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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라연 朴羅姸
1951년 전남 보성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우주 돌아가셨다』 『빛의 사서함』 등이 있음. bry926@hanmail.net
e-꽃의 우화
믿으실지 모르나 내 간을 먹으며
장성한 그래서 장수한 난분이 하나 있다
수천페이지의 해와 달을 숨어서 찢어 마시며
무려 25년이나 되는 산달을 채워 끙
꽃대를 장하게 밀어올렸으니!
e-꽃의 내공을 받아 마시려고 집은
며칠째 콧구멍을 크게 열고 흠흠거렸으나 없다
아직 놓지 못한 얼굴을 두근거리는 물살에 바칠까
눈이 아닌 콧구멍에 렌즈를 맞춰보면 어떨까
궁리 끝에 산 채로 설렘을 철골소심의 혀에
맡겼으나 툭, 모가지를 바칠 뿐 없다
향낭은 이미 온동네 악귀를 쫓으려고
집집의 처마로 날아올랐거나 너무
진한 설렘이 코를 멀게 했거나
별, 받습니다
蘭은 추위를 받아야 꽃망울이 맺히고 별은 영하 90도서
드디어 빛났죠
나는 病을 받아야 부지할 수 있는 목숨이어서 별, 받으며
얼어보려고
중국고원 靑海성까지 왔는데 빗줄기 사이사이에 도란도란
제 속내를 떨구는
초원장막호텔 공안요원들의 정담을 대신 받네요 뼈처럼
단단해진 情에
말이 붙어 있어서 雨中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걸까요?
아무리 춥고 곤궁해도
그게 설움인 것도 모르는 눈동자들이 수십 소쿠리의 별을
구워낼 것 같아요
사는 이야기를 장작처럼 잘 말려 활활 타오르게 하는
그녀들의 담소가
내 안의 당신들을 뱉어내게 했죠 먼지와 탐욕, 부풀린 말
따위를
뱉어낸 자리에 초원 위에 뜨는 별을 담아갈 수 있을까요?
그늘도 그림자도
별이 될 것 같은 여기서 내 안의 당신들을 다 떠나보내고
싶죠 거대한 가스와
먼지가 살을 섞어 별을 낳는다면 그 별, 받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