장의 일상활동을 하자, 이런 충돌들이 2년에 한번씩 벌어져요. 저희가 2년에 한번씩 선거해서 대의원,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을 다 뽑거든요. 이걸 두고 보수언론은 PD니 NL이니 하는 표현을 쓰는데 그건 정말 웃긴 구도고요.(웃음)

하승수•대략 어떤 입장 차이가 있죠?

장혜옥•크게 봤을 때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는 교사니까 학교활동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러다보면 조금씩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한때는 투쟁이냐 ‘참실(참교육실천)’이냐, 반신자유주의냐 통일운동이냐 하는 논쟁도 있었죠. 노동운동이냐 교육운동이냐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사회 성격과 정부정책이 신자유주의냐 아니냐를 두고 갈등이 매우 심해졌어요. 이 논쟁이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지금은 정리가 되어가요. 참여정부 들어설 때만 해도 상당히 대립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참여정부가 하도 세게 밀어붙이는 걸 보니 이제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투쟁방식에 대한 방법론에서는 이견들이 있죠. 특히 지난 대선·총선을 거치면서 교육정책에서도 민주노동당 정책이냐 열린우리당 정책이냐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내부대립이 있었어요. 그런 속에서 정치적 색깔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사업방식에서 여러가지 차이가 나타나게 된 거죠.

하승수•전교조의 근본적인 출발은 참교육인데 이후 노동운동적인 성격이 계속 강화되어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교조가 자기정체성을 노동운동에서 찾는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혜옥•노동운동과 교육운동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란 이름에서 보듯 기본적으로 노조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당연해요. 노조운동이라고 해서 사회적 이슈와 결별할 수는 없어요. 제조업 공장에서도 사회적 의제와 결합된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물며 교사단체가 교육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이슈를 노동운동에 접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는 결국 교육의 지위와 권리하고 일치할 수밖에 없어요.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이 사회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커다란 토대라면 그런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운동성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 논란의 쟁점

 

하승수•저 역시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이 분리되고 대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논란중인 교원평가제에 대해 전교조가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전교조의 정체성에서 노동운동적 성격이 너무 강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교원평가제에 대해 전교조가 꼭 반대해야 하는지, 우리 교육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요.

장혜옥•한마디로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거죠. 저희는 교원평가제가 반교육적이라고 판단해요. 학부모들은 좋은 교사를 만들어내고, 자질이 부족한 교사를 구별해낼 수 있으니까 교원평가제가 필요하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은 일면만 보는 겁니다. 이 문제는 교육적인가 아닌가 하는 잣대로 봐야 합니다. 교사들을 채찍질하고 문제교사를 걸러내는 장치로 보는 발상 자체가 반교육적인 거죠.

저희는 이런 경쟁과 효율성 중심의 관점을 신자유주의 교육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관점의 출발은 1995년 김영삼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5·31교육개혁안입니다. 사실 처음 그걸 보고는 반가워했어요. 저도 마침 복직한 참이라 거기에 나온 많은 기조들을 살리고 프로그램화해서 현장에 적용하느라 무척 애썼지요. 그런데 그후 나온 7차교육과정을 분석해보니 이건 아니에요. 아이들을 가르고 획일화하는 것이었어요. A, B, C로 나누어서 각자에 맞는 맞춤형수업을 해라,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현장 교사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반교육적인 발상이었지요. 당시만 해도 이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의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단계였거든요. 부모의 지위가 어떻고, 아이들 사교육에 얼마나 재정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편차가 확연하게 나타났어요. 이런 상황에서 갈라서 가르치라는 것은 부잣집 아이들끼리 따로 모아놓으라는 것이죠. 10만원짜리 사교육을 받은 아이와 5만원짜리를 받은 아이, 그리고 전혀 안 받은 아이를 갈라놓는 겁니다. 5·31 교육정책의 기조는 지금까지 더 강화된 형태로 내려오고 있어요. 그래서 2001년 7차교육과정 거부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후로 사립학교법 개정, 2003년 들어 네이스 반대, 교육개방 반대 등을 했죠. 여기다 성과급이 2002년에 시도됐거든요. 그후로 성과급 반대, 지금은 교원평가제 반대, 다 반대하고 있는 거예요.(웃음)

성과급제도만 하더라도 그래요.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원리가 경쟁, 효율성, 민영화, 시장화, 인건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이잖아요. 그것을 교직에도 적용하겠다는 건데, 성과급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학교 단위에서 최고성과를 낸 사람 한명을 추천해서 성과급을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누가 최고성과를 냈는지 아무도 분석할 수 없어요. 왜? 교사의 일은 대단히 통합적이거든요.

