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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 현장

 

지방연합정부 실험과 그 평가

경상남도 민주도정협의회

 

 

임근재 任根宰

경남도청 정책특별보좌관. geunjae@feelgn.net

 
 

1. 경남의 연합정부 구성과정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경상남도 도지사에 출마한 야권단일후보인 무소속 김두관 후보와 집권여당의 이달곤 후보는 양보할 수 없는 공방을 펼쳤다. 4대강사업 중단 등 당시 쟁점 중에는 ‘민주도정협의회’를 둘러싼 논쟁도 포함되었다. 민주도정협의회는 김두관 후보가 민주노동당 강병기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와 함께 야권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연합정부 또는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경남은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여겨져왔다.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 이후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속해 있었다. 지역정서를 공유하지만 행정구역상 경남과 분리된 이웃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정치 종식을 외치며 시장선거에 연거푸 도전했지만 한나라당을 앞선 적이 없었다. 부산은 대도시로서 야도(野道)의 전통이 있지만 경남은 도농복합형으로 노령층 비중이 높은 농어촌을 포함한다. 지금도 경남의 국회의원 분포를 보면 17개 지역구 가운데 야당 소속 국회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어느 야당도 한나라당과 대등하게 경쟁할 세력과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치권과 마찬가지로 경남에서도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경남의 야당과 시민사회는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 없이는 선거에서 대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시민사회에서는 ‘희망자치만들기 경남연대’를 발족시켰고, 지역조직이 없는 창조한국당과 독자노선을 고수한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3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은 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출범시켜 야권연대 논의를 가속화했다.

후보단일화는 후보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하여 민주노동당 강병기 예비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예비후보의 협상이 진행되었고, 421일 후보단일화를 위한 3개 합의사항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합의문에는 후보단일화 방법, 단일화 이후 공동선거운동, 그리고 공동지방정부 구현을 위한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이 명기됐다. 후보자간 합의에 따라 도민 여론조사와 시민배심원의 전화조사를 통해 김두관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물리치면서 한나라당의 15년 도정(道政) 독점에 종지부를 찍었다.

 

 

2. 거버넌스 기구로서의 민주도정협의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지방에 지방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일 뿐이다. 현재까지는 ‘지향으로서의 지방정부’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자치의 영역도 매우 협소하고 여러 방면으로 분리되어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종합행정의 시・도지사와 교육행정의 교육감으로 나뉘어 있고, 중앙정부의 조달청, 보훈청, 국토관리청, 환경청, 고용노동청 등 많은 특별지방행정기관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권한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도지사가 자신과 정치적 지향을 함께하는 인사를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것 역시 제한적이다. 그런 사람이 공무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우는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각을 고리로 하는 연합정부 또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란 현재의 지방자치제도에서는 난망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민주도정협의회다. 원래는 도정협의회라는 명칭으로 제출되었다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를 덧붙였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내각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관청인 도지사와의 정치적 협약으로 공동정부를 구현하려는 취지에서 나왔다. 공동지방정부를 구현할 방안 없이 후보단일화만 추진할 경우 선거에서 승리해도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과 시민사회는 도정에 참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행정적으로는 집행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의 역할에 그치는 한계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민주도정협의회를 구성하고자 할 때 형식과 참여자의 면면은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위한 기구인 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에서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 자체가 연합정치의 산물이며 야권단일후보가 도민의 선택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정당과 시민사회에 연고를 둔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선거연합 논의과정에서 합의한 정책노선에 기반해 도지사와 정책기조를 공유하며 그 방향을 자문하고 시행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2010년 지방선거의 결과는 도지사뿐 아니라 도의회의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경남의 도의회는 한나라당 이외의 교섭단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해 총 59명의 도의원 가운데 야당 소속 11명과 무소속 5명이 당선되었다. 야4당의 도의원은 ‘민주개혁연대’라는 원내 단일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민주개혁연대’의 구성은 도지사와 도의회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르게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선5기 이전에 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도의회와 집행부는 긴장과 견제가 없는 관계였다. 지금도 여전히 도의회에서 야권은 수적으로 열세인 것이 분명하지만 한나라당의 일방적 도의회 운영과 지배는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경남도에서는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연합정부 구성이 위한 실질적 논의와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다당간 연합정부를 구성해본 사례가 없을 뿐더러 지방에서는 더욱 경험이 일천하다. 경남도 산하 출연기관인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는 권위주의적 행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에 기초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과거 소수의 정책공동체 대신 관련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효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버너스적 행정으로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도정협의회의 기능으로는 ①다양한 계층과 정당의 의견 수렴 및 행정의 민주성 제고, ②새로운 역량과 공동전략 창출, ③정책협력과 제안 파트너 구성, ④상호신뢰의 상징과 연대적 기구 수립을 들 수 있다. 도정의 정치적・정책적 협력 파트너로서 다양한 정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함으로써 소통과 공유, 조율을 가능하게 하고 도지사로 하여금 열린도정, 민주도정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은 민주도정협의회의 구성방안을 네가지로 제시했다. 도정조정위원회 조례를 활용하는 방안, 도지사 규칙으로 구성하는 방안, 임의기구로 구성하는 방안, 신규로 조례를 제정하여 구성하는 방안이다. 그중 도지사 규칙으로 구성하는 방안은 규칙 제정의 근거가 없으므로 불가능하고, 임의기구로 구성하는 방안은 실익이 적다고 판단했다. 기존 도정조정위원회 조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민주도정협의회의 위상이 종전의 구상보다 상당히 낮아진다는 지적과 함께 도의회와의 충돌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조례 제정을 통한 구상이 가장 이상적이고 법적 지위 면에서도 안정적이지만 도의회 다수당인 여당의 반대가 예상되고 정치적 타협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협력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따라서 기존 도정조정위원회 조례를 활용하여 구성하고 일부 고위공무원의 참여가 가능하게 보장함으로써 제한적이나 일부 예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유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3. 정당과 시민사회 상생의 길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에서 또 하나의 난점은 정당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지방선거 이전에는 분열하면 모두가 공멸한다는 공통의 인식과 위기감에 정당과 시민사회는 근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뭉칠 수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시민사회의 잠정적인 연대기구였던 ‘희망자치만들기 경남연대’는 그 역할을 다하고 스스로 해산했다. 반면에 정당은 종전보다는 늘어난 정치적 파이로 이전과는 다르게 도의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등 역할을 확대해갔다.

