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임선기 林善起

1968년 인천 출생. 1994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호주머니 속의 시』가 있음. jhl@yonsei.ac.kr

풍경

눈이 내린다

눈 속에는

시인이 되어가는 소년이 있다

가야 할 나라가 있다

윤이상

라디오 프랑스 앞 포석들이

비에 젖고 있던 밤

작은 홀은 어둠 속에 충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키 작은 피아노가 한 대 무대 한 켠에 피어 있었으나

아무도 열지 않았고

연주자가 작은 피리를 들고 조명 속으로 들어와

소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구겨진 몸을 챙겨 감옥 밖으로 나오는 소리

모든 것이 일순 소리에 이끌려 휘어지고

무대가 닫히고

어두운 거리 불빛들 번들거리는 포석 위에서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때 휘어진 강은 다신 돌아올 수 없게 휘어져 기억 속을 떠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