하승수•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원평가나 성과급정책이 교육활동을 섣불리 평가하려는 문제점이 있다는 데에는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또 그것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현장 교사들을 무시한 것도 문제고요. 하지만 교육현장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나 학부모 중에는 그래도 평가는 받아볼 수 있지 않냐, 교육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교육활동에 참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혜옥•위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배가 아프다고 소화제만 먹이면 안되죠.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본질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소화제를 먹어도 낫지 않거든요. 더욱 악화될 뿐이에요. 성과급정책이 그래요. 처음엔 한 학교에서 호봉이 제일 높은 분을 추천했어요. 그 사람 봉급만큼 더 준다니까 돈이 제일 많이 나오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그리고 그걸 나눠서 회식 등을 했지요. 그렇게 2년 해보니까 정부도 이게 웃기다는 것을 알았잖아요. 그래서 2001년에 제대로 해보겠다고 지금 같은 차등성과급 형태를 내놓았어요. 저희들이 다 들고일어났죠. 어떻게 계량화해서 등급을 매겨 평가하겠다는 말이냐? 처음으로 연가(年暇)투쟁을 했어요. 그래서 90% 균등에 10% 차등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하고 2005년까지 왔지요. 그러니까 안되겠다 싶어서 그다음에 들고 나온 것이 교원평가예요. 사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본 패턴 중 하나가 교사의 사회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일 수 있어요. 단순 판매자 역할을 하라고 강요하는 거죠.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대로 판매하라는 거예요. 교육은 수요자에 부응하는 하나의 써비스업이라는 겁니다.

 

학부모와 연대하려는 노력은?

 

하승수•그런 일련의 맥락에서 교원평가제를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잖아요. 정부는 90년대 이후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관철하려는 의도를 계속 가져왔다는 건데, 그러면 그 정책을 누가 입안하고 밀어붙이는 겁니까? 정부라면 교육인적자원부 관료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장혜옥•예.

하승수•그러니까 우리가 형식적으로 민주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작동 메커니즘상 교육관료 집단과 일부 교육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소외되고 있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학부모와 교사 간의 인식차를 일부 언론에서 조장하는 측면도 있고요. 그렇게 보면 전교조 입장에서도 학부모를 설득해서 건강한 쪽으로, 즉 정부정책의 본질을 이해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협력해서 뭔가 대안을 찾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요. 교원평가제만 하더라도 부모들이 보기에는 전교조 주장이 잘 이해가 안 간다는 거죠. 그저 평가에 반대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장혜옥•그런데 학부모님들이 교원평가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정부에서 발표한 이후예요. 정부는 측근 학부모단체들을 추동해서 여론화하고 보수단체는 수구언론들을 추종하는 측면이 있고요. 그렇게 해서 전교조를 막아보자는 거니까요.

하승수•그런 학부모단체 말고 보통 학교에서 학부모로서 만나게 되는 분들 중에는 생각이 건전한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추진되면서 아이들이 경쟁에 휘말리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조차도 공교육이 뭔가 변해야 한다고 보죠. 교원평가제는 하나의 예고요. 그런데 전교조가 저렇게 반대만 하고 있어서는 안될 텐데 하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장혜옥•부모님들 입장도 굉장히 달라요. 정부에서 2005년에 한창 밀어붙일 때는 학부모 여론이 83%까지 찬성이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전교조에서 적극적으로 내용을 알려나가니까 점점 줄어서 5월에는 67%에서 7, 8월에는 50%대로, 9월에는 48%까지 떨어졌어요. 여론이 팽팽하죠. 형식적으로 보면 교사들을 평가해서 잘하도록 해보자는 것은 선의(善意)의 태도예요. 그런데 그 선의가 맞는가 틀리는가는 교사든 학부모든 심각하게 숙고해서 판단해야겠죠.

하승수•사실상 지금도 교사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상급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근무평정제도(교장이 교사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 제도—편집자)가 있고, 그런 평가에 의해 교감 승진 등이 이루어지는 권위적 구조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들까지 감안한다면, 교원평가제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평가를 넘어 자치를 향해

 

장혜옥•그냥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평가제가 이렇게 나쁘니 반대한다는 거죠.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저희는 8년 전부터 ‘학교자치’를 얘기해왔어요. 참여정부 들어 교장선출보직제(교장을 승진이 아니라 교사들의 선출에 의해 뽑는 제도—편집자)까지는 못하더라도 학교자치는 하자고 합의됐고 국회에도 발의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사립학교법 개정싸움에서 밀려 안되고 있지요. 학교자치란 학생회—학부모회—교사회가 법제화되어서 기본적인 자치틀을 갖는 거예요. 법적 지위를 갖는 거죠.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삼각축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그 안에서 상시적으로 상호 비판, 견제, 협력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하승수•그런데 그 평가라는 게 예를 들면 신분이나 급여에 영향을 안 미친다면……

장혜옥•그게 넌쎈스예요. 그럴 수 없죠.