민주도정협의회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정당들은 정당 중심의 공동정부에 충실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시민사회는 지방정부와 정당, 시민사회로 연결되는 거버넌스 중심의 민주도정협의회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정당이 중심이 되는 경우에는 정당과 지방정부의 당정협의를 통한 영향력 행사가 주요 경로로 설정되는 반면에 시민사회는 지방정부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소통과 참여에 무게중심을 두게 된다.

선거연합과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변화를 갈망하는 도민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정당간의 협상을 견인하며 공정하게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심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일례로 ‘희망자치만들기 경남연대’는 자체 사업으로 도민을 상대로 시민배심원을 모집하고 후보자간 합의에 따라 시민배심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활동으로 시민사회는 이전보다 지역사회에서의 입지가 강화되었고 주요 사안을 해결하는 데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민주도정협의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당(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역시 단일한 연합교섭단체를 꾸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급증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출신의 강병기 예비후보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함에 따라 김두관 지사는 야권연대의 충실한 이행을 입증한 바 있다. 그후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공고히하면서 야권내 정치적 보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당들은 연합정부의 구성과 역할에서 보다 중심적이고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은 정당과 시민사회의 균형과 지분의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다. 후보단일화 당시 ‘희망자치만들기 경남연대’와 정당의 연석회의는 정당대표 3인과 시민사회 공동대표 4인으로 구성된 바 있다. 이처럼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에서 정당과 시민사회는 선거 당시의 근거를 모범적인 틀로 설정하여, 정당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되 시민사회의 긍정성을 살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동지방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민주도정협의회에 참여하는 데는 중요한 몇가지 사안의 점검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정당과 도청과는 달리 민주도정협의회에 참여하는 데 곤란한 점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시민단체는 노동, 농민, 시민, 여성, 장애인, 교육, 보건, 통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원의 유무, 재무상태, 구성원의 면면 등을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이나 외부인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민주도정협의회에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표성, 자주성, 활동영역 등에 관한 단체나 참가자들의 동의와 그에 대한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주도정협의회에서는 시민사회가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합의하면서 3가지 요소를 충족하도록 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것, 시민사회 내부의 자주적 논의를 거쳐 인물을 추천할 것, 부문별로 추천할 것 등이다. 개인 자격으로 제한한 이유는 각 단체의 대표자격으로 참여할 경우 참가단체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대표가 소속된 단체와 그밖의 단체가 다른 입장을 가지거나 본의 아니게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자주적으로 대표를 선출하도록 정한 것은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존중하고 단체 상호간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또한 성격이 다른 단체들 사이에서 자율적 조정을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문별 참가 원칙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의 각 영역을 포괄하기 위해서다. 다만 어느 부문이 대표를 파견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시민사회의 총의에 달려 있고 그 대표들은 시민사회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한 끝에 합의 선출된 결과라는 점을 밝힌다.

