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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신자유주의, 바로 알고 대안 찾기

 

대안체제 모색과 ‘한반도경제’

 

 

서동만 徐東晩

상지대 교수, 정치학. 주요 저서로 『북조선사회주의 체제성립사 1945~1961』 『한반도 평화보고서』(공저), 역서로 『한국전쟁』 등이 있음. suhdm12@sangji.ac.kr

 

 

1. 대안체제의 모색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에 관심이 집중되며 두 정부 모두 시장주의1 흐름에 대처하는 데서 크게 부족했다는 판단에 많은 논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나아가 진보개혁적인 연구그룹 및 싱크탱크 들에서는 시장주의에 대처하는 다양한 대안체제 모색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색들로는‘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국가론’‘신진보주의국가론’‘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사회투자국가론’‘사회연대국가론’등을 들 수 있다.2 정치적 지형에서 볼 때 이러한 모색은 대체로 민주노동당 지지 내지 여권 지지라 할 수 있으며, 과거 한국자본주의 논쟁의 NL, PD계열의 맥을 잇고 있거나 그 사이에서 중도적 입장을 표방한다고 하겠다.

앞의 논의들 가운데 남한경제만을 독자적 단위로 설정하는 일국적 모델이 세가지로 다수를 이루며, 그 속에서 남북관계의 위치는 부차적이다. 그런데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신진보주의국가론이‘한반도경제론’을,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이‘통일민족경제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모델들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서 특히 신진보주의국가론은 한반도경제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가리키는 표제를 모델의 브랜드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내용을 보면 한반도경제론이란 명칭에 걸맞게 체계의 유기적 일부로서 남북경제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오히려 남북경제관계가 신진보주의국가에 접합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느낌이다. 이제 한반도경제론은 겨우 출발한 참이며, 앞으로 진화해가야 할 길이 먼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통일민족경제론이 노동주도형 경제모델 속에서 좀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통일민족경제론이 연방제에 근접한 틀을, 한반도경제론이 국가연합의 틀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통일민족경제론은 적극적인 의욕과 많은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지만 아직 전문적 연구로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이 글에서는‘한반도경제론’을 주된 논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그 명칭에서부터 경제활동 공간을 중심으로‘한반도경제’란 분석틀을 제시한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입장은 백낙청(白樂晴)의‘분단체제론’에 입각한 남북관계의 논리를 토대로 통일과정에서의 남북연합을 상정하고 있다. 이론적인 기반을 보면, 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학의 경제통합론, 신지역주의 국제정치학의 지역협력론, 제도주의 경제학의 체제이행론, 자유주의 내지 비판이론의 국제관계론 등에 입각한 종합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진보학계의 성향은 경제관계에서는 편차가 있으나, 정치관계에서는 한반도 평화 및 남북 화해·협력의 기조에 거의 이견이 없는 듯하다. 남북경제관계나 남북경제통합을 다루지 않은 모델들도 적어도 한반도 평화를 스스로가 지향하는‘일국적 모델’이 실현되는 데 핵심적인 여건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또한 일국적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논리 가운데 일부는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이나 신진보주의국가론보다도 남북경제관계와 더욱 친화적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3

 

 

2. ‘한반도경제론’의 과제

 

앞에서‘한반도경제론’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는 했지만, 이 입장은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반도경제론이란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이론적 체계나 인식적 전제를 갖추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한반도경제론은 이론틀로서 분단체제론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분단체제론의 경제적 측면, 즉‘분단경제체제론’내지‘분단체제 자본주의론’이 빠져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4

분단체제론의 논리는 세계체제, 남북 각각의 두 체제, 이를 매개하는 분단체제 등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차원에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주된 관심사는 정치적 분야였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핵문제의 획기적 진전이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분단체제론이 경제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시의적절한 과제이다.