하승수•요즘 대학들도 다 그렇게 평가를 하지 않습니까?

장혜옥•그건 달라요. 대학교원은 기본적으로 50% 이상이 비정규직이잖아요.

하승수•그것과 평가는 관계가 없잖아요?

장혜옥•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비정규직이 그만큼 두텁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승수•그런데 공무원사회는 평가한 것을 가지고 퇴출이나 구조조정 목적으로 쓰지는 않잖아요.

장혜옥•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규정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국가공무원도 3급까지는 퇴출하겠다고 이미 법으로 명시했어요. 고위직 공무원은 시작에 불과해요.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이미 그렇게 상시적 퇴출구조로 활용하고 있지요.

하승수•지금도 교사에 대한 평가를 안하는 게 아니라 상급자에 의한 평가가 있고, 그것을 승진시킬 때 반영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나쁜 씨스템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긍정적인 쪽으로 대안을 제시해서 그쪽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은가요?

장혜옥•그 긍정적인 대안이 학교자치입니다. 학교자치를 이루어 그 안에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상시적으로 되게 하는 거예요.

하승수•그렇다면 학교자치 실현이라든지, 아주 나쁜 평가나 승진제도 같은 것들을 아예 폐지하자는 구호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그게 핵심 슬로건으로 안 나오지요?

장혜옥•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하면서도 평가라는 말에 집착하고 있잖아요. 평가라는 말이 가지는 사회적 질곡에서 벗어나자는 게 우리의 취지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근무평정제도 폐지’라는 슬로건을 내놓는 순간 ‘그럼 근무평정제 대신 무슨 평가제를 할래?’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정부에서 이번에 내놓은 다면평가제가 그 대안이 될 것이냐, 또다른 대안을 내놓을 것이냐 하면서 대안조차도 평가방식에 대한 것으로 자꾸 좁혀서 사고하게 되죠. 저희의 제안은 평가라는 말에 침몰되어 있는 교육을 바꾸자는 겁니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습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몇등 했어? 몇점 맞았어?’ 이런 식이지요. 진학에 관한 것도 ‘어느 대학 갔어? 수능 몇점 받았어?’ 그렇게 되죠. 이런 평가 위주의 교육씨스템이 반교육적이란 거예요. 학생들을 그렇게 내몰다 못해서 이제는 교사까지 평가라는 결과물의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결국 교육을 다 버린다는 겁니다.

게다가 정부의 이런 모든 정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재정축소예요. 지금 중등 공교육 재정이 27~28조인데 그나마 한해 6조원의 빚이 생깁니다. 사교육비는 1년에 35조 이상이에요. 이미 사교육이 공교육을 능가해버린 거죠. 더구나 한미FTA에서 보듯 교육개방 압력도 있어 교육은 거대한 시장이 되었어요.

하승수•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이 의도하는 바 중의 하나가 재정축소라는 말씀인데, 거꾸로 그런 질문도 가능합니다. 그럼 교육재정만 확충되면 정말 우리 교육이 좋아질 수 있냐는 거죠.

장혜옥•어느 하나만으로 될 일은 아니지만, 몸 가는 데 마음 간다고 재정확대를 하려는 노력이 결국은 교육을 제대로 해보려는 것인데, 정부는 현상유지도 아니고 축소하려고 들지요. OECD 가입국가의 교육재정 규모가 보통 GDP 대비 7% 수준인데, 우리는 역대 민주정부들이 6%를 내걸었지만 4%를 넘기지 못했거든요. 3.8%까지 내려갔어요. 그런데 27~28조에 이르는 교육재정의 75%가 교사 인건비예요. 나머지 25%로 학교 짓고 냉난방기 설치하고 그러는 거예요. 얼마나 열악해요? 그래서 경직적인 교사 인건비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발상들이 나와요. 저희는 그러죠. 교육에 있어서 기본 인프라는 인간이다, 교사가 가장 기본이다, 그래서 이것은 경직성 경비가 아니라 기본경비다. 기본경비마저 줄이겠다는 발상은 공교육을 버리겠다는 뜻이죠.

 

교육위원선거, 전교조의 참패인가?

