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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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3년에 무엇을 해야 하나

 

‘새 정치’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전진

 

 

고원 高 源

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 교수, 정치학. 저서로 『대한민국 정의론』 『한국의 경제개혁과 국가』 등이 있음. onekoh@hanmail.net

 

 

1. 들어가는 말

 

2012년 대통령선거는 어느 때보다 ‘새 정치’에 관한 의제와 담론이 풍성하게 펼쳐진 한해였다. 돌이켜보건대, 1997년 대선에서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표출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돈, 권위주의, 지역주의, 패거리로 상징되는 구태정치에 대한 염증이 ‘노무현(武鉉) 돌풍’으로 분출되었다. 이 두번의 선거는 전반적으로는 19876월항쟁 이후 유사민간정부와 문민정부에 이어 민주주의의 꾸준한 확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국면에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크게 못 미쳤고, 그 여진은 2007년 대선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최악의 참패를 맞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민주진보세력은 민주화의 주도세력이었고 정권교체에도 성공했지만 정체성과 리더십 균열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 2008년 이명박(明博)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역진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민주주의의 퇴보는 사회양극화, 성장잠재력 소진, 일자리 부족 같은 문제를 과거 박정희(朴正熙)정권의 산업화 방식으로 회귀해서 풀어보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비단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87년체제 이전으로 복귀하는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일방통행의 국가운영과 법치 무시, 공안권력 부활, 언론통제, 민간인에 대한 감시와 협박 등 민주주의 기본원리들의 파괴를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통치방식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키고 어떤 부분에서는 치유 불능의 상태로 돌려놓고 말았다. 이로 인해 과거 발전방식으로의 회귀가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대중의 인식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같은 집단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은 박정희 방식의 권위주의적 발전과 87년체제 방식의 민주주의적 발전을 모두 뛰어넘어 새로운 체제로 가보자는 열망을 2012년 대선에 투사했다. 좀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욕구가 복지 의제를 만개시켰고, 기회와 결과의 공정함에 대한 희구가 경제민주화 의제를 등장시켰다.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발전모델을 창조하는 문제가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민은 미래사회로 가는 관문으로서 정치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날로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성장잠재력 저하 등 사회문제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낡은 정치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가 솟구쳤다. 새 정치의 핵심은 권위주의체제만이 아니라 87년체제의 ‘결손민주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창조하는 일이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제도, 정치세력, 권력을 창조하는 문제로 모아졌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열망은 ‘안철수(安哲秀) 현상’에 투영되어 나타났다. 안철수 현상은 대선국면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정당에 소속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의사를 뚜렷이 밝히지도 않은 ‘비정치인’에게 단번에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높은 정치적 지지가 쏟아져 1년 이상이나 유지되었다. 이는 그 강도와 지속성 면에서 전례가 없는 현상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새 정치 의제가 부상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런데 이같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대선 결과는 구체제의 재생산과 지속이라는 역설적 현상으로 귀결되었다. 새 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안철수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는 데 실패했고, 안철수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文在寅) 후보가 본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새 정치를 향한 실험은 일단 기가 꺾이게 되었다. 새 정치 실험의 한계는 대중의 갈망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어떤 본질적 결핍 요인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론 보수정권이 출범했다고 해서 새 정치를 향한 도정이 막을 내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어느 정권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새 정치 실험이 드러낸 한계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정국 속에서 새 정치의 방향과 과제를 정리해보려는 목적을 갖는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될 것이다. 먼저 새 정치 담론의 시대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87년체제의 정치적 결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지난 대선에서 새 정치 실험이 실패하게 된 원인을 분석한다. 나아가 박근혜정부하에서 새 정치의 과제를 밝히고 그 실현 가능성을 전망하며, 정치혁신의 완수를 위한 민주진보세력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

 

 

2. 87년체제의 정치패러다임, 삼중의 위기 구조

 

87년체제란 6월 민주항쟁을 계기로 형성된 특수한 헌정질서를 일컫는 개념이다. 헌정체제는 시민사회와 국가 사이의 권력관계를 규정하는 제도 세트로, 좁은 의미로 말하면 ‘헌법체제’와 ‘정당체제’의 조합이 갖는 총체적 특성을 지칭한다. 87년체제는 좁은 의미로 볼 때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정점으로 하는 헌법체제와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에 입각한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조합한 정치적 지배질서라고 할 수 있다.