분단경제체제론 내지 경제분야의 분단체제론은‘분단환원론’으로 흐르지 않는 선에서 분단에 따른 남북의 역사적 경제발전 경로를 분별해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것은 경제사적인 사실 확인 및 인과관계의 정리이지만, 총체적인 차원에서 분단에 따른 희생 또는 비용을 따져보는 일이다. 해당 시점에서 일국적 경제발전을 극복하는 데 드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것도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향후 평화통일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정치전략과 유기적 연관 속에서 남북의 경제적 연계를 복원 및 형성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분단경제체제론의 토대로서 특히 중시되어야 할 학문분야는 지리학이며, 생태학은 이와 중첩되면서 새롭게 결합되어야 할 인식적 토대라 할 수 있다. 우선 분단된 남북에서 한반도로 경제적·정치적 공간을 확대하는 데 따르는 남북의 연계에 담아야 할 구체성은, 지리학(정치·경제·사회·문화·지역적 차원)의‘복권’에서 찾아야 한다. 분단이란 가장 원초적으로는 남북의 지리적 분절이며, 일국체제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끔 분단이 체제화됨에 따라 사회과학도 일국적인 학문이 되어왔다. 이 점에서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분야가 지리학이며, 분단체제하에서 가장 낙후된 사회과학분야가 된 것이다. 한국 경제학에서 지리학적 사고가 제 몫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반도경제론뿐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이나 경제통합 논의는 거의 전적으로 제도 개혁 및 통합 차원에서 다루어져왔다. 남북의 이질적인 체제와 제도를 잇는 작업은 당연하고 또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 내지 경제통합은 단순히 서로 분리된 다른 두 국가나 체제의 결합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일·한중·한미 경제관계와 남북관계의 차이는 남북이 역사적으로 장기간 분업적 연관 속에서 경제생활이 영위되어온 공간이었다는 점에 있다. 제도와 체제의 통합 차원만 다룬다면 이 본질적 차이를 무시하기 쉽다. 한반도 경제공간의‘복원’내지 형성은‘물질경제’의 연계 및 통합의 차원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경제인류학 및 경제지리학의 관점이 요구되는 것이다.

물질경제 차원에서 본다면, 남북 각각의 경제발전 수준 및 단계를 고려하여 수평·수직적 관계를 포함한 복합·중층적 분업관계 창출을 위해서는 한반도 경제지도 작성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제지도를 통해 남북의 산업은 물론 자연환경·국토·기후·자원·식생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한반도 주민들의 생산과 소비 생활이 파악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시장적 연계를 중시하되, 현시점의 남북간 시장적 연계가 매우 미미한 수준인만큼 이를 넘어선 물질적 관계가 내재되어야 한다. 현재는 세계화의 흐름이 국제적 분업관계에도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며, 좀더 생산비가 낮은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거나 가능한 한 가격이 싼 지역에서 원료와 부품 등을 조달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전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의 한반도 경제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한반도 경제지도를 구상해가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글로벌 아웃소싱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따져보는 작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또한 물질적 연계에는 반드시 생태학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는 60년 이상에 걸친 분단으로 인한 생태왜곡과 환경파괴를 바로잡기 위함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 등 전지구적 생태위기에 직면한 21세기의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남북의 경제적 연계가 시장논리에만 맡겨질 경우 남북의 압도적 경제격차는 물론 이미 개별적 발전을 이룬 각각의 독자적 단위의 문제는 시정되지 못한 채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시장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지리적 관점과 생태적 관점은 중요하며, 시장주의가 지배하기 어려운 지점도 바로 이 관점 속에 있다.

글머리에서 시장만능주의를 완화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대안모델의 모색으로서 한반도경제론이 제시된 점을 지적했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체제전환 과정은 물론이고 국가의 관리하에서 체제이행이 진행중인 중국의 최근 변화를 볼 때, 남북 경협 및 통일은 노골화된 시장만능주의가 확장될 기회가 되기 쉽다. 북조선체제는 낙후된 경제수준을 성장시켜야 하는 개발과, 파탄에 빠진 국가사회주의체제의 시장개혁화라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북조선체제가 외부에서 몰아닥칠 거센 시장의 압력에 버틸 힘은 자체에서 찾기 힘들어 보인다.

남북의 경제적 연계는 바로 북조선이 직면한 시장형성 과제와 IMF경제위기 이후 남한이 직면한 시장제어 과제가 서로 결합되어 선순환관계를 이룰 거점경제권의 창출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세계화 및 시장주의에 대응하는 지역협력 방안으로서 동북아 내지 동아시아 지역협력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지역협력으로 이어지는 한반도경제권의 형성이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연결고리이다.

 

 

3. 분단경제체제의 양상과 한반도경제권의 창출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 분단이란 오랜 역사과정에서 형성된 지역적 분업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남북 각각이 경제발전을 수행해온 것을 말한다. 현재의 남북한 경제는 45년 당시의 분단을 소여조건으로 한 초기발전에 지속적인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간 계속되고 체제화되는 가운데 고속·압축성장이 실현되면서 남북 모두 분단이란 초기조건에 대한‘초극(超克)체제’라 할 만큼 변모했다.5 스스로 분단을 의식하지 못하며 일국적 발전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상호단절이 굳어진 것이다.