 

하승수•교육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감할 것 같습니다. 교원평가제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시각들이 존재하지만, 일단 이 정도로 하지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얼마 전에 있었던 교육위원선거에서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많이 낙선했는데요. 물론 부산 전교조의 통일학교 사건(북한의 역사서를 발췌하여 실은 통일학교 자료집을 발간한 사건—편집자)의 영향이 컸겠지만 어쨌든 이번에 성과가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장혜옥•조중동 같은 수구언론에서는 저희가 이번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하는데,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올해 처음으로 교육위원들이 연봉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연봉이 교사보다 높아요. 그러면서 나름대로 지위도 갖게 됐죠. 그전까지만 해도 무보수 봉사직이었잖아요. 무보수 봉사직일 때는 저희 전교조 교사들도 많이 나갔죠. 그런데 연봉이 책정되고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니까 가만 놔둡니까? 교육관료들이 엄청나게 진출했죠. 그리고 그들은 조직적으로 준비했어요. 그런데다 부산 통일학교를 사건화했으니 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승수•지금까지는 교육청이나 교육위원이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왔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 교육감·교육위원 직선제가 큰 변수일 것 같습니다. 유권자라고 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전교조의 주장이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해 보이는데요. 그에 따라 교육정책도 많이 좌우될 것 같고요. 그런데 정작 부모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전교조에서 뭘 고민하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장혜옥•그런데 노동자 학부모들은 직감적으로 잘 알아요.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들은 알려고 하지도 않죠. 어쨌든 수월성 교육으로 치달아서 아이가 상위권에 들어가기를 원하는데, 전교조의 교육지향이 성적과 서열을 위한 경쟁이 될 순 없지요.

하승수•경남에서 있었던 부교재 가격인하운동 같은 건 교육지향을 떠나서 어쨌든 건강한 시도 아닙니까? 그런데 지난 7월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일상적 활동 강화’를 내세운 결의가 있어서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때 전교조 논평을 보니 “일상적 활동은 늘 하던 것인데 갑자기 왜 이런 보도를 하느냐”는 취지였습니다. 전교조는 일상활동이라는 것을 늘 해왔다고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오히려 늘 잘 안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장혜옥•전교조의 역량을 감안해서 판단하면 3 대 7 정도로 볼 수 있어요. 3이 정부정책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에요. 정부정책이 우리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충돌이 있죠. 그리고 나머지 7이 참교육 실천활동이에요. 개인단위, 지역단위, 지부단위에서 갖가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부교재 가격인하운동은 저희가 89년부터 해왔던 거예요. 지속적으로 하는 거죠. 부교재를 통해 교사와 학습지회사 사이에 커미션이 오고가요. 학교에서 어떤 책을 교재로 채택하면 판매총액의 10%에서 20%를 교사들에게 주지요. 예전에는 교사 개인에게 줬다가 거부운동이 일어나니까 학년 단위로 줬다가 학교에다 줬다가 온갖 행태로 왔다갔다 해요. 이런 부교재채택료 거부운동이나 촌지 거부운동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온 그야말로 일상운동 중의 하나예요. 이번 일은 경남지부가 좀더 알차게 유통문제까지 접근하면서 사회운동으로 상승시킨 아주 좋은 사례지요.

 

학생체벌과 야간자율학습은 필요악인가

 

하승수•하지만 예컨대 체벌이나 강제 야간자율학습 같은 학생인권문제는 여전히 심각한데요. 전교조의 공식입장은 체벌 철폐나 학생인권 법안 지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단위에서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체벌이든 반강제 야간자율학습이든 공식적인 방침은 하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전교조 교사가 있는 학교에서도 실제로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그런 것에 문제제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왜 가만있느냐는 거죠. 건강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의 바람은 어떻든 교사들이 변하고 학교의 교육활동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큰 교육정책의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일상적인 면에서 잘 안되어온 게 사실 아닙니까?

장혜옥•그 이유는 잘 아실 거예요. 교육이라는 게 거대한 씨스템이잖아요. 저희가 2003년에 공식적으로 야간자율학습 폐지운동을 했고, 협상을 통해 교육청에서 협의서까지 썼지만 작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올해 서울시 교육감이 수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 백만명 먹여 살리는 한명을 키워야 한다고 강하게 들고 나오고 지역단위로 전부 모의고사를 쳐라, 법 고쳐라 하는 바람에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어요. 입시교육과 사교육이 이미 씨스템으로 고착화되어 개선하기가 참 어렵네요.

체벌도 그래요. 저희들은 인권법을 지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발의를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한반 인원이 35명, 40명이거든요. 경기도 고양시 경우에는 아직도 48명이에요. 40명이나 되는 아이들, 그것도 천차만별인 아이들을 교사 한명이 가르치려면 일정한 권위가 필요하지요. 교사의 권위라는 게 인격으로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체벌이 너무나 손쉽게 공간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거예요. 저희는 그전까지는 체벌금지에 대해 비공식적인 얘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인권법안을 발의하면서 체벌은 금지다, 아무도 하지 말자, 이렇게 공식화하니까 교사들이 너무나 난감해하는 거예요. 그것마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교사들이 대부분 그래요. 조합원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런 구조와 씨스템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돼요.