87년체제는 이전의 낡은 정치질서를 대체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무엇보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권위주의체제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억제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시민의 인권 등 제반 권리를 신장했다. 지역주의 정당체제는 대통령권력과 의회권력 사이의 일방적 지배구조를 상당정도 수평적 관계로 바꿔놓았고, 일당의 절대적 우위를 보장하던 패권적 정당체제를 지역 기반의 수평적 할거체제로 변화시켰다. 이같은 87년체제는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정당들 사이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가능케 했다. 이를 계기로 비로소 한국사회는 민주적 헌정질서로의 이행과 공고화 과정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87년체제는 더 높은 단계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서 많은 한계와 질곡을 드러냈다. 특히 사회 저변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정치적으로 대표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기본권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문제를 낳았다. 또한 사회갈등의 해결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취약할 뿐 아니라 심지어 급속하게 후퇴할 수도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87년체제의 한계는 대표성의 위기, 책임성의 위기, 통치의 위기라는 삼중의 위기 구조로 드러났다.

첫째, 87년체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제도로서 대표성의 위기를 드러냈다. 정치적으로 특권・기득권집단의 이해는 과잉 대표되고, 사회구성원 다수의 이해는 과소 대표되어왔다. 한국의 정당정치는 민주화 전후를 막론하고 거의 똑같이 기득권세력의 이해관계에 더 가까운 거대정당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왔다. 신진세력이 진입하기에는 유·무형의 장벽이 너무 많아서 노동계급이나 하층계급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들의 성장이 가로막혀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체제는 고도의 독과점체제였다.

또한 한국 정당체제의 지역할거적 성격은 대표성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왔다. 지난 19대 총선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보수정당의 아성인 부산·울산·경남에서 진보적 야권정당들은 약 38%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점유율은 겨우 7%에 불과하다. 이같은 엄청난 불비례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사회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수 없었다.

취약한 대표성의 문제는 거대정당들의 과두적인 지배구조에도 내재해왔다. 한국의 정당들은 하향식의 권위적 정당이거나 명사 중심의 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권력자원이라 할 수 있는 공천권은 당의 패권을 쥔 유력자들에 의해 행사되어왔고,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국민을 보고 정치하기보다는 공천을 준 지도부의 뜻을 추종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87년체제가 드러낸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책임성의 위기였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적 실체는 다름 아닌 ‘국가 없는 삶’, 즉 사회공동체 최후의 보루인 국가의 공적 기능이 급속히 붕괴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 사회의 고위 공직자들은 더이상 공직자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사익추구집단으로 전락해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는 천안함사건을 계기로 한 ‘종북’몰이에서 보듯 국민을 윽박지르고 위협해왔다.

이처럼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국가가 사라지게 된 원인은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그것은 두가지 문제에서 기원하는데, 하나는 시민참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사회세력 간의 힘관계가 불균등해지고 그에 따라 국가가 특정집단에 포획된 점이다. 87년체제는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선진 민주주의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시민 참여에 의한 거버넌스를 제대로 제도화하지 못했다. 정당들은 사회적 기반을 결여했고 관료적 지배의 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지속되었다. 대중이 직접 선출하고 소환할 수 있는 공직대상자의 범위는 협소했고, 국민투표권이나 입법발의권 등 직접민주주의 기제는 크게 제한되었다. 다른 하나는 국가기관들 사이의 철저한 견제와 균형이 깨졌다는 것인데, 이는 권한과 기능이 독과점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정부권력의 구조 문제와 정부권력에 대한 부실한 감독 문제를 포함한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단시간에 권력향유를 극대화하려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 지역주의의 정당 대결 속에서 정부를 견제하기보다 정권을 보위하는 당파싸움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문제, 권위주의의 잔재로 인한 권력기관의 비대화 같은 문제가 작용해왔다.