경제발전에서 앞서나간 북조선은 전형적인 스딸린주의적 사회주의 공업화전략에 따라 아우타르키(Autarkie)적 발전경로를 택했다.6 여기에는 초기조건으로서 일제시대 이래의 중화학공업 기반이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외연적 발전단계에서 중앙집중적 명령경제는 위력을 발휘하기 마련이었고, 전후 50~60년대에 걸쳐 북조선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단기간에 사회주의공업국가로 변모했다. 다만 일국적 완결체제를 선호하는 전통적인 스딸린주의적 경제발전관이 지배하고 있던데다가 대외자주노선이 결합했고, 더욱이 70년대 중반 오일쇼크로 인한 외채 지불정지에 따라 세계경제와의 단절을 선택함으로써 인위적이고 과도한 아우타르키 경제가 형성되었다.

북조선의 선도적 경제발전에 위협을 느끼던 남한은 60년대 초부터 박정희 개발독재체제하에서 미국, 일본에 자본과 시장을 의존하는 대외지향적 발전경로를 택했다. 그리하여 60년대 경공업 위주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70년대 중후반 대외지향적 중화학공업화로 급속한 산업화에 성공하여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대외의존도가 큰 발전은 민주화 및 88올림픽 이후 국민소득의 증가에 힘입어 내수기반이 확대되면서 일정한 균형을 이룰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화의 흐름에 따른 급격한 대외개방으로 IMF금융위기를 맞게 되었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 88%대로 대외의존도가 심화되었으며, 거의‘도시형 통상국가’라 할 만큼, 상당한 인구규모나 농지 및 산지 면적을 지닌 지리적 조건을 도외시한 경제구조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한반도경제론의 신진보주의국가 모델은 남한경제의 과제를‘혁신주도형 경제’의 실현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마이클 포터(M. Porter)의 경제발전단계론7을 차용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전후 단계에 대한 검토를 생략한 채 이 단계만을 분리 적용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남한경제만 보더라도 선행단계가 충분히 성숙하여 다음단계로 이행했다기보다는 당시 상황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단기간에 무리하게 이행한 면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경제가 경제 규모나 단계에서 혁신주도형이란 과제에 직면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선행하는 모든 단계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측면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마이클 포터의 이론을 적용해볼 때, 남한은 초기단계의‘요소주도형’발전에서‘투자주도형’발전으로 성공적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혁신주도형’발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장애에 부딪치고 있다. 더욱이 혁신주도형 발전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지 못한 단계에서‘자산주도형’발전이 중첩되고 있다. 투자주도형 발전단계에서 지나친 대외지향적 발전에 따른 국내산업간 연관성 부족이 혁신주도형 발전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비해 북조선은 요소주도형 발전에서 투자주도형 발전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70년대 이래 정체되다가 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위기에 빠져 있다. 북조선은 과도한 요소주도형 발전이 족쇄로 작용하여 투자주도형 발전단계에서 요소주도형으로 후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경제발전전략 외에도 국가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내재적 모순이 작용한 것이 더욱 근본적인 요인일 수 있다. 여기다가 90년대 이후 시장개혁과 경제개발의 이중적 과제에 직면했으나, 어느 쪽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남북한 경제의 현실에서 한반도경제의 형성이란 남북 각각의 일국적 발전에 수반된 기형성을 시정하면서 각각의 발전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분업관계를 창출함을 뜻한다. 한반도경제의 잇점은 남북한과 주변국 동포 등‘8천만명+알파’규모의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내수기반의 형성에 있다. 나아가 이는 한반도 통일을 시야에 둔 경제공동체 형성의 과정이자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의 일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북조선체제의 급격한 붕괴를 피하고 장기적인 통일과정에서 점진적 개혁으로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관건적인 일이다.