민주도정협의회에는 각 정당의 도당대표(도당위원장)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했고, 그렇지 않은 정당은 제외시키기로 합의했다. 공동지방정부를 책임성있게 이끌고 정치역량을 발휘해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표인 도당위원장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도당위원장의 참여는 민주도정협의회의 위상과 구성원의 면면에 일정한 제한과 함께 준칙이 되는 근거를 부여한다. 지역정치에서 도당위원장의 비중이 크고 그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선되는 다른 대표들의 면면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당측 참여자는 각 정당의 대표와 정당이 추천하는 1인으로 구성했다. 3개 정당이 참여하면 6명, 진보신당이 참가하면 8명이 되는 구조다. 각 정당의 당세와 역사를 무시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대표를 파견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경남도에서 야당들 사이에 당세의 차이는 있지만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에 비교하면 매우 취약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각 정당은 민주도정협의회가 당정협의에 준하는 형식으로 위상을 높이고 그에 합당한 인사의 참여가 가능하기를 희망했다. 공동지방정부라는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정협의의 모델을 원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도정협의회가 지역정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영향력 확대와 당세 확장이 필요하며 동시에 정당의 지지기반 확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의 입장이 도정에 많이 반영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속적인 연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행정조직과의 파트너십 구축하기

 

경남도정의 수장인 도지사는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을 통해 공동지방정부를 구현할 책임을 지닌다.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단일후보와 한나라당 후보는 민주도정협의회를 두고 날선 대립을 보였다. 여당 후보는 민주도정협의회가 도의회 권한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대를 분명히했다. 이에 반해 야권 후보는 민주도정협의회가 도지사의 자문역할을 수행하는 거버넌스이며 도민 여론 수렴에 활용하는 열린 도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의 행정주체는 도지사이다. 도지사는 민주도정협의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정책기조에 대한 자문을 얻어 도정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민주도정협의회 구성원의 일부를 추천한다. 이처럼 시민사회와 정당, 도지사가 함께 구성주체가 되어 비슷한 비율로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그리고 도지사는 민주도정협의회에 참석해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에 명시함으로써 조직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도록 합의했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정당과 시민사회의 정책방향을 경남도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도지사와의 신뢰관계가 있어야 주어진 몫을 다할 수 있다. 도지사는 협의회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씨스템을 구축했다. 민주도정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관계자들은 공식회의와 비공식회의를 통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다. 정당은 내부의 요구와 이해를 정리해야 했으며 시민사회는 수많은 단체들의 의견을 집약하고 공식화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경남도청에서는 민주도정협의회라는 전례 없는 기구의 구성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에서는 인내를 가지고 합의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민주도정협의회는 행정기관이나 집행기관이 아닌 자문위원회이므로 한계가 있지만 자신의 역할 속에서 민의를 도정에 반영하는 역량을 발휘해 현행 제도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밖에 연합 또는 공동의 지방정부 구성 사례를 살펴보면, 자치단체의 상황과 의회와의 관계, 정당과 시민사회의 합의 등에 따라 그 특색을 달리한다. 경남의 경우는 도지사가 무소속인 반면, 대다수의 사례에서는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거버넌스의 내용과 형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62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자치단체인 경남, 충남, 대전 3곳, 기초자치단체는 경기도 부천시와 고양시 그리고 서울의 노원구 등 28곳에서 공동정부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공동정부 구성의 강도나 수위 면에서는 다양한 편차를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중에는 경남도와 더불어 충청남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참여와 소통’에 의한 도지사 공약사업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민관합동 공약실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약사업 추진상황 심의조정기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기도 부천시를 들 수 있다. 부천시는 선거기간 중에 합의한 6개 분야 29개 항목의 공동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시정운영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정의 주요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며 이 위원회의 법적 지위는 임의기구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사례는 좀더 폭넓게 거버넌스를 구성해 행정과 연계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고양시는 민관협력・민민협력의 자치씨스템을 구축하여 주민중심 자치행정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는 시장 직속의 상위기구로 정당과 시민사회의 대표와 추천인, 시장의 추천인으로 구성되는 고양시정운영위원회와 그 아래에 동별 주민자치위원회를 꾸리며, 행정분야별로 정책협의회를 두어 주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

 

 

5. 낙동강사업으로 빚은 갈등

 

민주도정협의회 발족과 시기를 같이하는 경남 도정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4대강사업의 낙동강구간 공사 문제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후보는 ‘4대강사업심판 국민투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취임 후 김지사는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활동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가 추진하는 낙동강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경남도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낙동강특위는 낙동강 본류에서의 대형 보(洑) 건설과 최소 6미터에 이르는 준설이 일으킬 문제를 중심으로 김지사에게 자문했다. 그 내용은 낙동강특위가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 결과에 더해 지역주민을 비롯해 여러 입장을 가진 측과 토론회 및 심포지엄을 거치고 환경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도출해낸 것이다.

