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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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高銀

1933년 군산 출생. 1958년 등단. 시집 『문의마을에 가서』 『새벽길』 『조국의 별』 『남과 북』 『두고 온 시』 『백두산』 『만인보』, 시선집 『어느 바람』 등이 있음.

 

 

 

아침

 

 

떠올랐것다

그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져버릴

해가

그런 줄도 모르고

오늘도

천동설(天動說)의 그것으로

떡 하니

칠현산 허리에 떠올랐것다

 

부재가 과거의 실재이기보다

실재가 미래의 부재인가 으흐흐흐

 

그 햇빛이

1억 5천만 킬로미터의 저켠에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허위단숨 와

우리 집 마당

제멋대로인 살구나무 가지들 사이를 경유

내 문맹의 가슴 메리야스를 뚫고

네대여섯대 갈비뼈한테 두근 반 세근 반 와 있것다

 

방금 나는 휴대폰 전화를 받는다

아이고 자네로군

김승훈 자네의 혼령이로군

 

저승의 세모시 목소리는 햇빛이 아니라

수묵(水墨) 달빛이로군

 

또 보세

 

 

 

선술집

 

 

기원전 2천년쯤의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쉬’에는

주인공께서

불사의 비결을 찾아나서서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터무니없는 황소도 때려잡고

땅끝까지 가고 갔는데

 

그 땅끝에

하필이면 선술집 하나 있다니!

 

그 선술집 주모 씨두리 가라사대

 

손님 술이나 한잔 드셔라오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굴랑은 돌아가셔라오

 

정작 그 땅끝에서

바다는 아령칙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