하승수•저도 학생인권에 관심이 있어서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봤는데, 거기에서 모순을 많이 느꼈어요. 공식적인 전교조의 방침은 체벌을 안하기로 돼 있는데, 현장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이 씨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걸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건 모순이 아닌가요. 교육이기 때문에 교원평가 문제에 대해 평가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서는 안된다면, 제 생각에는 교육이기 때문에 절대로 체벌해서는 안되고, 교육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밤늦도록 학교에 붙잡아둬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전교조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이런 문제에 너무 관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장혜옥•관대한 것이 아니라 역부족인 거예요.

하승수•9만명이나 되는 전교조 교사 중에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비율이 체벌을 안하고, 또 최소한 자기 학교에서는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안하도록 노력한다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별로 그런 실감이 없어요. 지도부에서 교원평가제 반대나 성과급 반대에 못지않을 정도의, 아니 그보다 큰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다면 분명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The Quarterly Changbi

 

장혜옥•그래서 저희들이 자기 존재 드러내기 운동을 하자고 얘기해요. 학교 현장에선 전교조 조합원임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해요. 일단 교사들 속에서도 싫어하고 교장들도 학교에서 전교조 활동이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체벌문제도 그래요. 아직 체벌이 자기 학교에서 용인되는 상황에서‘나는 체벌 안할 거야. 전교조에서는 체벌 안하기로 했어. 절대로 하지 마’하는 순간 그 학교사회는 분열돼요. 하는 사람이 있고 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요. 전교조의 선명성 때문에 또다시 학교는 갈등과 분열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 서로 자제하는거죠. 바로 그것이 학교자치를 주 장하는 또다른 이유예요. 학교사회가 자생적 자치력을 가져야만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춘다는 거죠. 현재의 구조와 법체제 속에서는 교장만이 자율권과 권한을 갖고 있어요.‘학교장의 명령에 따라서 교육한다’는 법조항이 바뀐 지 불과 몇년 안됐거든요.

하승수•학생들을 만나보면 교실에서의 권력자는 교사라는 이야기도 하거든요.

장혜옥•그렇죠, 교사가 권력자로 보이죠.

하승수•체벌이든 야간자율학습이든 교사가 자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고 하면 거기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The Quarterly Changbi

 

장혜옥•그런데 교사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권력자지만 정부에서 볼 때는 하급관리고, 교장이 볼 때는 자기 명령대로 따르는 부하직원이에요. 그래서 저는 교사는 경계자라고 봅니다. 경계자이기 때문에 지금 말씀하신 대로 주체의지를 확고히 갖고 개혁의 주체로 서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굉장히 많은 억압과 희생이 따라요. 그걸 극복하고 주체로 설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철저히 노예로 떨어지는 사람도 생깁니다. 어떤 교사는 학생들 시험시간에 골프 치러 가요. 또 성폭력 교사도 얼마나 많습니까? 체벌은 그래도 공부를 시키고 교실을 조용하게 만들겠다는 거지만 금전비리, 성적조작, 성추행 같은 행동을 하는 교사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버젓이 활개칠 수 있는 곳도 학교예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교사 한명만 봐도 분노하게 마련이죠. 우리의 학교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그건 해결이 요원한 숙제예요. 유럽의 학교들은 학교자치를 많이 해요. 저희가 8년째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안되고 있으니 안타깝죠.

 

값싼 사교육으로 전락한 방과후학교

 

하승수•최근 ‘방과후학교’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논란이랄까, 오해랄까 그런 것이 있는데요.

장혜옥•사실 전교조는 예전부터 각 지역에서 방과후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방과후학교를 내놓아서 이상한 꼴이 되어버렸지요. 요즘 고등학교가 논술로 몸살이잖아요. 더구나 서울대에서 논술시험안을 발표한 이후 각 고등학교에서 유명한 논술강사들을 모셔온다고 난리인데 방과후학교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도 들여온 거죠.

방과후학교에도 그런 식의 학교강좌들이 개설되면서 150만원짜리 강좌나 4,50만원짜리 강좌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건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방과후활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죠. 전교조의 방과후활동은 근본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특히 초등학교에서 출발했어요. 맞벌이부모를 둔, 학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을 학교 공간에서 교사들이 돌아가며 돌보자면서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그런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논술 프로그램 같은 것이 들어오니까 소박하게 시작했던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면 안해’ 하면서 버티곤 하죠. 그런 선생님들한테 학교장이 ‘이런 식으로 운영해라’ ‘이런 아이들을 잡아라’ ‘돈을 얼마 줄 테니까 이런 프로그램도 넣어라’ 하면서 강제하는 곳도 생겼고요. 저희는 입시 중심의 방과후학교는 안된다고 봐요. 지난 5월에 저희 나름의 방과후활동을 자생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하자며 민주노동당과 함께 방과후활동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어요. 그런 와중에 김진경(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편집자)씨 같은 분이 ‘전교조가 방과후학교를 거부하고 있다,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는 바람에 마치 전교조가 모든 방과후학교를 반대하는 것처럼 되어버렸지요. 전반적인 맥락은 다 사라지고요.