낙동강특위는 4대강사업으로 경제, 지방재정, 복지, 인프라사업 등이 악영향을 받으며, 무엇보다 낙동강유역 수백만 주민의 식수원이 오염되고 생태계 파괴가 자명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와 경남도가 체결한 ‘낙동강사업 실시협약서’에 근거해 낙동강사업의 조정협의를 제안할 것을 자문했다. 김두관 지사는 이를 수용해 정부에 낙동강사업조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는 경남도의 대화 제의에 맞서 경남도가 대행하는 낙동강 13개 공구의 사업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내건 명분은 경남도 사업구간이 다른 지역보다 공사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조사, 토지보상, 지장물(支障物)보상 등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업무는 경남도가 맡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재 조사는 정부의 문화재청이, 나머지는 시・군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경남도와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특임장관, 국토부장관, 청와대비서관 등을 내려보내 경남지사를 설득하여 공사를 앞당기도록 요구만 했지 어떠한 내용의 사업조정 협의도 하려 하지 않았다. 대화 제의에 대해 정부의 입장만 내세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업권 회수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민주도정협의회에 참여하는 정당과 시민사회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고 경남도와 더불어 도민의 건강권과 재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대응하고 있다. 민선 5기 이전의 지방자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6. 민주도정협의회와 야권의 미래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로 내각을 통한 연합정부 실현은 불가능하지만 권력분점을 시도한다는 면에서 민주도정협의회는 한국정치 발전에 중요한 사례로 남으리라 기대된다. 다가오는 2012년에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지난 62 지방선거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민주도정협의회 같은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해야 한다.

지금 야권은 5개의 당으로 분립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대분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5당의 각개약진으로는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충실히 받들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는 단합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정당들이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시민사회가 정당들의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덕분이다. 국정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그 믿음을 충실히 담을 그릇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자신과 나라의 미래를 야권에 맡기지 못할 것이다.

현재 야권에는 어느 정당도 단독으로 집권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야권단일정당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단일정당을 건설함으로써 수권정당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이해한다. 추진하는 측의 의지와 역량은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과연 분립되어 있는 다수의 정당을 하나로 묶어세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단일정당 운동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성과를 이뤄온 야권연대를 확대・발전시키자는 주장도 존재한다. 야권정당들의 상설연대체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공동지방정부 구현을 위한 민주도정협의회의 성공적 운영은 2012년을 준비하는 야권에 필요한 노하우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정당간 연대와 소통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정당 대표를 이 기구의 사실상 당연직위원으로 포함하는 데 합의한 것은 십수년간 절대 다수당의 지위를 점하는 여당이 존재하는 지역 상황에서 정당간 연대가 존립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도정협의회는 마치 다수의 동업자들이 모인 것과 같이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해 보일 수 있다. 동업처럼 깨지기 쉬운 것이 없다. 유리보다 깨지기 쉽다는 동업이 훼손되지 않도록 상호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고 소통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또한 각자의 상황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 관용의 자세도 필요하다. 이런 우려는 출범 과정에서도 표출되기도 하고 잠복하기도 한다. 야권연대는 현실의 정치지형이 만들어낸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좀더 너른 가치를 지향하는 연대로 발전해가기를 바란다.

둘째로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옳게 정립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정당의 주도성과 역할을 인정하고 정당은 시민사회의 의견과 대안에 주목할 필요가 더욱 높아졌다. 각각 거버넌스의 한 축으로서 도정의 성공적 운영과 정치적 연대를 공고히하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주의 정치의 잔재를 일소하고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는 도정 책임자인 도지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통로보다는 가치지향점을 공유하는 관계로 유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도민의 마음을 헤아려 도정에 반영함으로써 신뢰를 받는 것이다. 선거혁명을 만들어낸 도민의 자부심을 제대로 대변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경남도 민주도정협의회의 성공적 출범과 운영은 한국사회 지방공동정부의 씨앗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