셋째, 정치세력들 간의 극단적인 적대와 분열 때문에 진정한 다수파를 형성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정통성이 동요하고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통치의 위기다. 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하여 사회를 통합하기보다는 자신의 친위그룹과 지지자들의 강력한 결속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왔다. 그런 탓에 대통령이 제기하는 모든 의제는 이유를 막론하고 반대진영에 의해 사사건건 정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불러온 요인은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결합된 지역할거주의 정당체제의 문제였다. 전국이 양분 내지 삼분되는 가운데 승자독식의 대통령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무한대결을 벌이는 구조 속에서는 절반 미만의 상대적 단순다수 정권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득표율은 36.6%, 김영삼 대통령은 42.0%, 김대중 대통령은 40.3%, 노무현 대통령은 48.9%, 이명박 대통령은 48.7%였다. 여기에 투표율을 곱하면 노태우 32.6%, 김영삼 34.3%, 김대중 32.5%, 노무현 34.6%, 이명박 30.7%로, 유권자 전체의 실질적 지지율은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에서 권력의 정통성 문제가 있고 리더십의 불안정을 초래하여 국가적 현안을 풀 수 없게 만든 구조적 요인이었다.

 

 

3. 2012년 대선에서 새 정치의 실험과 한계

 

2012년 대선은 87년체제에 내재한 삼중의 위기구조를 풀지 않고서는 한국사회가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계기였다. 이현출(李鉉出)과 가상준(賈尙埈) 두 학자가 20127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1순위 요인으로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이 가장 많이 꼽혔다. 경제 불안정의 원인으로도 압도적인 수가 정치권의 무능부패를 꼽았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가장 많은 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함께 정치권의 역할을 들었다.1)

새 정치 의제의 등장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이 기폭제가 되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은 이제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가 들어서야 민생중심 경제가 들어섭니다”라고 했다. 정치혁신이 본격적인 선거의제로 부상할 기미를 보이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朴槿惠) 후보도 발 빠르게 이를 흡수하여 중요 의제로 채택하였다.

특히 10월 초순부터 11월 말 안철수 후보의 사퇴 때까지 이어진 야권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새 정치는 가장 중심적인 의제였다. 이때 정치혁신과 정권교체에 대한 두 후보 간의 해석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혁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데 반해,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양자의 가치가 상호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는 총론적 일치가 있었지만 실현 방법에서는 상당한 편차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새 정치의 가치는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 단일화 이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최대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지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정치혁신의 빛이 바래는 것을 막기는 힘들었다. 문재인 후보가 자기쇄신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는 정권교체라는 목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새 정치의 의제설정자였던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역량이 그것을 실현하기에 현저히 부족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제기한 정치혁신의 내용은 총론의 방향에서는 매우 정확했다. 정치권이 기득권·특권을 내려놓고 이를 사회개혁의 동력으로 만들어가자는 제안은 상당히 참신하고 설득력있는 것이었다. 정치권이 기득권·특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어야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넘어설 수 있고,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제도를 만들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과제를 체계적으로 제기하지 못했고,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제대로 관철시키지도 못했다.

문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의 세가지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 정치혁신 프로그램을 새로운 체제로 가기 위한 대안권력의 비전으로 연결해내지 못했다. 새 정치의 프로그램들이 서로 연계를 갖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안적 길을 밝히는 가치노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프레임, 그리고 이를 세력과 조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제시되어야 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정치혁신 프로그램들은 각기 개별화된 주장으로만 남았고 총체적 비전으로 형성되지 못했다. 정책노선은 명확한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으며, 정치행보는 주로 스타일 정치 위주로 가동되었다. 미래권력을 담당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새로운 국민정당 건설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긴 했으나 외부의 저항이 두려워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후보는 기성정당들에 강력한 쇄신 압력을 가하기는커녕 거꾸로 압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둘째, 안철수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담론을 정교하게 결합시키지 못하고 끊임없이 혼선을 빚었다. ‘정권교체’와 ‘야권후보 단일화’ 담론을 앞세운 민주통합당의 공세가 밀려오는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초기에 ‘정당이냐, 무소속이냐’는 공방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일화 이슈와 관련해서 그는 끊임없이 양극단을 오갔다. 초기에는 후보단일화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임하다가 여론의 단일화 압력이 거세지자 무장해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셋째, 안철수 후보는 새 정치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각론적 지식과 수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의원정수 축소’나 ‘반값 선거비용’ 같은 정치혁신의 부차적 사안에 발목 잡혀버린 것은 새 정치의 가치구조를 혼란에 빠뜨렸고, 정치적 지지기반을 뒤엉키게 만들었다. 특히 이 문제를 가지고 진보적 지식인·언론·시민운동 세력과 불화를 빚은 것은 치명적이었다. 상당수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급기야 안철수 후보에게 ‘반정치주의자’라는 낙인을 찍기에 이르렀다. 혼란은 지식인사회에 머무르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가 진보개혁진영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모습에 많은 야권성향 지지자들이 충격을 받고 급격히 동요하게 되었다.

