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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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신예시인 특집 

 

최정진 崔正進

1980년 전남 순천 출생. 200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bloodinink@naver.com

 

 

 

동경1

조각의 기분

 

우리는 골목에서 공평하게 나뉠 때 억울해

무언가 지킨다는 듯이

다니지 않는 길이 줄어들고 있다

내가 데려다준 사람과 나를 데려다준 사람은 달랐다

너의 집 앞에서 나의 집 앞까지

항상 짖던 그 집의 개가 더 짖으면

잡지 않은 손까지 놓쳤다

어떤 발소리든 조각의 기분으로 되돌아와

정오부터 밝아지고 자정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집 앞에서 너의 집 앞까지

큰 소리를 치고 작은 소리를 뒤지고 다녔다

밤중에 옆집의 비명이 사라지면 서서히 외로워졌다

네가 비명을 지르면 지나쳤고 비명을

삼키면 너를 의심했다

나는 너를 지나 너의 집 앞까지

혼자 걷는 오후의 골목은 봄볕조차 서늘해

사람들은 어떤 각도로 가려졌을까 궁금해지자

너와 나의 집이 이어졌다

먼 곳을 울리는 벨소리에

계단에서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동경2

 

골목에서 거리가 어떻게 높이를 따돌릴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