남북의 발전단계 격차를 고려할 때 경제적 상호연계에는 수평적·수직적 분업의 양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직적 분업관계에서 북조선의 노동력과 토지공간 등 생산요소의 공급은 남한경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남한 자본주의가 북조선의 시장개혁 및 발전의 촉매가 되는 상생협력관계 조성이 과제가 된다. 물론 남한경제의 필요에 따른 낙후부문의 구조조정 및 설비이전만이 지배적인 유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북조선뿐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수직적 분업뿐 아니라 첨단산업의 형성을 기하는 수평적 분업관계 창출도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4. 시장만능주의와 남북관계

 

남북 경제협력은 시장논리와 정치논리의 연계관계로서 성립할 수 있다. 정치논리란 일차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경협이 직결되어 있다는 방향에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어 북미·북일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북조선은 대외적으로 전면개방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며, 북조선체제의 안전보장에 대한 위협은 미국 못지않게 남북관계에서 오게 될지 모른다. 동서독 통일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장기적인 시야에서 한반도경제가 상정하는 남북 경제통합도 남북의 국가적 독자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생산요소의 측면에서 북으로부터 남으로의 노동력 이동의 자유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 점에서 북조선체제 유지의 안전판으로서 남북 국가연합은 북조선의 개혁·개방을 보장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남한경제에서 압도적으로 작용하는 시장논리만으로는 남북경협 및 한반도경제가 성립할 수 없으며, 이는 남북 각각 및 공동의 정치전략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토대로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함께 확대될 남북 경제협력은 북조선경제에 대한 산업정책적 고려 없이는 북조선 경제기반의 완전 폐기로 이어지는 완전재편론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 시장의 가치기준으로 북조선 산업시설은 거의 채산성이 없으며, 시장논리에만 맡길 경우 북조선 경제기반이 전면붕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에의 남한기업 진출이나 임가공방식에 따른 남북경협은 한계상황에 처한 남한기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값싼 임노동과 부동산가격을 잇점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남북경협만으로는 시장만능주의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물론 남북경협도 시장논리를 벗어날 수 없으며, 당장은 남한경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할 투자처로서 지속가능한 남북경협 분야의 창출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남한 자본주의의 노동유연화와 북조선 저임금 노동력의 활용이 결합하여 남한 노동계급의 이해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의 경우 북측 인력의 경쟁상대는 중국이나 동남아 인력이며, 남한 업체가 그쪽이 아닌 개성으로 감으로써 남한지역의 고용상태와의 연계효과도 있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북조선이 처한 형편에서는 이마저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할 수 있고, 한계상황에 처한 남한 중소기업의 처지도 절박하다. 다만 남한 노동계급의 이익과 남북경협의 상충관계를 타개할 길은 총체적인 성장 차원에서 남한경제와 북조선경제의 선순환관계 창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첨단산업도 포함하여 북조선의 시장개혁 및 경제발전과 연계한 체계적인 투자계획이 불가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측면에서 남북경제관계는 시장만능주의의 확장 기회이자 시장만능주의의 견제 통로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5. 경제지리적 관점

 

남북 각각의 새로운 분업관계 창출을 위해서는 국토공간의 인위적 분단에 따른 남북의 경제발전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북의 분단경제체제는 농업 희생을 통해 공업중심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분단 당시 농업국가였던 남한은 요소주도적 발전으로서 쌀 자급체제는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남북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식량공급자 역할을 했던 해방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남한만의 쌀 자급은 엄연한 후퇴였다. 이에 반해 북조선의 중화학공업 체제도 요소주도적 발전이었다. 30년대 일제하에서 공업기반이 갖추어졌기에 가능한 발전이었다.

그러나 남북 각각은 분단상태 아래에서 단절된 부분을 독자적으로 메우기 위해 무리한 완결체제를 지향한 면이 있으며, 그 반대로 핵심요소를 쉽게 포기한 면도 있다. 70년대 남한의 수출지향적 중화학공업화에 따른 국내의 산업적 연관성 결여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북조선은 무리하게 식량자급을 꾀한 나머지 좁은 경지면적을 확장하기 위해 70년대 대자연개조사업에 나섰고, 이는 일시적으로 북조선 농업의 일정한 발전을 이루기도 했으나 결과는 농업 파탄이었다. 또한 북조선 산업은 대내적 연관성은 확보했으나 대외 연관성이 극도로 결여되어 상당한 고비용 및 비효율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분단에 따라 남북 공업의 지역적 특성도 크게 변화했다. 남한은 미·일과의 경제적 연계에 의존한 나머지 태평양지향적 공업입지를 갖추게 되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는 영호남 지역차별의 물적 토대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북조선은 대륙지향적 공업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일제의 30년대 공업화가 만주침략을 목적으로 한 것이란 초기조건에 6·25전쟁 이후 미군의 공격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리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남북 경제발전에서 분단체제적 특성은 그것이 경제논리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안보논리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70년대 박정희정권의 중화학공업화는 당시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 전망 속에서 방위산업 육성이란 과제와 직결되어 있었다. 남한의 핵발전소 건설도, 중단되기는 했으나, 핵무기개발 계획과 연관되어 있었다. 이는 북조선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는데, 60년대 군수산업 육성은 중화학 기반을 토대로 추진된 것이며, 폭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장시설이 오지에 입지하거나 지하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걸쳐 북미 대립의 원인이 되는 북조선의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개발 추진도 경제안보화의 일면이다.