바로 이상과 같은 이유 때문에 안철수 후보는 애초 새 정치를 대선의 중심의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서조차 탈락함으로써 새 정치의 최종적 결실을 보지 못했다. 안철수의 정치적 역부족으로 인한 후보 사퇴, 그리고 그로 인한 정치혁신 압력 약화와 민주당의 자기쇄신 지연, 이 두가지가 서로 맞물림으로써 새 정치의 한계는 궁극적으로 정권교체의 실패로 연결되었다.

 

 

4. 박근혜정부 아래 새 정치의 전망과 혁신의 과제

 

민주진보세력의 대선 패배로 새 정치에 대한 열망도 상당정도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흐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박근혜정부라는 제약된 환경에서도 지속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정치혁신 공약에 유례없이 큰 비중을 부여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건강한 시민들의 직접참여’ ‘대통령의 국회 존중’ ‘야당과의 소통’ 등 야권 후보와 비슷한 정치쇄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각 후보 진영이 제시했던 정치혁신 의제를 둘러싸고 주요 정국 이슈가 형성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물론 박근혜정부가 정치혁신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공산도 여러 면에서 적지 않다. 스스로 고립된 위치를 고수하고, 보안과 비밀을 강조하면서 지침을 하달하는 식의 일방적 리더십을 박근혜 당선인은 여러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의 위험성은 최근 인수위원회와 헌법재판소장 인사권 행사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치혁신의 실현은 박근혜정부의 주관적 의지에 따라 전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더 중요하게는 집권세력과 반대세력의 정치적 힘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를 둘러싼 정치적 힘관계의 환경은 지난 이명박정부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과 집권당이 거의 모든 주요 사안들을 의원수와 물리력을 앞세워 밀어붙였다. 그러다보니 정국은 날치기와 폭력사태로 파행이 그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여야가 어느정도 세력균형을 이루면서 집권세력이 전횡할 수 있는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집권세력이 자칫 기존의 관성대로 밀어붙이려 할 경우 역으로 정치적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18대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도 여야간 타협의 접점이 종전보다 훨씬 증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는 사회 전반의 이념 스펙트럼이 ‘경제민주화’나 ‘복지’ 같은 진보적 의제로 급속하게 이동했음에도 각 후보 진영 사이의 정책적 이질성은 예전보다 많이 축소되었다. 이는 보수적인 새누리당조차 정책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이를 신속하게 수용한 결과였다. 유권자 사이에서도 기존의 지역대결, 계급균열, 이념갈등이 퍽 약화되었다는 여러 긍정적 지표가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3개구에서 야권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은 약 40%로, 다른 지역과의 차이가 종전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만 유일하게 세대균열이 심화되었는데, 이는 정치 변화를 가로막기보다는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정부가 퇴행적으로 흐르는 것을 강력하게 견제하면서도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스타일에 위험요인이 많긴 하나, 사회정치적 환경이 많이 변했고 정치혁신이 박근혜정부의 성공과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이를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출범이라는 환경에서 정치의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방향은 무엇보다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치인과 국민이 지역·이념·당파로 갈라져 상대방을 끊임없이 불신하고 증오하는 소모적 정쟁을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완화해 극단적 대립을 일으키는 유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은 제도적 실천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국회 차원에서 주로 제기되어온 것은 ‘국회선진화법’과 같이 몸싸움 자체를 규제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논의로는 문제의 근본원인을 지나쳐버릴 뿐 아니라 대결의 정치문화를 제대로 청산할 수도 없다. 몸싸움, 폭력현상의 발단에는 국민 다수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머릿수와 힘을 내세워 자신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승자집단의 탐욕과 독식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제도상의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부터 시작해서 점차 정치혁신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 정치의 실현을 위한 선결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정당들의 자기혁신이다. 정당의 혁신이 가장 우선이어야 하는 것는 정치 전반의 근본적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주체인 정당이 제대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정당들 간의 합의가 없어도 추진하기 용이하고, 어느 한 정당이 먼저 성과를 내면 혁신경쟁이 금방 파급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혁신의 방향은 정당의 하향적이고 패권적인 지배구조를 당원과 국민이 주인이 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그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공천제도의 혁신이다. 