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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임성용 任成容
1965년 전남 보성 출생. 1992년 노동자문예『삶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하늘공장』이 있음. 8616895@hanmail.net
요구르트
어깨가 아프다
뼈에 박힌 나사를 돌려
팔을 빼낸다
작동을 멈춘 근육과 인대가
끊어진 스프링처럼
분해되어 나온다
본체가 망가진 몸은
짐을 지고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쇳조각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갈아 끼울수록 덜그럭거리는
녹슨 부품들
낡은 어깨는
벌써 사십사년째
팔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다
빈약한 팔의 무게는 어깨에 늘 강한 짐이었다
덜컥, 팔을 놓아버리면
뱀처럼 똬리를 튼 통증이 풀려나와
마디마디 나뒹구는 뼈의 잔해들을 닦는다
점성이 다한 피를 폐유통에 쏟아붓고
조일수록 부러지는 나는 밤새 마모되었다.
햇빛촌 가는 길
달동네에서 달이 빛난다
지구의 그림자가 반쯤 잡아먹은
얼음처럼 푸른 달빛촌이다
서걱서걱 부서진 바람이 일어
손톱 끝에 남은 달을 물어뜯는다
한짐 바람을 싣고 화물차를 끌고 나와
지상 1억 5천만km햇빛촌으로 간다
광명천지 눈부신 햇빛은 독수리의 눈이다
독수리에게 잡아먹힌 달빛은 어린 새의 눈이다
허망하게 할퀸 그 죽음을 묶고
터질 듯 부풀어올라 달려가는 바퀴
바퀴의 마찰음에 내 눈이 열린다
미끄럼주의 충돌주의 덜컹거리는 통로를 따라
만신창이 피로 얼룩진 휴게소를 지나가면
멀리 어둡고 느린 달빛이 지워진다
햇빛의 내장을 끓이고 있는 순댓국집에서
허겁지겁 국밥 한그릇을 말아먹고
주유소에 들러 식은 달빛으로 에너지를 채우고
지구를 벗어나면 고요하고 푸른 하늘 길
그곳에는 속도제한 높이제한 중량제한이 없다
군수사령부 신병교육대 무기고 비행장이 없다
없다, 법원 운동장 학교 병원 교도소가 없다
이글거리는 햇빛촌 신호등 앞에서
싸늘하게 빛나던 달빛은 숨을 거두고
눈이 먼 사람들의 육신은 밀랍처럼 녹아내렸다
급기야 갓길로 넘어진 내 몸의 시신,
화물차가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