경제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생산분야에서 남북 경제협력은 일차적으로는 남북의 동일 산업들을 비교하여 상호연관을 짓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남북의 경제단계 및 기술격차를 감안할 때, 북조선의 비철금속을 중심으로 한 지하자원 이외에 남한경제에 직접적인 이익이 될 만한 분야는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남한 경공업물자 지원과 북조선 지하자원 개발의 결합은 이러한 북조선경제의 실태를 감안하여 어렵게 찾아낸 선순환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밖에도 기술 및 노동력, 공장부지 등 생산요소의 제측면에서 남북의 동일 산업간 연관관계의 잇점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국토공간의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경제의 형성은 분단된 남북 각각에 갇혀 해양과 대륙에 치우친 국토계획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대륙, 해양을 시야에 둔 균형있는 국토공간 활용의 길이 열리게 될 것임을 뜻한다. 우선 남북을 잇는 여러 수준의 국지적 경제권 형성을 꾀할 수 있으며, 예컨대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진전된다면 개성-파주-수도권을 잇는 경제권이 형성될 수 있다. 더 넓게 보아 남북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포괄하는 환(環)황해, 환(環)동해 경제권 등 지역협력과의 연계로 이어진다면, 남한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서해안 및 동해안 일부 지역이 거꾸로 새로운 발전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남북을 잇는 물류망 건설을 남북의 산업적 연계와 연관시키는 종합적 계획이 구상되어야 하며,‘철의 씰크로드’발상에서도 나타나듯이 이는 동북아시아 지역협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남한의 수도권 분산을 위한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남북경협과 직접적인 관련 아래 추진된 것은 아니며 현재 부동산값 폭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으나, 남북 지방연계의 계기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점에서 철도·도로 등 대북 인프라 건설지원은 남한 부동산거품의 연착륙 및 건설자본의 순조로운 구조조정의 출구라는 관점을 적극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초토건국가(超土建國家)화가 분단으로 인한 국토공간의 기형적 활용과 일정한 연관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를 단순히 남한 자본의 모순을 북조선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남한에서는 비생산적일 수 있는 분야가 북조선에서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남북간 선순환 분야의 창출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남한에서 난개발 및 환경파괴의 주역이 토건자본이었다는 반성을 통해 남한에서 진행되었던 부정적인 개발방식을 친환경적·생산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핵 및 미사일 개발문제로 북조선의 군수산업이 낙후한 경제수준에 비해 비대화되고 있는 문제는 널리 인식되고 있다. 이에 반해 남한 자본주의가 갖는 군사 케인즈주의의 실태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인식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면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서 남북 군축은 남북 각각의 군수산업을 민수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포함하게 될 것이다.

 

 

6. 생태적 관점

 

생태적 관점의 의의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재앙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남북 평화와 통일의 정서적·지리적 정체성 차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남한의 시장논리에 따른 난개발이 환경파괴를 몰고 왔다면, 북조선의 국가사회주의 중앙집권형 경제는 남한보다 더욱 심각한 자연파괴를 초래했다고 여겨진다. 그 실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과거 구소련 및 동유럽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환경훼손은 자본주의체제보다 훨씬 심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북조선의 실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분단체제하 남북 경제발전에 따른 생태계 파괴는 허용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우선 한반도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서적 정체성의 회복과 형성에서 생태적 관점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분단에 의한 삶의 공간 및 자연의 단절, 6·25전쟁 과정의 극심한 파괴는 남북 주민들의 정서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남북 각각의 경제규모가 분단으로 떨어져나간 만큼 축소되었다고 해도 각각의 공간 활용은 관성을 갖기 마련이고, 결국 분단에 따른 무리한 국토공간 활용은 산업 및 도시 공간의 부족을 초래했다고 생각된다. 주민이동의 자유가 없는 국가사회주의체제의 속성상 북조선에서는 도시로의 과도한 집중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남한에서는 수도권 일극집중이 극심한 폐해를 낳기에 이르러 노무현정부에 와서는 수도 행정기능 중 일부의 이전을 추진하게 되었다. 또한 남북 모두 지리적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과도한 자연개조에 나서게 되었다. 농지확장을 목적으로 서해안 일대에 방대한 간척지를 조성한 것은 남북 모두가 마찬가지였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북조선은 옥수수농사용 계단밭을 조성하기 위해 산지까지 개간하기에 이르렀다.