공천제도는 주요 정당들 내부에서 끊임없는 패권다툼과 줄서기 문화를 양산하는 주범이다. 공천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상향식이냐, 하향식이냐’의 이분법적 접근만으로는 안된다. 상향식 경선을 하더라도 당내 계보정치의 대리자에 불과한 중앙당의 공천심사기구를 그대로 두고서는 철저히 조작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상향식 경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권자에게 공직선거지원자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가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따라서 상향식 경선을 바탕으로 하되 기존의 공천심사기구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천심사위원회 방식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아래로부터 선출과 추첨을 통해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이 후보지원자를 상대로 내실있는 토론과 평가를 진행한 후에 표결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도 정당의 중앙집권적이고 하향적인 구조를 자율적이고 분권적인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앙당과 국회의원이 지역 정당조직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정당의 국고보조금 배분을 지역 풀뿌리정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선하고, 시민의 참여·감시 속에서 국고보조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함으로써 패권적 지배의 물적 토대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정당들 간에 혁신경쟁이 불붙기 시작하면 합의를 토대로 지역할거주의와 독과점 정당체제를 개혁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지역할거주의에 의한 독과점체제를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현행 단순다수 소선거구제를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당명부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50% 수준으로 늘리는 방법과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 의석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지역구 선출방식을 권역별 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쪽이든 여야 간에 타협을 이끌어내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거대정당에 의한 독과점체제를 깨려면 대중적 호소력이 있으면서도 당장 실천이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거와 의정활동에서 거대정당의 기득권구조를 불합리한 방식으로 보장하고 있는 각종 제도들을 고치는 것이다. 가령 선거에서 거대정당 우선으로 기호를 배정하는 기호순번제를 폐지하고 추첨에 의한 기호부여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나, 현행 교섭단체 중심의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의석률·득표율을 고려한 좀더 비례적인 배분방식으로 바꾸는 것 등이 그에 해당한다.

셋째, 대통령과 의회의 불합리한 권력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 핵심은 역시 5년 단임 대통령제 변경을 포함해 감사원의 회계검사권 국회 이전, 대통령 결선투표제 시행, 책임총리제 도입 등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는 제도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파 간의 첨예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려 있을 뿐 아니라, 개헌에 준하는 사항이 많아서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미시적 혹은 중범위적 수준에서라도 개선방안을 만들고 성과를 꾸준히 축적해가야 한다.

먼저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 및 기능을 현실화하거나 책임장관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대통령 권력의 자의성을 축소해야 한다. 검찰·경찰·국세청같이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을 유인하는 비대한 권력기관의 권한 분산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야 한다. 또 대통령이 행사하는 각종 직간접적 인사권을 줄이거나 제한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대통령 인사권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견제되지 않는 측면이 너무 많다. 장관이나 감사원장 임명시 국회의 견제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끊임없이 낙하산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대표 임명에도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권한 역시 기능과 책임은 확대하되 특권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세계적 기준으로 봐서도 상당히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 수준과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국회의원 보좌진을 편법 운용하는 행태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것이다.

