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이성복 李晟馥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1977년『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남해 금산』『호랑가시나무의 기억』『아, 입이 없는 것들』등이 있음. ysb@kmu.ac.kr
來如哀反多羅 1
초록을 향해 걸어간다
내 어머니 초록,
초록 어머니
가다가 심심하면
돼지 오줌보를 공중으로 차올린다
(하늘의 가장 간지러운 곳을 향해
축포 쏘기) 그리고 또
가시나무에 주저앉아 생각한다,
사랑이 눈이었으면
애초에 감아버렸거나
뽑아버렸을 것을!
삶이여, 삶이여
네가 기어코 원수라면
인사라도 해라
나는 결코 너에게
해코지하지 않으리라
來如哀反多羅 2
이 순간은 남의 순간이었던가
봄바람은 낡은 베니어판 위
덜 빠진 못에 걸려 있기도 하고
깊은 숨 들이마시고 불어도
고운 먼지는 날아가지 않는다
깨우지 마라, 고운 잠, 고운 잠
눈 감으면 벌건 살코기와
오돌토돌한 간처녑을 먹고 싶은 날들
깨우지 마라, 고운 잠, 나는 아무래도
남의 순간을 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