남북의 공업일변도 발전이 가져온 생태적 결과도 심각하다. 남한의 도시 과잉집중은 불균형발전 정책에 주된 원인이 있지만, 분단에 따른 주거 및 산업 공간 부족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 남한에서는 농·산촌에 대한 도시자본의 지배, 건설자본의 과잉에 따른 초토건국가화가 지역의 난개발을 확산하기에 이르렀다. 남한의 부동산값 폭등이 잘못된 주택정책에 기인한 바 크지만, 분단에 따른 국토공간의 기형적 활용과도 일정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남북의 자연조건을 초월하는 개발도 남북간에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남한의 골프장 및 스키장 건설은 환경파괴의 측면을 생각지 않더라도 기후 및 지리적 조건에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반면에 북조선은 토지의 무리한 농지화로 풍부한 관광 및 산림 자원을 훼손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리적 조건상으로는 남쪽의 농지화, 북쪽의 레저시설 건설이 더 적합할 수 있다.8

따라서 남북 환경협력은 남북관계가 생태적 관점에서는 공동운명체임을 확인시켜줄 가장 핵심적 분야이다. 물론 남북 환경협력에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낙후된 북조선의 경제개발에 대한 의욕은 남한이나 외부에서의 환경보호 압력과 상충될 소지가 크다. 쿄오또의정서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남북관계에서도 첨예하게 벌어질 수 있다. 미약하나마 북조선 나무심기운동 등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지만, 북조선의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는 작업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경협력은 새로운 경제가치를 낳는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쿄오또의정서가 발효된다면, 남북 환경협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남북거래를 매개로 새로운 차원에서 각광받게 될 것이다. 남북 환경협력으로 환경산업이라는 첨단산업 분야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으며, 남북 농업협력도 산업경제의 차원뿐 아니라 환경협력의 차원에서 새롭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7. 덧붙이는 말: 한미FTA와 ‘도시형 통상국가’

 

노무현정부는 한미FTA를 추진하여 협정문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 낳은 정책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IMF금융위기 이후 크게 달라진 남한경제의 구조적 귀결이란 측면도 지니고 있다. 이미 90년대부터 경제개방의 흐름 속에서 농림수산업 및 관련산업은 지속적으로 몰락과 황폐화의 길을 걸었다. 나아가 수도권 및 도시 집중도 전국의 수도권화라 할 정도로 심화되고 있었다. 여기에 경제위기 이후 대외부문의 과도한 비중이 결합되어 남한은‘도시형 통상국가’의 길을 지향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남한경제는 IMF금융위기를 거치며 수출입 합계가 GDP의 54.4%(1993년)에서 88.6%(2006년)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97년(67.9%)에서 98년(84.1%) 사이의 상승이 한국 경제구조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실태는 인구 1억 2천만 규모인 일본경제의 대외의존도가 20% 미만인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그 이면에는 준비 없는 개방에 따른 내수기반의 급격한 붕괴라는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더욱이 수출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그 성장과실이 중소기업 성장 및 일반 국민소득 증대로 귀결되지 않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남한경제는 국민경제의 내적 연관성을 상실하고 외적 연관성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남한경제에서 국민경제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영미식 주주중심 자본주의체제의 방향으로 금융산업이 재편됨에 따라 경제가 급속히 금융화하며, 장기적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비생산적 건설자본이 이상비대화(초토건국가화)하여 자산소득에서 부동산 가치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게 되었다. 이는 사회적 격차 확대와 계층간 불균형 심화를 낳으며, 경제선진화에 요구되는 복지·문화 예산 증액 및 자본형성에 심각한 제약이 되고 있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일어난 것은, 졸속적인 추진과정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그것이 한국경제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있다.

