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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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黃炳承

1970년 서울 출생. 2003년 『파라21』로 등단. stepson@hanmail.net

 

 

 

판타스틱 로맨틱 구름

 

 

변덕쟁이 여자는 늙도록 이곳저곳을 흘러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남자들을 만났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소개를 늘어놓으며 판타스틱 로맨틱 언덕에서 첫아이를 뚝 떼어 만들고 이름 모를 호수와 굴뚝을 옮겨다니며 구름만큼이나 많은 아이들을 남겨둔 채 어디론가 흩어졌다 구름만큼이나 가벼운 짓이었다 어머니 없이 자란 소녀들은 어느새 주먹만한 유방을 달고 어머니를 쏙 빼닮은 얼굴로 크고 작은 고민에 빠진다 아름다운 것 비극적인 것에 이끌려 진정한 로맨스란 무엇인가 만남과 이별 눈물과 후회 날마다 수다를 떨고 솜털의 소년들은 소녀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나의 이름은 구름이다, 구름만큼이나 낡아빠진 목소리로 위대한 것 웅장한 것을 노래하느라 정신이 없다 꿈속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짓다 허문 모래성이라는 것 이미 들통났는데 창밖의 판타스틱 로맨틱 소년 소녀 들은 뭉쳤다 흩어지고 다시 뭉쳤다 흩어지며 오후 내내 구름만큼이나 시시한 짓들을 벌이고 있었다

 

 

 

아저씨 불쌍한 아줌마를 놓아주세요

 

 

도그dog는 개이다 그러나 도그가 개 아니던 시절 도그가 개! 하고 부르면 개는 영문을 몰라 너 약 먹었니? 물끄러미 도그를 바라보다가 심드렁한 얼굴로 집에 갔다 도그는 그런 개가 도무지 약 오르고 못마땅해 개! 개! 쫓아다니며 짖어댔고 개는 그런 도그가 황당하고 떨떠름하고 잔뜩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도그에 대해서 우리가 개,라고 연상하는 것을 조금만 참아준다면 도그도 개도 모든 걸 잊고 도그가 개 아니었을 당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약속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도그는 도그대로 개는 개대로 우리 그래도 될까 처음엔 망설이겠지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대로 인생을 설계할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럴 수도 있네 재밌네 약간 허탈해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마누라도 사람이지, 마치 처음 하는 생각처럼 늘 해오던 생각을 새로 하면서 도그도 개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믿으며 내친김에 미뤄둔 이혼서류에 도장을 꽝, 찍어주고 하나의 믿음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에 대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처음에는 그것이 영 어색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어색하고 못마땅할 뿐이다 자, 이제 악수 손이 금세 따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