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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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1951년 대전 출생. 1997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저 석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등이 있음. dolbuchei@hanmail.net

 

 

 

세상의 다른 아침

 

 

저녁 나무는 집을 짓는 대신 새를 꿈꾼다지요 그러면 저녁 새들은 나무의 꿈속에 깃듭니다 만리 밖 투루판, 속에 새를 품고 나무가 환히 우는 아침을 만났습니다 그런 나무들 양쪽으로 쭉 늘어선 길.

 

먼저 살수차가 융단을 깔아나가자 흰 수건 머리에 두른 위구르 여인들, 초록잎 달린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습니다 아니, 여기가 사막 한가운데 아닙니까 구름 한점 없는 하늘 대신 웬 물을 땅에 뿌린답니까 당신은 잠깐 어리둥절 새.

 

무슨 양털뭉치 가슴에 품은 사내, 저만치 길 건너오더이다 눈길 떼면 금방 날아가버릴 듯, 서너 발자국에 한번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이쪽으로 건너오더이다 버스도 트럭도 아닌 차들 달려와 경적도 없이 멈춰서고 거기, 눈동자들 반짝 빛났습니다.

 

………

 

가까스로, 그게 포대기란 걸 눈치챈 당신은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환히 울어보셨습니까.

 

 

 

기러기

 

 

다저녁때 하늘에서 내려온 수백개 섬들 가느다란 목을 제 죽지에 묻고 잠드는 밤 여러번 지나갔다 그래, 날개 접으면 새도 섬이 되는 줄 겨우 알았다.

 

섬 주인네 편케 자라고 일찍 불 끄고 누운 밤, 물결 높고 새도록 눈 내려 일렁이는 섬 등에 눈 섬 하나씩 더 얹혔다 새하얀 징검다리 생겼다 그제야, 호수 건너 마을에 만나야 될 사람이 간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