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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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愼鏞穆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가 있음. sinym74@hanmail.net

 

 

 

허공에서 감자를 캐다

 

 

해의 알, 눈 감을 때만

보이는 검은 알

붉은 줄기에 달린 감자,

캐러 간다

눈 뜨면 불타는 감자밭

(아이들이 허공에 대고

감자를 먹이고)

눈 뜨면 환하게

재가 되는 감자밭,

눈 감고 간다

죽은 친구를 불러 간다

잠든 애인을 깨워 간다

바람 이파리 바람 이파리

볕 쨍한 대낮 공원,

목숨이 호미 같다

내일은 비

호미날처럼 꽂히는

비, 감자알 같은

가슴팍을 내리치리라

 

 

 

종소리

 

 

종소리, 이승에 던져진 타래

종소리, 귓구멍마다 꿰는 실.

담 아래 감나무

한뼘 가지 사이를

새가 재게 난다

가슴속에도, 뼈의 가지를

총총총 옮겨 앉는 새들,

담 너머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이

이레마다 한땀씩 바늘처럼 드는 곳.

누가 나무를 종루(鐘樓)로 알고

새들을 불러 앉히는가-삶이,

새 몸에 종소리를 깁는가-죽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