나아가 한미FTA가 발효된다면 남북경협의 독자성 및 한국정부의 대북 산업정책적 자율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협상은 한국정부가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한 것이지만, 그 결과는 유동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생산품의 남한제품 인정은 북핵문제 해결시까지 유보되어 있으며, 그 시점에서도 노동과 인권 등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는 북조선체제의 성격에 관련되는 사안으로 오히려 남북경협을 미국의 대북정책에 얽매이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소지를 남기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정부 제소제도 등 그밖의 독소조항이 한국정부의 대북 산업정책적 자율성에 부정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한미FTA졸속비준을 막기 위해 철저한 검증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부정적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또한 이에 그치지 말고 남북 경제관계를 포함하여 좀더 근본적 차원에서 대안체제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살려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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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에서도 신자유주의보다 시장주의 내지는 시장만능주의란 용어를 쓰기로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으로는, 김기원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시장만능주의인가」, 세교연구소 심포지엄‘신자유주의시대, 대안은 있는가’(2007.7.13) 발제문 참조(본지 이번호 특집에 수록됨-편집자).
  2. 한겨레신문이 진보학계의 대안모델 모색들을 기획연재로 정리·보도했으며, 이 글에서도 이를 토대로 다루기로 한다. 이들 내용을 볼 수 있는 저작으로는, 신영복·조희연 엮음 『민주화-세계화‘이후’한국민주주의의 대안체제 모형을 찾아서』(함께읽는책 2006), 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한반도경제론: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아서』(창비 2007), 박세길 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시대의 창 2006), 진보정치연구소 『미래공방』 2007년 3-4월호, 임채원 『신자유주의를 넘어 사회투자국가로』(한울 2006) 참조.
  3. 이정우(李廷雨)는 유럽형 사민주의 모델이 한국경제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서 남북문제의 해결을 감안할 때도 정치지형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정우·최태욱 「도전인터뷰: 한국사회, 시장만능주의의 덫에 걸리다」 『창작과비평』 2007년 여름호.
  4. 박현채(朴玄埰)의 민족경제론은 분단경제의 극복을 통해 통일민족경제를 지향한다는 전제하에 분단경제를 체계 안에 포함하려는 의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학문적 체계로서 갖추어져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유일한 연구로 재일동포 학자 정장연의 작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鄭章淵 『韓國財閥史の硏究: 分斷體制資本主義と韓國財閥』(東京: 日本經濟評論社 2007). 정장연은 남북의 경제적 단절 외에 식민지시대에 형성된 일본과의 경제적 분업관계의 단절도‘분단체제 자본주의’ 형성의 핵심적 계기로 본다. 그러나 정장연의 작업도 남한경제에 한정된 시작단계에 있으며, 북조선 경제발전까지 포함하여 남북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5. 초극체제란 정상적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을 비정상적으로 뛰어넘었다는 의미에서 성취가 큰 만큼 그에 따른 모순도 못지않게 큰 체제라는 뜻이다.
  6. 북조선의‘자립적 민족경제’는 당초 일정 수준의 국제분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나,‘주체경제’를 주장하는 단계에 이르면 거의 자급적인 폐쇄체제와 다름없이 극단화되었다.
  7. M.E. Porter,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New York: Free Press 1990. 포터는 기술 및 생산성의 발전에 따른 경쟁력의 우위를 기준으로 국가의 경제발전단계를 요소주도형, 투자주도형, 혁신주도형, 자산주도형의 단계로 구분했다. 천연자원과 반(半)숙련노동력 같은 기초 요인, 세계시장에서 유용한 최적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투자 및 저렴한 숙련노동력이나 현대적 시설 같은 고차 요인, 기술도입보다 신기술 창출 및 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의 창출과 산업클러스터 형성 등 혁신 요인, 경제적으로 풍요한 상태에서 축적된 부의 주도라는 요인 등이 각 단계에서 경쟁력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지리학계에서는 박삼옥(朴杉沃) 『현대경제지리학』(아르케 1999)이 포터의 경제발전단계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나, 한국경제와 관련하여 이를 검토하고 있지는 못하다.
  8. 최근 정부가 내놓은 농지 전용 반값 골프장 건설안은 남북한 전체를 시야에 둔 국토공간 활용이란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계획의 경우도 국토공간은 물론 기후조건까지 고려할 때 남한의 단독개최는 무리한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