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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영승 金榮承
1958년 인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반성』 『車에 실려가는 車』 『취객의 꿈』 『아름다운 폐인』 『몸 하나의 사랑』 『권태』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 등이 있음. gg32dang@unitel.co.kr
병술 대보름
어디로 없어질까
천국이니 지옥이니
무인도니
관념의 공간들은 이미
가득 차
갈 곳도 없구나
고향도 자궁도
유년시절도
싸이버 공간은
태초부터 가득 찬 것
태초가 이미
싸이버 공간
내 집 마련처럼
꿈의 여자도
소록도도
아우슈비츠도
새벽엔 외양간 소
키 가득 갓 푼 오곡밥
뜨끈뜨끈한 나물
제일 먼저 잔뜩 멕이고
나는 아직도
아프로디테의 엉덩이 같은
보름달 밑에서
컹컹.
보름달은
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렷다
力盡必起라는 말이렷다
아아, 보름달은
他人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노래 부르라는 말이렷다
노래 부르라는
나는
異次頓 같은 文魚
찍찍 쏘고
도망간다네
隱現잉크 같은
내 精液
내 눈물
내 피
소주병에 고이거나
두둥실 떠오르거나
21평의 유목민
내가 사는 아파트는 21평
아내는 안방에
아들은 작은방에
그리고 나는 거실에서 잔다
길에서 주워온
직사각형 파란 플라스틱 화분에
번식한 蘭을 세 개 심어놓으니
나는 그 푸른 싹 들여다보는 것이 꼭
유목민 같다
풀을 찾아 물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
“酪農業을 하십니까?”
옛날 가슴〔乳房〕이 큰 한 여인한테
그렇게 물은 것이 생각나
羊이건 염소와 야크 등등
順한 짐승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牧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