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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심호택 沈浩澤
1947년 전북 군산 출생. 1991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하늘밥도둑』『최대의 풍경』『미주리의 봄』『자몽의 추억』등이 있음. shimht@wonkwang.ac.kr
源水堤1
환자는 담담한 기색이다
신장투석을 해보았자
상태가 호전되기 어려울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며
고기는 물지 않는다
낚시가방은 고래같이 장한데
몸 아픈 한량에겐 피라미 한마리
일없다는 것인지
꺼질 거라던 생명의 불꽃
언제 꺼지나
만나면 우스개를 일삼던 친구도
입질이 뜸하다
과자라도 씹으면서 좀더
지켜보자는 저수지
물풀 속 어디선가 황소개구리가
파이프오르간의 D를 누른다
오골계도 키우다
닭을 키우면서 두어마리
오골계도 키우면 나쁠 게 뭔가
저희끼리 적이었다가
이내 다정한 동지였다가
철부지 새각시처럼 노니는 그것들 곁에
새삼 다가가 슬그머니
굽어다보기를 나는 즐기네
머잖아 수탉하고 관계도 할 겁니다
삼례 닭집 주인은 귀띔했으나
아직은 두고 볼 일이지
암탉들 핍박에 쫓기기도 바쁜 터이니
부리에서 발톱까지 까만 그것들
지켜보고 있을라치면
두충나무 잎에 듣는 빗소리마냥
뭐라 뭐라 구시렁구시렁 투정하다가
이따금 한번씩 부서진 오보에 소리
사람마음 제법 건들기도 하지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조금 후에는 암탉한테 혼날지도 몰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인지
괜시리 쓰잘데없이 겁 많고 부끄럼타는
암컷 오골계 두어마리
놀부네 헛간 같은 닭장에 두고
들여다보기를 나는 즐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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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익산의 한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