그런데다 정부의 방과후학교안을 들여다보면 그 속뜻이 학교 밖에서 사교육비가 하도 많이 드니까 학교건물을 활용하여 싸게 사교육하자는 거예요. 그런 취지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면, ‘나는 싸구려 과외는 안해’입니다. 밖에서 고액과외를 받는 아이들은 그대로고,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면피용 방과후학교만 생겨난 거예요. 그러니까 교사나 학생 모두 스트레스를 받아요. 안에서 하고, 바깥에선 바깥대로 또 해야 하니까 이중이 되어버린 거죠.

하승수•말씀을 들으니까 계속 드는 생각이, 결국 교육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관료들이 몇몇 전문가의 의견만 들어서 안을 만들고, 전교조는 거기에 문제가 있으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 악순환된다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전교조의 투쟁이 현안 대응에 머무른다면 정부에서 던지는 문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장혜옥•그렇다고 대응을 안할 수는 없죠.

하승수•그게 고민이랄까 딜레마인 것 같아요. 사회적 의제를 선점해나가야 운동하는 분들도 힘을 받고 적극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데, 계속 현안 대응에 매달리면 수세에 몰리는 국면이 많이 생기죠.

장혜옥•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면서 국가경쟁력, 사회경쟁력 등 이른바 경쟁력 담론이 전면화됐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것을 뛰어넘는 사회적 의제를 제출한다고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질까요. 그 의제란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의 이익 극대화에 맞서 사회적 공공성을 지켜가자는 건데, 과연 이것이 전교조만의 힘으로 가능하겠냐는 거죠. 저는 공공성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 표현을 2003년부터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해 4년째 외치고 있는데, 공공성이라는 담론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있어요. 50만 공공노조조직에서 사회적 공공성,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싸워보자고 올해 겨우 합의를 봤어요.

 

전교조는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하승수•어쨌든 사회운동이 사회적인 영향을 넓히려면 외부의 지지가 필요하지요. 정부나 교육관료들이 수용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전교조가 지지를 얻고 정책의 영향력을 넓혀가려면 시민사회의 지지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장혜옥•그렇죠. 일단 저희는 노조니까 노동계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죠.

하승수•그런데 노동운동 말고도, 시민사회와 전교조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거든요.

장혜옥•지난번에 전교조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스무분 넘게 모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저희에게 가장 비판적인 발언을 하신 분이 참여연대 소속이었어요. 사실 시민사회단체 중에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쪽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됐지요.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입장들을 정책화하다보니 신뢰를 잃어버렸고요. 정부나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똑같이 신자유주의를 고수하고 있어요. 경쟁과 서열을 통한 수월성 정책, 수월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평준화 해체, 더구나 자립형 사립고, 국제중학교, 국제유치원까지 세우자고 나서고 있어요. 저희들이 말하는 공공성과 민주성과는 정반대 방향이지요.

하승수•시민사회단체들도 자립형 사립고는 반대하지 않습니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도 기본적으로 사회 공공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다만 몇가지 사안에서 의견이 다른 점이 상호신뢰를 깨뜨리는 것 같아요.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기보다는 몇몇 현안들에 대한 의견 차이가 문제를 확대시키는 것 아닌가요?

장혜옥•그중 하나가 교원평가제죠. 제가 9월 한달 내내 지역을 돌면서 기자간담회, 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하고 나니 이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죠. ‘대학들도 하는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대학 구성원과 초중등 구성원은 많이 달라요. 대학 구성원들은 성인인 학생과 담당 전문분야 교수로 이루어지죠. 그런데 초중등 학생은 자기의식과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고 줄잡아 200여명의 교사를 만납니다. 그리고 학부모는 학생을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죠. 아이들은 태어나 부모와 가장 먼저 운명적으로 만나고 다음에 교사를 만나요. 교사와의 만남도 사실 운명적이에요. 이렇게 운명적이고 인격적으로 만나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성적 중심의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댄다면 인격의 관계가 깨지는 거죠.