 

 

5. 새 정치를 위한 민주진보세력의 역할

 

민주진보세력은 이번 대선 패배로 거센 후유증을 앓고 있다. 내부적으로 그 원인을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패배했음에도 민주진보세력에 주어진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힘의 우위를 통해 정국을 운영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야권의 강력한 견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집권세력의 협소한 정치혁신 내용들을 채워나가는 데서도 야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박근혜정부의 출범은 민주진보세력이 기존의 관성적 대응에서 벗어나 한층 창조적인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실패를 유도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가 파행하면 사회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희생양의 정치가 횡행하고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 권위주의가 판칠 소지가 커지게 되어 결국 국민과 민주진보세력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정치적으로 낡은 관행과 제도를 극복할 수 있는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리더십 면에서는 여전히 불통, 심기 살피기, 비밀주의 같은 봉건적 행태가 만연한 상황이다. 단순히 박근혜정부의 태도 여하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응해가는 방식으로는 이같은 양면적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민주진보세력은 강력한 견제력을 발휘하면서도 타협의 지점을 먼저 제시하는 이중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앞으로 민주진보세력이 정국을 주도해가기 위해서는 자기쇄신에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앞서나가야 한다. 패권주의, 계보정치, 정파주의, 줄서기를 재생산하는 내부의 제도와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민주진보세력 스스로가 강도 높은 혁신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정치권 전체의 혁신경쟁을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생의 절박한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향후 어떤 형태로든 민주진보세력의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것의 성공은 새 정치의 비전을 담아내는 미래형 정당 시스템을 건설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의 실패는 민주통합당 스스로 내부 혁신을 실현할 동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자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외부 수혈을 통한 혁신 가능성 역시 소진되었음이 드러났다. 지금 민주진보진영에는 민주통합당에 의한 독점적 지배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혁신과 변화를 끊임없이 좌절시켜왔다. 그러므로 혁신의 방향은 민주진보진영 내부의 독점체제를 허물고 경쟁체제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당과 시민사회 어느 쪽도 정치혁신을 이끌 명확한 주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주도권은 이른바 ‘친노-486’ 정치인들의 연합세력이 쥐고 있는데, 이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들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내부세력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심하게 파편화됐다. 민주통합당 바깥에는 잠재적으로 안철수 그룹과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존재하지만, 안철수 그룹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진보좌파 정치세력은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와해된 상황이다. 시민운동 그룹들은 정당 중심의 선거과정에서 주변적 역할에 머물렀거나, 정치참여를 한 경우도 도구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이렇게 정당쇄신을 이끌 명확한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계파간 힘겨루기에 의한 자기혁신은 근본적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자기혁신이 알맹이 없는 세력관계의 재편이나 인적 청산에 머물러서는 결국 무엇도 변한 것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에 그칠 뿐이다. 이런 상황은 일반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의 제시가 세력재편과 함께 맞물려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당과 시민운동의 힘을 모아내고 협치를 가동시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필자는 ‘시민배심제’ 방식의 혁신을 제안하고 싶다. 시민배심제 방식이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나 직업적 전문가집단이 아닌 독립적인 일반 시민 중에서 일정한 절차를 통해 뽑힌 배심원들이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배심원은 각 시·도당에서 공정한 선출방식을 거쳐 2배수를 뽑아 추첨으로 최종 선출하거나, 중앙당에서 일반당원 및 유권자의 공모를 받아 기본 자격심사를 거친 뒤 추첨으로 선출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배심원들은 일정기간 정치제도를 학습하고, 다양한 이익집단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며, 자체적인 토론 과정 등을 거쳐 정치혁신안을 내놓게 된다. 각 정당들은 이 혁신안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없고 단지 가부 투표를 통해 수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캐나다의 일부 주들과 유럽 몇나라에서 시행된 바 있는 ‘시민회의’(citizens assembly)의 운영 취지와 비슷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진보세력은 지금부터 이런 방식으로 자기혁신에 착수하여 연말까지 혁신작업을 일차 완료하고,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에 그 성과를 공천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체의 혁신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서 그 성과가 정당들 사이의 독과점체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불합리한 정부권력 구조가 빚어내는 정치체제 전반을 혁신하는 것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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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현출 엮음 『대통령선거와 시대정신』, 오름 2012.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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