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문태준 文泰俊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등이 있음. tjpmoon@hanmail.net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 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추운 옆 생각
족제비가 뒤를 돌아가는 소리도 들릴 만하게 조용하고 무섭고
세상의 모든 검은 열매를 모아 즙을 내놓은 듯 캄캄하고
누군가 마당에 문득 들어선 듯 굵은 눈이 막 듣고
너는 누이의 몸에서 이불을 끌어내려 너의 곯은 배를 덮고
너의 아버지는 꺼져가는 새벽 아궁이에 긁은 산솔잎을 지피고
너의 아버지는 소의 등에 덕석을 올리고 낮에 기운 털옷을 입히고
옆이라도 이런 옆은 없었으면 싶게 옆이 어는 날에는
곯은 너의 배와
너의 아버지와
막막하게 추운 하늘을 소의 눈알처럼 끔벅끔벅 올려보던 굵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