하승수•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또다른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에서는 평가 자체는 수용하되 평가방식을 문제삼았지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장혜옥•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근시안적이에요. 학부모들의 의견과 비슷하죠. 평가하겠다고 하면 좀 긴장하고 잘하지 않겠느냐는 건데, 그런 점이 있다고는 해도 그보다는 파행적인 결과가 뻔히 보여요. 그건 이미 검증된 바 있고요. 전교조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미국, 일본, 스웨덴 등지에서 온 현장 교사와 교수, 노조활동가와 토론한 적이 있어요. 정부가 혁신사례로 스웨덴 모델을 들었는데, 스웨덴 참가자에게 직접 들어보니 사정이 아주 다르더군요. 스웨덴의 평가는 자율방식인데, 저희가 참교육 실천활동에서 해보려고 애쓴 것 중 하나예요. 지역의 교과교사들이 모여 하는 방식이죠. 교과별로 모여 순번을 정해 서로의 수업에 들어가서 점검하고 평가해주는 거죠. 이걸 우리는 평가가 아니라 ‘자율장학’이라고 해요. 서로 격려해주는 거지요. 전교조에서 ‘참실활동’으로 많이 하는 거예요. 스웨덴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데, 그런 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중앙집중적 운동방식의 문제점

 

하승수•진보적 운동조직이 중앙의 방침에 따라 펼치는 활동은 밖에서 보면 사실 부분적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나 시민 들이 보는 것은 자기 아이들 학교의 교육이 어떻고 전교조가 분회나 현장에서 어떻게 활동하는가죠. 연가투쟁이나 성과급 반납투쟁 같은 활동에 비해 학교현장에서 보여주는 피부에 와닿는 활동은 약하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장혜옥•약해요. 지금까지 정부정책과 싸우는 과정이 오래 지속되다보니까 그렇죠. 2000년에 시작해 5년간 전국적인 투쟁이 계속되었는데 우리는 사실 막아내기 바빴지요. 현장에는 고리타분한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이나 체벌을 비롯, 인권의 사각지대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위에서만 싸우는 꼴이거든요. 이제 개선해야죠. 분회, 학교 단위에서 새로운 운동들, 실천적인 운동들이 일어나야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죠.

하승수•운동의 중심을 밑으로 내리면 가능할 것 같은데,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동원하는 운동방식에서는 사실 그만한 역량을 밑으로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제의 중심은 중앙집권적이라는 점 아닌가요?

장혜옥•우리 교육 전체가 중앙집권적이지요.

하승수•운동조직은 현장중심적인 활동이 기본 아닙니까?

장혜옥•당장 정부정책이 먹혀들어가고, 그 폐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니까 그걸 차단하기 위해서는 싸울 수밖에 없죠. 구조가 그래요.

하승수•하여튼 저 개인적으로는 현장중심성이 핵심이지 싶어요.

장혜옥•그렇죠. 그게 일어나면 대한민국은 바뀌죠. 그런데 다들 그렇게 되지 못하게 하죠.(웃음) 사실은 그게 우리 사회의 기본 맹점 중 하나예요.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 조직이 다 그렇죠. 참여연대는 안 그래요? 저도 참여연대 회원이지만 회원 중 몇퍼센트의 활동가들이 움직이는 거지 다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승수•그래서 요즘 운동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지요.

장혜옥•저는 그것이 운동의 위기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고 봐요.

하승수•올바른 방식은 아니죠.

장혜옥•물론 아니죠. 올바른 시민사회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죠. 하지만 저는 그게 우리나라식 과정이라고 봐요. 오랫동안 독재를 겪었잖아요. 또 최근 10여년간은 정부가 민주적인 척하면서 자본 우위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였죠. 양극화되면서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사회운동을 할 여력이 생겨요? 저희도 어떻게 하면 생동하는 학교로 만들까, 분회를 활성화할까 갖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예컨대 교원평가를 반대한다고 할 때 전국에서 모여 반대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지회 단위로 모여서 학부모들을 만나 토론도 하고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연결시켜서 고민을 엮어가야지요. 그런 식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면서 각각의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죠.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안타깝죠. 제가 위원장을 오래 하면 그렇게 만들 텐데 1년 만에 바뀌니까 좀 어렵네요.(웃음)

 

전교조는 진보적인가

 

하승수•한가지 더 질문하겠습니다. 요즘 진보개념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가 많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 싯점에서 전교조는 과연 진보적인 조직인가 하는 질문, 또한 진보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장혜옥•진보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한발 나아간다는 뜻이겠죠. 우리 인류 역사가 만들어놓은 가치를 더 확장하고 높이는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이 진보가 아닐까요? 저는 우리 역사가 만들어온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가 사회적 권리나 권력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재사회에서 시민사회로, 그리고 민주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이 그랬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수가 향유하는 권리가 좀더 공평해질 때 진보했다고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스웨덴이 복지가 잘된 나라잖아요. 그런데 소득의 형평성이 거의 80%에요. 국민의 80%가 소득이 비슷하다는 거죠. 공정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것이 옳고, 교육도 거기에 부응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들판으로 나가는 교육을 말하지요. 경쟁교육은 산으로 몰아치는 거예요. 들판에는 장애자도 나갈 수 있고, 가난한 자도, 부자도, 소외된 자도, 열등한 자도 다 함께 나갈 수 있어요. 함께 어울리며 그 속에서 자기 향기와 빛깔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공의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 보편교육, 무상교육이어야 합니다. 이런 공공성이 실현된 교육은 세계적으로 많이 있죠. 사실 유럽이 대부분 그랬고, 대학까지 무상교육이었지요.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유럽도 부분적으로 깨져가고 있는 게 문제죠.

하승수•전교조가 생각하는 진보는 평등에 많은 중점을 두고, 신자유주의로부터 최소한의 것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이해되는데요. 그런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전교조에서 말하는 ‘인간화교육’ 즉 인간 중심의 교육이라면 학생과 아동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할 텐데, 사실 지금 중고등학생들에게 누가 너희를 불행하게 만드느냐고 물어보면, 부모와 교사라고 대답하거든요.

장혜옥•그렇죠.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기계처럼 공부만 해야 하잖아요. 부모도 욕심을 자제하고, 교사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사의 자존심과 교육철학을 인정해주는, 교육의 자유로운 실천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교육정책이 펼쳐져야 자유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죠.

하승수•현재의 교사들이 그러한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교원평가제 논란에 근본적으로 깔려 있는 질문인 것 같아요. 현재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과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런 교육을 지향하는 분들인가 하는 불신 말이지요.

장혜옥•요즘 교사들의 질이 나쁘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그 책임이 어디에 있냐는 거죠. 교사를 양성하고 임용하고 연수하는 총체적인 책임은 정부가 지고 있어요. 교사자격증도 정부에서 주고 임용도 정부가 하고 있어요. 방학이 왜 있어요? 교사를 연수하느라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 총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정부의 책임은 쏙 빼놓고 모두 교사들 개개인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죠. 그런 씨스템 속에서 교사의 질을 높이지 못한 1차 책임이 정부에 있으니, 그 책임을 인정해야 개혁방향이 잡히죠.

하승수•교사가 양성되고 임용되는 전과정, 그리고 교육정책과 학교운영의 비민주성을 바꾸는 것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교육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교사를 승진 대열에 줄세우는 교장자격증제도, 승진제도를 개혁하고 학교자치를 실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이런 문제들을 대안으로 내고 운동하는 방향은 어떨까요?

장혜옥•7, 8년 전부터 내놓고 싸워왔습니다.

하승수•여러 방안 중 하나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 말이죠.(웃음)

장혜옥•핵심 슬로건이 해마다 쌓여 12개가 됐습니다. 그런데 교원평가라는 현안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길로 못 가지요. 작년에 전교조 집행부가 중도에 물러났어요. 교원평가를 두고 하도 여론이 시끄럽고, ‘그러면 너희가 대안을 내놓아라’ 하면서 몰아대니 ‘학교자치’ 뒤에 ‘평가’라는 말을 붙였어요. 그래서 우리의 대안은 ‘학교자치평가’라고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뒤에 평가라는 말을 붙이는 순간 학교자치의 근본 취지가 퇴색돼버렸어요. 결국 내용은 내용대로 우스워지고, 형식은 형식대로 못 갖추게 되었고, 정부와 여론이 압박해대니 수용은 해야 할 것 같고, 이렇게 뒤죽박죽되는 와중에 지도부가 사퇴하는 문제까지 생겨버렸어요. 참 쉽지 않았죠. 그러나 정부가 교원사회의 구조조정을 현실화하겠다는 의도로 차등성과급과 교원평가를 구체화하려는 프로젝트를 이미 진행시키고 있으니 저희로서도 이번에는 싸우지 않을 수가 없어요. 싸워서 다소 흠집이 난다 하더라도 우리 본래의 진정성을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인정받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강단있게 싸워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함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전교조도 노동조합인 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조합원들의 다양한 구성을 볼 때, 지도부가 가지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가 안된다면, 교육현장에서 교사가 하는 각종 비교육적인 행위들도 없어져야 한다. 교원평가제가 안된다면, 체벌도 안되고 강제 야간자율학습도 안된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 내의 각종 차별(성적成績 차별 등)과 폭력(언어적·정신적 폭력 등)이 실제로 없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격과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교사는 교육활동을 통해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교육청—학교의 관료적 구조가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전교조의 공식 입장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교실에서 어떤 실천을 하는가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현장에서부터 바꾸어나가려는 노력을 조직 전체적으로 벌여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가 있다면 먼저 설득하고, 비록 그로 인해 갈등이 초래되더라도, 오히려 그런 갈등은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물론 교육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전교조만의 몫은 아니다.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크다. 그런 점에서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 모두가 늘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끝맺으려 한다. 한국도 가입해 있는 국제조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9조는 아동교육의 목표를 제시한다. 축약하면,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진전” “상호 이해와 평화, 관용, 성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유사회에서 책임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준비” 등이 주된 내용이다. 정말 우리 교육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것을 위해 각자의 처지에서 진정성있는 노력을 해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